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예수님의 주기도문, 유대 기도문학, 그리고 팔복의 병행 구조

이 책의 여정은 팔복에서 시작되어, 아가다와 할라카, 성전과 회복, 여인들과 제자도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이제 ‘기도’라는 가장 내밀한 영적 자리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실상은 끝이 아닙니다. 주기도문은 하나님 나라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다시 그 문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설 것인가? ...

[영성계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예수님의 주기도문, 유대 기도문학, 그리고 팔복의 병행 구조-15 » 부제: Shemoneh Esrei와 예수님의 기도,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팔복의 선포를 통한 유대적 기도 전통의 회복과 성취 » Our Father in Heaven: The Lord’s Prayer, Jewish Liturgical Parallels, and the Structural Harmony with the Beatitudes » Subtitle: A Rabbinic Reconnection: The Amidah (עמידה), the Lord’s Prayer, and the Beatitudes in the Light of First-Century Jewish Worship and the Kingdom of God

Contents

<글을 시작하면서: 기도의 심장을 다시 듣다>

주기도문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마치 메마른 광야에서 오래 잊혀진 우물 하나를 발견하는 것과 같습니다. 신학자와 역사학자, 시인과 목회자, 그리고 기도의 사람들 모두가 이 짧고도 깊은 문장에서 들려오는 하늘의 숨결을 듣고자 귀를 기울여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주기도문을 단지 암송용 기도로 보는 오래된 틀을 넘어서,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들에게 남기신 하나의 ‘하늘나라의 선언문’, ‘공동체 윤리의 압축된 설교’, ‘회당 전통에서 우러난 유대 기도의 정수’로 새롭게 듣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다시금 이 기도를 고찰하려는 이유는 단순한 해석의 갱신 때문이 아닙니다. 주기도문은 더 이상 낯설게 들려야 하며, 동시에 깊숙이 익숙하게 다가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기도는 예수님께서 팔레스타인의 언덕과 회당, 가버나움과 나사렛의 골목길, 산과 들에서 제자들과 함께 읊조리신 히브리어와 아람어의 시(詩)이며,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삶의 호흡이기 때문입니다.

헬라어와 라틴어를 통해 전승된 기도문 뒤에 숨겨진 원래의 언어, 히브리어와 아람어는 단어 하나, 구조 하나 속에 시적 운율과 예배적 깊이를 담고 있으며, 그 기도의 몸통은 아미다 (עמידה)와 카디쉬 (קדיש)의 줄기에서 흘러나온 샘물이었습니다. 이 기도는 단순한 신앙 고백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며 살아가던 유대 백성의 마음과 눈물, 소망과 영적 갈망을 담아낸 시대적 울림이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새롭게 열어 주신 구속사의 패러다임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글은 복원된(가설적 재구성) 히브리어 주기도문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기도가 유대교 전통 안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며, 또 어떻게 그것을 넘어선 새로운 시대의 공동체 윤리와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선포하는지를 함께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 기도 속에는 단지 말이 아닌, 고대의 숨결과 하늘의 통치가 흐르고 있음을 함께 발견하기를 소망합니다. 물론 히브리어 기도문으로 재구성했지만 예수님께서는 구어체인 아람어를 사용하셨기에 아람어로 된 주기도문도 존재하였음을 주지해야 합니다.

<유대 전통과 예수님의 기도: 주기도문이 태어난 시간과 땅>

주기도문은 단순한 기도 이상의 것입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여, 예수님의 입을 통해 발설된 하나님 나라의 핵심이며, 유대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기도문입니다. 우리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첫 구절에서부터 이미 그 유대적 배경과 음운적 리듬, 그리고 예수님의 시대적 뿌리와 마주하게 됩니다.

기독교 전통은 종종 주기도문을 새로운 계시로 보아 왔지만, 그것은 뿌리 없이 솟아오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기도는 랍비 유대교의 대표적인 기도인 Shemoneh Esrei—즉, 아미다(Amidah) 혹은 열 여덟 가지 축복 기도—의 흐름과 내용을 반영하며, 예수님의 제자들이 익숙히 외우던 시두르(Siddur) 기도의 맥락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기도문을 가르치신 순간은 단순한 교리 교육이 아니라, 유대인의 삶 속에서 늘 드려지던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 사이의 역사적 순간에 그려진 새로운 빛의 선포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의 아버지께 향한 유대 전통의 기도 언어를 그대로 받되, 거기에 자신의 하나님 나라 선포와 제자도를 결합시키셨습니다.

