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가의 중요한 행사가 열릴 때면 각 나라의 국가를 듣게 된다. 우리나라의 애국가가 연주될 때는 당연히 일어서서 가슴에 손을 얹거나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국가가 연주될 때는 진지하고 엄숙하게 그 연주되는 가사나 멜로디에 관심을 갖고 듣기도 하고 함께 노래하는 것이다.
[클래식산책] “복수 대신에 선택한 환상적인 음악” » 베를리오즈(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Op.14 (환상교향곡) »
음악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그 나라의 국가가 어떤 음악 스타일인지, 혹은 오케스트라 연주 등에도 관심을 갖는다.
이 세상에는 200여 개의 나라들이 있지만, 저마다 그 나라의 애국가를 가지고 있다. 가만히 각 나라의 국가들을 들어보면 저마다 각 나라들의 특성과 문화를 알 수 있다.
미국 국가는 웅장하고 화려하며, 일본의 국가는 마치 제사라도 드리는 듯한 엄숙함이 특징이라면, 이탈리아의 국가는 그들의 민족성인 마치 젊음을 폭발시켜버릴 듯한 정열이 들끓는다.
그러나 그중에서 음악적으로 최고의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국가를 한 곡만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프랑스의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꼽을 것이다. 가사에는 프랑스인다운 잔인함이 담겨 있지만, 멜로디만큼은 정말 아름답다.
그 곡에 담겨 있는 오케스트라의 화려함은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프랑스의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는 작곡가 베를리오즈가 편곡한 곡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마음이 우울할 때마다 베를리오즈의 음악에 많은 감동을 받고 힘을 내기도 했다. 베를리오즈는 프랑스인 작곡가 중에서 오케스트라 음악의 저명한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베를리오즈의 오케스트라 음악 중 가장 잘 알려지고 유명한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환상교향곡>이다.
“사랑에 번민하던 어떤 예술가가 격정적인 욕망의 발작을 참을 수 없어서 아편을 먹고 죽으려고 했다. 그러나 약의 양이 적어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게 된다. 꿈속에서 예술가의 사랑이 재현되는데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무서운 결말을 가져오게 된다.”
환상교향곡의 악보가 처음 출판되었을 때 악보 표지에 기록된 글이다. 바로 이 작품은 베를리오즈 자신의 체험을 근거로 한 작품이다.
베를리오즈는 프랑스의 리옹 부근의 작은 마을에서 명문가의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안에서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의사가 되어 가업을 잇기를 원했으나, 그는 그 길을 가지 않고 음악가의 길을 가게 된다.
특별히 음악가의 길을 가기 위해서 정규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성학, 작곡법 등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며 인정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가 24살 되던 해에 그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어느 한 여인을 짝사랑하게 된 것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주인공인 유명한 배우 엘리엇 스미드슨을 짝사랑한 것이었다.
당시엔 무명 작곡가에 불과했던 베를리오즈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상대였다. 스미드슨에게 반한 베를리오즈는 마치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는 매일매일 편지를 써서 보내지만 답장은커녕 외면과 절망스러운 소식만이 그의 귓전을 때리고…
그러다가 스미드슨의 사랑에 외면당하고 큰 상처와 절망을 한 베를리오즈는 결국 다른 여성에게로 옮겨갔다.
이번에는 젊은 피아니스트인 마리 모크라는 처녀를 사랑하며 청혼을 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베를리오즈의 청혼을 받지 않고 다른 남성과 약혼하고 만다. 이에 격분한 베를리오즈는 그녀의 약혼남과 어머니를 암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듯 청년 베를리오즈는 마치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정열의 화신으로서 미친 듯이 파리 시내를 휘젓고 다녔다. 이런 방황과 방랑의 시절에 계획했던 작품이 바로 <환상교향곡>이었다. 이렇게 해서 1830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던 음악이 <환상교향곡>이었다.
환상교향곡은 자신의 스미드슨을 향한 짝사랑과 절망에 빠져 자살을 결심하나 실패했던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모두 다섯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악장의 이름들이 표제적(제목을 붙임)이다.
▷ 제1악장: <꿈과 열정>-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젊은이의 모습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음악은 그런 애타게 기다리는 젊은이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안다. 기다림은 단순히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갈증과 떨림의 연속이다.
▷ 제2악장: <무도회> 이름 그대로 춤곡이다. 주인공은 무도회에 가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춤추고 있는 수많은 커플들 속을 헤집고 다니며 자기의 사랑하는 연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 제3악장: <들판의 풍경>-전원의 들을 가리키고 있으나, 평화스러운 전원의 들이 아니라 불안함이다. 그녀가 나를 버리고 떠나버릴지도 모르는 불안감, 이 곡의 핵심은 불안이다. 그리고 고독이다. 이런 주인공의 마음을 잉글리시 호른과 오보에와 비올라가 받쳐준다.
▷ 제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사형틀로 끌려가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그는 연인을 죽였던 것이다. 베를리오즈는 실제로 짝사랑했던 연인을 죽이려고 시도했었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다. 어두운 발자국을 연상시키는 격렬한 멜로디는 죽음의 공포를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 제5악장: <마녀의 밤, 축제의 꿈>-죽은 뒤에 저 세상에서의 축제를 표현한다.
우리는 노벨 문학상에 이어서 정명훈 씨의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있다. 지금도 1974년에 차이콥스키 음악 콩쿠르에서 수상하여 김포공항에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를 TV 중계로 지켜보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실 메이저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선출 소식이 있을 때마다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분이다. 그러나 이제는 연세도 있고 해서 안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2027년부터 새롭게 펼쳐질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음악 세계를 크게 기대한다.
오늘의 베를리오스의 환상교향곡은 정명훈 씨 지휘의 파리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의 연주를 올린다.
연주 동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5HgqPpjIH5c
글: 조기칠 목사/ 본지 클레식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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