서로가 상대편이 민스크협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촉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4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클래식산책] 차이코프스키 “승전의 노래” » 1812서곡, Op.49 » 글 조기칠 목사 »
우리는 지금까지 항상 서방세계의 관점에서 역사를 배우고 이해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서방세계에 대해서 러시아인들이 느끼는 위협과 두려움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항상 우리는 그들을 모든 침략의 원흉이라고 악의 화신이라고 폄하해왔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유럽의 역사는 갈등과 전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러시아와 서유럽의 갈등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되어왔고, 그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창설된 나토(NATO)로 인해서 유럽의 군사적인 방위를 미국이 80여 년 동안 담당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유럽의 나라들은 러시아로부터의 위협에 안심하며 경제 건설에만 매진하며 선진유럽을 만들 수 있는 기틀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유럽의 상황은 미국의 새로운 정권의 탄생으로 근저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질서의 구축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탄생한 트럼프 2.0의 탄생으로 서유럽과 NATO는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세계 경찰의 역할을 그만 두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이 NATO에서 발을 빼도 유럽은 독자적인 방어능력과 생존이 가능할 것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가능하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유럽의 현실적인 고민인 것입니다.
본인은 90년대 초에 유럽에서 잠시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거의 매년 적어도 한차례씩은 유럽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내가 유럽에 있을 당시에도 사실 유럽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유럽의 상황은 예전에 비해서 좋아지기보다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경제적으로 지금 유럽은 심각한 갈등과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유럽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그들은 과거 자신들의 선조들이 이루어낸 유산을 가지고 현대를 살아간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왜 유럽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그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그들의 정신적이고 영적인 중심축이었던 기독교로부터 떠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영적,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으며, 심각한 영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유럽에서 발을 빼려고 하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그것은 그만큼 미국이 처한 국내적인 어려움 때문입니다. 미국의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절박한 위기의식의 발로입니다. 천문학적인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로 더 이상 방치하면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지금 미국이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빈부격차, 이념의 갈등 문제, 불법 이민 문제, 마약 문제, 젠더 간의 갈등 등이 현재 미국이 처해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America First라고 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미국이 현재 처해있는 위기 상황 때문에 이런 구호가 나오게 된 것이고 수많은 국민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국 우선주의의 정책은 설령 4년 후에 정권을 누가 가져가더라도 바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더 이상 미국이, 유럽의 나라들이나 NATO를 중심으로 한 지역 방어에 더 이상 에너지를 쏟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항상 서유럽에 대해서 위협의 존재였습니다. 러시아 또한 서유럽에 대해서 위협으로 생각해왔고, 또한 서유럽으로부터 수많은 공격에 시달려왔습니다. 그 대표적인 서유럽의 공격이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가 60만 대군으로 러시아를 침공한 사건이었고, 또한 독일의 히틀러 군대에 의한 대규모의 침공이었습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을 통한 나폴레옹의 등장은 온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유럽 재패에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이집트까지 원정하여 대 승리를 거둔 후, 그 야망은 세계 재패를 꿈꾸게 되었고, 드디어 나폴레옹은 1812년 9월, 60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침공하였습니다. 60만 명의 대군이 모스크바를 공격한 것입니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더 이상 나폴레옹 대군에 맞서서 싸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온몸으로 모스크바를 방어하기로 결단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일치단결하여, 자신들은 모스크바 도시 전체를 비우면서 살던 집과 건물들을 불태우고 식량을 없애는 등의 초토화 전술로 프랑스군과 맞섰습니다. 결국 보급이 끊긴 나폴레옹의 군대는, 강추위와 잠자리와 배고픔에 지쳐서 불과 1달 만에 철저히 궤멸 당하고 맙니다.
한 달 만에 궤멸 당하여 퇴각한 나폴레옹의 군대는 60만 명 중에 오직 2만 명만이 목숨을 부지한 채 파리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유럽을 호령하며 세계 지배를 위한 헛된 야망과 욕망의 화신이었던 나폴레옹은 이 전쟁의 패배로 인해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걷고 맙니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1812 서곡은, 바로 이러한 나폴레옹 군대의 패배와 러시아의 전승을 기념하여 만든 곡입니다. 이 곡은 1880년에 러시아의 작곡자인 차이코프스키에 의해 작곡되어 모스크바의 그리스도교 중앙 대사원 앞의 광장에서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습니다.
초연 때는 큰북을 사용하지 않고 음향의 효과를 위하여 포병부대의 대포가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곡 중에는 프랑스의 국가인 <마르세예즈>와 러시아의 선율을 집어넣어 침공 당시의 절망적인 분위기와 승리, 그리고 프랑스의 패배와 러시아의 대승리를 대비시켜가며 연주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승리를 상징하는 대포 소리가 얼마나 웅장하고 감동적인지 마시던 커피잔을 손에서 떨어뜨릴 정도입니다.
클래식 음악 중에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에는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이 있습니다. 두 곡 모두 대단히 감동적이고 마음 한켠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곡들입니다.
저는 유럽의 역사와 현재의 상황을 중심으로 이 글을 시작했으나, 사실 유럽이라는 나라는 원래 민족이나 국가나 국경의 개념이 매우 희박한 대륙이었습니다. 왕조도 하나였습니다. 그러한 유럽에 민족이니, 내 국가니, 하는 개념이 생긴 것은 프랑스의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내 민족, 내 국가 개념이 태동한 것입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음악사에서는 국민주의(민족주의)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같은 분이 바로 국민주의(민족주의) 작곡가였습니다.
그러한 유럽 대륙이 EU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여 비교적 80여 년의 평화로운 세월을 지내더니 지금 다시 균열이 생기고,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으며, 영국을 시작으로 분열의 길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NATO는 종말을 향하여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없는 EU와 NATO는 과연 존립이 가능할까요?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발을 뺌으로써 유럽이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유럽 대륙이 다시 하나가 되어 공존하는 세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연주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com/watch?v=r92NiK08l6Q&si=8gWZrb_N17hDo_i9
글: 조기칠 목사/ 본지 클레식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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