주기도문의 구조는 놀랍도록 Shemoneh Esrei와 병렬을 이룹니다. 예를 들어, 주기도문의 전반부인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는 아미다의 첫 번째 축복인 “조상의 하나님을 찬송함”과 연결됩니다. “나라가 임하시오며”는 아미다 중간 부분의 메시야 도래를 간청하는 기도와 구조적 병행을 이룹니다. 이러한 병행 구조는 단순한 문학적 유사성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유대 전통 속 기도의 정수를 자신의 가르침으로 재조명하신 신학적 행위였습니다.

무엇보다 주기도문은 시편, 아미다, 시두르, 그리고 베라카(blessing)의 형태 속에 존재하던 유대 기도 문법을 따라 흐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어떤 ‘새로운 기도’를 발명하신 것이 아니라, 이미 익숙한 기도의 리듬 위에 하나님 나라의 신학을 심으신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기도문은 예수의 입술을 통해 새롭게 ‘선포된 옛 기도’이며, 동시에 ‘깊어진 계시의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분께 “주여,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옵소서”라고 요청했을 때, 이는 단순히 기도의 방법이 아니라, 삶의 중심,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내면의 울림을 배우고자 하는 깊은 갈망이었습니다. 그 갈망에 대한 예수님의 응답은 곧, 하늘을 향해 열려진 유대인의 전통과 하나님 나라 백성의 정체성을 하나로 잇는 성령의 문장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기도의 리듬과 구조, 그리고 신학적 울림을 따라가며, 예수님께서 어떠한 문맥에서 이 기도를 주셨는지를 랍비 유대교의 기도 전통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이 여정은 단순히 신학적 비교를 넘어, 예수님의 기도가 어떻게 유대적 삶 속에서 피어난 꽃이자, 그 꽃을 통해 다시금 성령의 열매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하는 믿음의 길이 될 것입니다.

<랍비 유대교의 기도 유산: 시두르와 쉐모네 에스레이>

주기도문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대인의 기도 전통, 특히 시두르(Siddur)와 쉐모네 에스레이(Shemoneh Esrei)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예수님은 새로운 기도를 창안하신 것이 아니라, 1세기 유대인의 경건과 예배의 맥락 속에서 기도하셨고, 가르치셨습니다. 이 장에서는 주기도문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쉐모네 에스레이의 구조와 의미, 그리고 그 기도 문맥이 주기도문과 어떻게 병행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시두르(Siddur (סידור)): 기도 전통의 뼈대

시두르는 유대교의 정기 기도서로, 일일 예배 뿐 아니라 안식일과 절기, 회당과 가정의 기도를 위한 체계적 기도문이 수록된 책입니다. 시두르는 유대인의 삶 전반을 기도로 감싸는 틀이며, 모세 오경과 시편, 선지서에서 비롯된 찬양과 간구, 회개와 소망의 언어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의 시대에도 시두르의 형태는 구전되었고, 주로 암송되며 회당 예배와 일상 경건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당시 신실한 유대인은 하루에 세 번—아침, 오후, 저녁—정기적으로 기도했고, 이 기도 중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쉐모네 에스레이였습니다.

2. 쉐모네 에스레이(Shemoneh Esrei (שמונה עשרה, Amidah (עמידה))): 서서 드리는 18개의 축복

“쉐모네 에스레이”는 히브리어로 ‘열여덟 개’를 뜻하며, 원래는 18개의 축복 기도문으로 구성된 중심 기도입니다. 후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 총 19개가 되었지만, 여전히 ‘18’이라는 명칭으로 불립니다. 이 기도는 유대인의 예배 중 가장 거룩한 순간에 바쳐지며, 신자와 하나님 사이의 직접적이고 인격적인 만남을 추구합니다.

쉐모네 에스레이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 첫 부분 (1–3번째 축복): 찬양의 축복 (Praise Blessings)
하나님을 조상들의 하나님, 능력의 하나님, 거룩하신 하나님으로 고백하며 시작합니다. 이 부분은 주기도문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와 구조적으로 상응합니다.

• 중간 부분 (4–16번째 축복): 간구의 축복 (Petition Blessings)
지혜, 회개, 용서, 구속, 병자 치유, 경제적 복, 정의 실현, 메시아 도래, 예루살렘 회복 등, 구체적이면서도 공동체적 관심사를 담은 간구입니다. 이 부분은 주기도문 중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이하의 요청들과 연결됩니다.

• 마지막 부분 (17–19번째 축복): 감사의 축복 (Thanksgiving Blessings)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마무리합니다. 이는 주기도문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는 마침 구절과 공명합니다.

