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지 않으리라!”

“나는 죽지 않으리라!” »  G. 말러, 교향곡 No.2 <부활> – 말러의 끊임없는 회의와 번민 그리고 갈등과 투쟁은 그 어떤 것-명상, 종교, 철학- 그 어느 곳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러한 회의와 갈등과 두려움이 교향곡 2번 <부활>을 작곡하게 된 동기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 모두가 일평생을 두고 생각하며 고민하는 주제일 것이다. 누가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


[클래식산책] “나는 죽지 않으리라!” »  G. 말러, 교향곡 No.2 <부활> » 글 조기칠 목사 »

인류 최대의 적은 누가 뭐라 해도 ‘죽음’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죽음이라는 괴물 앞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하면 좌절하고 절망하며 공포에 떤다.

이러한 가운데 스위스 출신의 정신의학자이자 임상 의학자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1924-2006)의 ‘임사 체험’ 임상 보고서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죽음과 부활이라는 문제를 학문적으로 그리고 임상 경험을 통해 정립했기 때문이다. 죽었던 자가 다시 살아나 자신의 죽음 경험을 알리며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간증은 사람들에게 지금도 큰 울림과 희망과 충격을 주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그의 생애 마지막까지 고뇌하며 씨름했던 작곡가가 있다. 바로 <구스타프 말러>이다.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겪었던 정신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의 인생에서 절대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죽음>이라는 거인이었다. 15세 때 그의 가장 사랑하는 동생 ‘에른스트’가 아버지가 경영하는 술집에서 죽는다. 그리고 29세 때는 그의 여동생이 암으로 죽는다. 35세 때는 남동생 ‘오토’가 권총으로 자살한다. 그를 따라다녔던 죽음이라는 거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결혼 후 어렵게 얻은 두 딸 역시 어린 나이에 죽게 된다. 이렇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일평생 그에게 깊은 트라우마가 되었고 그의 음악 세계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모든 음악 속에는 삶과 죽음과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몸부림이 구구절절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컸던지 그의 교향곡 1번을 “거인”이라고 이름 붙여서 죽음의 두려움을 표현할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그의 교향곡 2번인 \<부활\>을 통해서 그의 인생에 오랫동안 고뇌해 왔고 심각한 두려움과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던 죽음이라는 명제를 ‘부활 신앙’으로 과감히 이겨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그의 신앙적인 고백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작곡하기 전에 일찍부터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로 심히 고민하며 물었으며 이것은 그의 모든 음악세계의 초점을 이루게 되었다. 말러는 자신의 독특한 출신과 성장 환경 때문이었는지 일찍부터 인간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아주 깊이 심각하게 생각하였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그의 음악세계와 사고의 틀을 형성하게 되었다.

. 이 인생은 내가 원하던 것인가?
.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의 창조물인 인간이 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인생은 과연 죽음으로 끝나버리는 존재인가?

말러의 끊임없는 회의와 번민 그리고 갈등과 투쟁은 그 어떤 것-명상, 종교, 철학- 그 어느 곳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이러한 회의와 갈등과 두려움이 교향곡 2번 \<부활\>을 작곡하게 된 동기이다. 그는 이 작품을 작곡하는 내내 죽음이라는 명제 속에서 시달리다 못해 겨우 죽음의 색채가 농후한 제1악장만을 써놓고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때 그의 존경하는 선배인 한스 폰 뷜러가 죽어서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그날 그는 독일 시인이었던 ‘클로크슈토크’의 시에 의한 <부활>이라는 합창을 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한 큰 충격을 받고 작곡의 영감을 얻는다.

이 곡은 전체가 5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인데 제1악장은 ‘죽음’에서 시작하여 그 주제가 전곡을 관통한다. 그리고 제2악장의 느린 부분은 죽은 자가 살았을 때의 ‘회상’, 제3악장에서는 과거 인생에서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묘사하면서 제4악장으로 넘어가는데 알토의 음성으로 “사람은 고난 가운데 있으며 고통 속에서 인간은 존재한다!”라는 대단히 비장하고 엄숙함을 토해낸다. 그리고 마지막 5악장에서 드디어 “나는 죽지 않으리라!”를 외치면서 유한하고 연약한 인간임에도 다시 삶에 대한 무한 생명에 대한 희망과 신앙을 노래한다. 마지막 피날레에 “부활하라, 부활하라, 용서받을 것이다!”라는 소프라노와 알토가 가세하는 감동적인 대합창부는 이 교향곡의 압권이다.

맺는 말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우리 모두가 일평생을 두고 생각하며 고민하는 주제일 것이다. 누가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말러에게 있어서의 죽음은 어린 시절부터 늘 삶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그의 인생의 무거운 짐이었고 트라우마였으며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거인과 같은 존재였다. 14명의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던 말러는 이미 어린 소년 시절에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남동생 4명과 여동생 1명)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눈으로 보아야만 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15살 때 일어난 바로 밑의 동생인 에른스트의 죽음은 그에게 평생 씻어지지 않는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

더구나 그가 교향곡 2번의 제1악장을 작곡한 후에도 끊이질 않는 그 죽음은 부모님과 남은 여동생 모두를 그 죽음은 데려가고 만다. 아마 그 사건이 교향곡 2번의 1악장을 작곡한 후에 2악장을 작곡하지 못한 이유가 되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부활>이라는 한 편의 시는 그를 죽음의 공포로부터 구원해낸 것이다. 그는 마지막 5악장의 부활의 노래에서 이렇게 외친다.

“오 고통, 모든 것에 스며있는 그것!
너로부터 이제 벗어났도다!
오 죽음, 모든 것의 지배자,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
다시 일어나라, 그래 다시 일어나라!
내 심장이여, 단번에!
네가 위하여 싸웠던 그것,
그것이 너를 하나님께로 인도하리라!”

연주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com/watch?v=Nkx1gQyfKJc&si=JH4Qn5iVTaq9yOol

글: 조기칠 목사/ 본지 클레식 음악 칼럼니스트

◙ Now&Here©ucdigiN(유크digitalNEWS)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