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저널] 성령강림의 의미! » Die Bedeutung der Ausgießung des Heiligen Geistes » 행2:1-4 / 성령강림절설교 새벽묵상 »
어느 겨울날, 초등학교 교실에서 국어 수업 도중 교사가 아이들에게 물었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물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한 아이는 맑은 눈으로 이렇게 답했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오지요.”
전자는 물리적 현실을 반영한 정확한 대답이었고, 후자는 계절의 순환과 희망을 예감한 시적 통찰이었다. 같은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미의 지평은 전혀 다르게 펼쳐진다. 성령강림에 대한 해석도 이와 같다. 단지 과거의 사건으로만 이해할 수도 있고, 아니면 오늘도 계속되는 하나님의 임재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 차이는 너무 크다.
▮ 때가 충만하여 오신 성령님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행 2:1). 여기서 ‘이르매’에 해당하는 헬라어 ‘플레로오’(πληρόω)는 ‘충만하다’, ‘완성되다’라는 뜻이다. 독일어 성경은 이를 „erfüllt war“(가득 찼다)로 번역했다. 성령의 강림은 임의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경륜이 성취된 정확한 순간에 이루어진 예정된 사건이었다.
구약의 절기 중 칠칠절(오순절)은 유월절 후 50일째 되는 날로, 시내산에서 모세가 율법을 받았던 날이기도 하다. 그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말씀을 주셨다면, 신약의 오순절에는 하나님께서 직접 임재하사 성령을 부으셨다.
이는 구약 율법의 시대를 종결하고, 성령의 시대, 은혜와 공동체의 시대를 여신 사건이다.
▮ 성전이 아닌 다락방에 임하신 성령님
성령께서 왜 예루살렘 성전이 아닌 마가의 다락방에 임하셨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율법에 따라 철저히 운영되던 헤롯 성전은, 예수께서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리라”(요 2:19)고 하셨듯, 더 이상 하나님의 임재가 거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예수님의 그 말씀은 자신의 육체, 즉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이로써 하나님께서는 성전 중심의 시대를 끝내시고, 교회 공동체 중심의 시대, 곧 성령의 통치를 시작하신 것이다. 이제는 율법이 아닌 성령께서 하나님의 백성을 인도하시며, 교회가 하나님의 새로운 성전이 되었다.
▮ 공동체와 개인 모두에게 임하신 성령님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각 사람 위에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임하여…”(행 2:2–3) 성령은 공동체 전체에 임하셨고, 동시에 각 성도 개인에게도 임하셨다. 이는 교회와 성도가 분리될 수 없는 하나님의 질서를 상징한다.
이 장면에서 자주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성령은 ‘불’이나 ‘바람’ 그 자체가 아니라, 불같이, 바람같이 임하신다고 기록되어 있다. 성령은 인격적 존재이지, 현상 그 자체는 아니다.
교회 없는 성도는 있을 수 없고, 성도 없는 교회도 존재할 수 없다. 성령은 교회 공동체 안에, 그리고 그 구성원 하나하나 안에 동시에 임하심으로, 하나님의 백성은 공동체적 존재이자 인격적 사명의 주체임을 분명히 하셨다.
▮ 전도와 선교의 방향성을 드러내신 성령님
사도행전 2장의 성령강림 사건에서 나타난 대표적 표징은 ‘방언’이었다. 여기서 사용된 헬라어는 ‘디알렉토스’(διάλεκτος)로, 이는 단순한 영적 방언이 아니라 ‘언어’, ‘국어’, 즉 각 나라의 실제 외국어를 뜻한다.
독일어 성경도 이를 „zu predigen mit anderen Zungen“(다른 언어로 설교하다)로 번역하였다. 즉, 성령이 임하시자 제자들은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열방의 언어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복음을 선포한 것이었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성령강림은 자기 내면의 체험에 머물지 않고, 복음의 확장을 위한 능력의 사건이자 선교적 사건이었다.
▮ ‘또 다른 보혜사’로서 오신 성령님
예수께서는 성령을 ‘또 다른 보혜사’(ἄλλον Παράκλητον, 알론 파라클레톤)라 부르셨다. 이는 ‘전혀 다른 분’이 아니라 ‘본질은 같되 인격은 구별된 다른 보혜사’를 의미한다. 예수님은 첫 번째 보혜사이시며, 성령은 예수의 사역을 이어가시는 동일 본질의 하나님이시다.
성부는 창조를, 성자는 구속을, 성령은 성화와 교회를 주도하신다. 오늘날 우리는 성령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께 삶의 주도권을 맡길 때, 그분의 인도하심 아래 성령의 열매가 맺혀지는 신자의 삶이 가능해진다.
▮ 맺음말 – 여전히 우리 가운데 임재하시는 성령님
성령강림은 단지 사도행전 2장의 역사적 사건만이 아니며, 오늘도 하나님의 백성 위에, 그리고 교회 가운데 살아 역사하시는 실재의 임재이다. 성령은 계시의 완성과 함께 말씀을 조명하시고, 우리의 삶을 진리 가운데로 이끄시며,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세워 가신다.
성령의 신비는 이해의 대상이기 이전에, 경험과 순종의 대상이다. 성령께 삶을 열어드리는 자에게, 그분은 말씀하시고 인도하시며 변화시키는 역사를 나타내시는 분이시다.
필자 한은선 목사/ 베를린선교교회 담임목사 / 코스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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