3. 쉐모네 에스레이와 주기도문의 병행 구조

쉐모네 에스레와 주기도문은 단지 구조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깊은 공통점을 가집니다. 주기도문과 쉐모네 에스레(Amidah)의 구조적 비교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찬양의 부분에서는,
쉐모네 에스레이는 “조상의 하나님”과 “거룩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시작합니다.
이에 대응하여 주기도문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하나님을 향한 찬미로 시작합니다.
2. 왕국에 대한 기도에서는,
쉐모네 에스레이가 “메시아와 예루살렘의 회복”을 간구하는 반면,
주기도문은 “나라가 임하시오며”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 도래를 간청합니다.
3. 뜻에 관한 구절에서는,
쉐모네 에스레이는 “하나님의 뜻과 율법의 실현”을 중심으로 하며,
주기도문은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로 표현됩니다.
4. 일용할 양식의 간구에서,
쉐모네 에스레이는 “풍요와 공급”을 요청하며,
주기도문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는 구체적인 간청을 담고 있습니다.
5. 용서에 있어,
쉐모네 에스레이는 “죄 사함의 축복”을 기도하며,
주기도문은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로 응답합니다.
6. 인도와 보호의 요청에서는,
쉐모네 에스레이가 “유혹과 악으로부터의 보호”를 간구하는 것처럼,

주기도문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로 동일한 간구를 표현합니다.
예수님의 주기도문은 쉐모네 에스레이의 압축된 형태이자, 하늘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그 핵심을 재정의한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예수님의 기도와 유대 전통의 창조적 계승

예수님은 유대인의 경건한 기도 전통 속에서 자라났으며, 쉐모네 에스레를 직접 암송하며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은 단순한 반복을 넘어서, 기도의 중심을 하나님 아버지와의 인격적 관계에 두셨고, 형식보다 진심, 율법보다 은혜, 율례보다 사랑을 강조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주기도문은 쉐모네 에스레에 대한 대치가 아니라, 계승과 갱신의 언어이며, 공동체 기도에서 인격적 만남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동시에, 이 기도는 단지 개인의 기도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한 제자 공동체의 공적 기도이며, 선교적 기도의 모형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주기도문을 통해 이렇게 기도하라고 하신 부분에 대해서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비교 분석을 한 후 아래에서 결론적으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랍비 유대교가 배제된 채 연구되어 온 주기도문의 역사>

주기도문(Lord’s Prayer)은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널리 암송되고 사랑받는 기도 중 하나이지만, 지난 2천 년 동안 그 연구와 해석은 유대교의 본래 맥락(Rabbinic Judaism, 특히 Kaddish 및 Amidah와 같은 전례 기도)에 대한 인식 없이 진행되어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래에서는 그 역사적 과정을 시기별로 설명하고, 왜 이러한 유대적 배경이 오랫동안 간과되었는지를 밝혀보겠습니다.

1. 초기 교부 시대 (2~5세기): 탈유대화와 알레고리적 해석

• 배경: 2세기 이후, 교회는 점차 유대교와의 분리를 강화하면서 반유대적 정서를 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70년 예루살렘 성전 파괴 이후 유대교와 기독교는 갈라지며 교부들은 유대 관습을 기피하였습니다.
• 결과: 주기도문은 유대적 기도 전통의 산물이 아니라, ‘예수님의 독창적인 개시’로만 간주되었습니다.
• 주요 해석:
   o 오리겐(Origen), 터툴리안(Tertullian),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등은 주기도문을 주로 윤리적 또는 영적 훈련의 틀 안에서 해석했습니다.
   o 예를 들어, “일용할 양식”을 성찬, 말씀 또는 내면의 은혜로 알레고리화 하였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유대 전례(Kaddish, Amidah)와의 연관성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2. 중세 시대 (5~15세기): 신비주의적, 교리적 해석의 확대

• 스콜라 신학자들 (토마스 아퀴나스 등)은 주기도문을 교리적 구조로 분석했습니다.
• 주된 관심사는 삼위일체, 은혜, 죄의 사유 등 신학 체계 내에서 주기도문을 정교화하는 것이었습니다.
• 하지만 이 시기에도 여전히 유대적 기원이나 히브리어 배경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 유대인은 종종 ‘예수를 죽인 민족’으로 비난 받았으며, 유대 문헌을 연구하는 것은 이단으로 여겨졌습니다.

