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이야기 –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

‘부의 역사’란 표현처럼 이 책에서 다룬 것이 ‘역사’기에, 저자는 이를 서술하기 위해 유대인들의 뿌리가 되는 고대 이스라엘의 경제활동부터 살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경의 기록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살필 때는 구약성경이 해당 사료의 근간이 되기 때문...

[북스저널] 유대인 이야기 –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 » 홍익희 지음/ 출판사: 행성:B잎새  »

역사를 통해서 보면 기독교도들은 오랜 기간 대부분 문맹이었다. 성직자들만 글을 알았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글을 모르는 신자들을 위해《성경》의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성화(聖畫)가 발달했다. 반면 유대교는 고난과 수난의 역사를 거치면서 움직이는 종교로 탈바꿈을 했고, 종교를 지켜야 하는 책임 때문에 열세 살 때 성인식을 치르고 나면, 누구나 의무적으로《성경》을 읽어야만 했다. 유대인이 중세시대에 상업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세 유대 상인의 일상 업무 중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글쓰기였다. 그들은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통의 편지를 써야 했으며, 이에 더해 자신의 상업활동을 상세하게 장부에 기록해야만 했다. 물품을 받고 부칠 때 관련 증빙서류를 함께 동봉해야 했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목록을 작성하고, 수시로 시세를 파악해서 사업상의 동료나 랍비에게 보내야만 했다. – [책 내용 중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전쟁을 보면서, ‘저 전쟁은 돈과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돈과 아무 연관이 없는데, 저렇게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 전쟁을 벌일까요?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이란을 폭격하는 데 썼다는 비행기나 미사일은 그것을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저런 무기들은 만드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최첨단의 기술을 집약한 무기들이기에, 그것을 만든 후 그 무기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에도 꽤 많은 돈이 듭니다. 이란이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에 쏜 미사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저 전쟁은 저 나라들의 국정을 운영하는 최고책임자들이 ‘국익과 평화를 위한 전쟁’이란 미명으로 포장한 채,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정권의 유효기간을 더 연장하기 위해, ‘내가 너보다 더 좋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더 많아!’라고 서로 과시하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동안 유대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여러 권 발간됐지만, 이 책의 부제처럼 유대인들이 어떻게 ‘부(富)의 역사’를 만들었는지를 다룬 책은 많지 않습니다. 클라우제비츠가《전쟁론》에서 설파한 것처럼,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에서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전쟁은 정치의 한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정치를 움직이는 돈이 만들어 놓은 역사에 관한 일은 전쟁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전쟁에서 미국이 제공권을 장악한 첨단무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저 무기를 구매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는 뒷전에 밀어둔 채 중동 정세를 이야기하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형국이 됩니다.

유대인들이 부의 역사를 만든 것에는 역설이 있는데, 이는 그들의 종교적 정체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남자들이 글을 읽고 쓰는 것을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 중 하나로 취급했는데, 이는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살고 있으면서, 서로가 가진 정보에 의지해 부를 일구는 데 크게 이바지한 그들만의 전통입니다.

부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이런 종교성은 유대인들이 그들의 힘으로 국가를 통치할 때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이런 때는 유대인들만의 종교적 순수성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고난과 역경에 처할 때 유대인들은 그들만의 원칙을 고수하며, 종교적 경건함을 토대로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수시로 반복된 일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부유하게 돼 강력한 왕이 통치하거나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면, 어김없이 이교 숭배와 부패가 나타났습니다. 유대인들이 독립적인 통치 기구를 갖고 번영을 누리게 됐을 때는, 기묘하게도 주변 민족의 종교에 이끌려 종교적으로 타락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이 국가를 잃거나 외세의 지배를 받게 되면, 역으로 그들은 율법에 더 순종했고, 신을 경외하며, 종교적인 경건함을 토대로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유대인들의 부는 종교적 경건함과 더불어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무너진 후, 나비효과처럼 전 세계가 이 사태의 영향을 받아 침체의 늪에 빠졌을 때, 이 사태를 지켜봤던 저자의 생각도 담겨 있습니다. 저자의 주 관심사는 금융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인데, 이를 위해 저자는 금융산업을 창시하고 주도한 유대인들이 누구인지 책에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꾸려온 부의 실제적 역사를 경제사적 측면에서 이야기했습니다.

‘부의 역사’란 표현처럼 이 책에서 다룬 것이 ‘역사’기에, 저자는 이를 서술하기 위해 유대인들의 뿌리가 되는 고대 이스라엘의 경제활동부터 살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경의 기록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를 살필 때는 구약성경이 해당 사료의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미국의 링컨 대통령 암살에 관해 저자가 사건의 전말을 추론한 것이 있는데, 책 사이 사이에 있는 저자의 이런 해석은 이 책이 주는 별미입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소송을 무기로 유대인 연구를 감시하는 기관이 있다는 것입니다. 1913년에 설립된 유대인비방대응기구(Anti-Defamation League, ADL)는 미국 뉴욕에 본부가 있는데, 이로 인해 서구에서는 유대인에 관한 자료를 구하기 힘듭니다. 유대인에 관한 자료는 주로 유대인들이 쓴 것이고, 비유대인들이 쓴 책은 거의 없습니다. 1948년에 국가를 세우기 전에 먼저 저런 기관을 세운 그들의 집요함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유대인들은 종교적 생활이 가져온 실용적 소통을 기본으로 한 사회 시스템을 토대로, 유대교 경전을 통해 배운 경제적 가치와 경제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생활습관을 어릴 적에 가정에서부터 배웁니다. 더불어 이산(離散)의 역사가 준 교훈으로 강한 공동체적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그들이 가진 부와 권력을 지켜왔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유대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권력 집단이 됐고,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 자체가 하나의 기업이라고 봐도 되는 면이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우리가 유대인들과 그들이 일궈놓은 부의 역사를 모르면, 역사의 기저에 있는 큰 물줄기인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제대로 알기 힘듭니다. 게다가 현대는 금융산업이 주도하는 시대기에, 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경제 금융의 실체와 역사, 그리고 여기에 얽힌 유대인들의 경쟁력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현실입니다. 유대인이 보여준 금융 경쟁력과 부를 일궈온 그들의 사고방식이 우리에게도 귀한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필자 정이신(以信) 목사/ 본지 북스저널 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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