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선교목회: 서번트 리더십과 기정학 시대의 분권형 사역으로

이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geopolitics)에서 ‘기정학’(technopolitics)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목해야 한다. 기정학이란 기술(Technology)과 정치·사회 구조(Governance)가 결합하여 영향력과 권력이 형성되는 새로운 지형을 말한다. 이제 선교와 목회의 무대는 더 이상 지리적 국경만이 아니다...

[시대조망] 미래 선교목회: 서번트 리더십과 기정학 시대의 분권형 사역으로 » 김태연 교수 »

기독교가 고대 로마를 뒤흔든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신을 전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 로마 사회의 중심에 있던 그리스·로마 신화는 왕권과 힘, 영광을 찬미했지만, 기독교는 그 정반대의 리더십을 제시했다. 그것은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의 서번트 리더십이었다. 권력을 움켜쥐는 대신 자신을 내어주고, 높아지는 대신 낮아지며, 다스리는 대신 섬기는 그 길이야말로 세상을 뒤집는 ‘낯선 힘’이었다.

한국 교회의 부흥에도 유사한 패턴이 있었다. 복음이 처음 들어왔을 때, 한국 사회에 기독교는 낯선 종교였다. 그러나 미국제 복음주의가 제공한 조직력, 교육, 의료, 자본, 그리고 선교 열정이 한국 교회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특히 ‘성공과 축복’의 메시지는 산업화·도시화 시기의 한국인에게 강력한 매력을 주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념의 대결로 4분5열이 되었으니, 번영 신학의 한계를 넘어, 성숙과 순교적 증언이라는 더 깊은 부르심으로 나아가야 하는 onething으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이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정학’(geopolitics)에서 ‘기정학’(technopolitics)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목해야 한다. 기정학이란 기술(Technology)과 정치·사회 구조(Governance)가 결합하여 영향력과 권력이 형성되는 새로운 지형을 말한다. 이제 선교와 목회의 무대는 더 이상 지리적 국경만이 아니다. 아브라함 카이퍼가 말한 영역주권론에 기초하여 유튜브, 메타버스, 메시징 앱과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가 새로운 ‘영적 영토’가 되었다. 선교 대상은 특정 국가나 도시만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형성되는 플랫폼 공동체다.

이러한 기술 지형에서는 중앙집권적 목회 구조가 한계를 보인다. 지시와 자원이 서울과 대형교회 중심에서 내려오는 구조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대신, 분권형 선교목회가 요구된다. 이는 ‘타원의 두 초점’ 모델과 같다. 한 초점은 지역성(Locality) — 각 지역의 문화, 언어, 상황에 맞춘 깊이 있는 사역이다. 다른 초점은 네트워크성(Networkity) — 전 세계를 연결하는 디지털 콘텐츠, 자원 공유, 협력 네트워크다. 이 두 초점을 동시에 유지할 때, 교회는 현장의 뿌리와 세계적 확산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성경적으로 보아도, 우리는 지금 요한계시록 5–6장의 시대와 같은 상황을 살고 있다. 어린양이 두루마리를 열어 역사의 비밀과 구속을 드러내는 5장은, 복음의 절대 주권을 상기시킨다. 이어지는 6장의 봉인과 환난은 전쟁, 기근, 죽음, 혼란을 묘사한다. 현대판 네 말은 무력 충돌, 경제 위기, 팬데믹, 기후 재난, 그리고 데이터·정보 전쟁의 형태로 달려오고 있다. 이때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 진리를 잃지 않는 순교적 증언을 회복하는 것. 둘째,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디지털 사역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실천적으로, 미래 선교목회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교회의 기술 지형 분석이 필요하다. 성도들이 사용하는 기기, 앱, 플랫폼, 그리고 이들이 속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지도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 네트워크와 초지역 네트워크의 동시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오프라인 소그룹과 온라인 글로벌 그룹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셋째, 목회자와 평신도가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문인이니 새시대의 국민인 전문인이 되어 IT 훈련이 필수다. AI 활용, 메타버스 사역, 디지털 콘텐츠 제작 능력은 현대 선교의 ‘문해력’이다. 넷째, 국제 평화 신학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핵무기 철폐, 종족 학살 금지, 지구온난화 방지같은 이슈에 신학적·윤리적 기반을 갖고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순교적 제자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고난과 희생을 회피하는 신앙이 아니라,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예수의 증언적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

결국, 미래 선교목회는 국경과 지리를 넘어 기술 네트워크 위에서 서번트 리더십을 구현하는 일이다. 이것이 기정학 시대의 새로운 사역 지형이다. 십자가의 섬김과 희생이 디지털 플랫폼 속에서 살아 숨 쉴 때,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메타 교회는 요한계시록의 환난 속에서도 여전히 세상을 향해 강력한 ‘독특한 예수 종교’로 존재할 수 있다.

필자 : 김태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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