3. 종교개혁기 이후 (16~18세기): 성경중심 회귀와 해석의 개신

• 루터와 칼빈은 주기도문을 소중히 여기며 직접적인 의미 중심으로 접근했지만, 여전히 유대교적 관점은 제한되었습니다.
• 개신교는 성경적 문법적 해석을 중시했지만, 당시에는 Rabbinic Hebrew나 탈무드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었습니다.
• Kaddish나 Amidah에 대한 연구는 기독교 내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4. 19세기~20세기 초반: 비평학의 발전, 그러나 유대적 기원은 여전히 무시

• 성서 비평학과 고문서 연구가 발전하면서 주기도문의 비교연구가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헬라적/로마적 배경이 강조되었습니다.
•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예수님’은 철학적 스승으로 묘사되었고, 그 기도는 보편 종교성의 표현으로 해석되었습니다.
• 유대 문헌은 예수와 대조되는 종교적 율법주의의 대표로서 이해되었습니다.

5. 20세기 후반 이후: 유대적 배경의 회복과 재발견

• Holocaust 이후 유대-기독교 대화의 회복이 이루어지며, 랍비 문헌 및 유대 전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 Dead Sea Scrolls (사해문서)의 발견, Second Temple Judaism 연구의 폭발적 성장, Rabbinic Judaism과의 비교신학이 점차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대표적 연구자들:
   o Brad H. Young – Jesus the Jewish Theologian (1995)
   o David Flusser – Jesus (유대 랍비적 관점에서 예수를 해석)
   o Leo Michel Abrami – The Jewish Origins of the Lord’s Prayer
   o David Bivin & Joshua Tilton – 예수의 히브리어적 기도 복원
   o Judith H. Newman, Marc Turnage, Eliyahu Lizorkin-Eyzenberg 등

왜 그동안 유대적 배경이 무시되었는가?

1. 반유대주의적 신학: 교회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대교와의 분리로 확립하고자 했습니다.
2. 랍비 문헌에 대한 무지: Mishnah, Talmud, Midrash 등은 라틴어와 헬라어 교육을 받은 신학자들에게 접근 불가능했습니다.
3. 신학적 독점 욕구: 예수님의 가르침은 완전히 새롭고, 기존의 전통과 단절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4. 현대 이전의 자료 접근성 부족: Qumran 문서, 고대 시리아 사본, 중세 유대 자료에 대한 비평학적 접근은 20세기 중반 이후에나 가능 해졌습니다.

주기도문은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도가 아니라, 1세기 갈릴리 랍비이신 예수님께서, 당시 유대인들이 매일 바치던 전례 기도를 바탕으로, 종말론적 메시지를 담아 재구성한 유대적 기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천 년간의 신학 전통은 이를 대부분 비유대적, 교리 중심, 알레고리 중심으로 해석해왔습니다.
이제는 회복의 시간입니다. Kaddish, Shemoneh Esrei, 시편, Qumran 기도문, Tosefta, 미쉬나 등을 통해 주기도문의 본래 울림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수의 진정한 유산을 이해하고, 유대-기독교의 연결을 회복하는 가장 풍성한 길입니다.

<랍비 유대교와 주기도문 비교 연구의 새로운 지평들>

지난 2천 년 동안 서구 신학계는 주기도문을 랍비 유대교적 맥락 없이, 주로 라틴 전례나 교부적 해석 전통에 따라 이해해 왔습니다. 알레고리적 해석과 교리 중심적 접근은 주기도문이 가진 유대적 기도 문학 구조, 언어의 리듬, 예배적 문맥을 간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과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주기도문을 유대교 전통―특히 카디쉬(Kaddish, קדיש), 아미다(Shemoneh Esrei), 회당 예배 기도와 비교하며 그 본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학자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이들은 주기도문이 예수님의 독창적 창작이 아니라, 1세기 유대 라비 전통의 문맥 안에 있는 계승적 기도문임을 강조합니다.

다음은 이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주요 학자들과 그 저작, 논문입니다:

1. Brad H. Young

• 저서: The Jewish Background to the Lord’s Prayer (1984, Center for Judaic-Christian Studies)
• 핵심 주장: 주기도문은 히브리어 및 아람어로 구성된 유대 기도 문학의 원형을 따르며, 특히 아미다와 병렬 구조를 갖습니다.
• 특징: 팔복(마 5:3–10)과 주기도문의 공통된 베라하(Berakhah) 구조를 분석하며, 리듬과 시적 구조에 주목합니다.

2. David N. Bivin & Joshua N. Tilton

• 논문 시리즈: The Lord’s Prayer: A Hebrew Reconstruction (Jerusalem Perspective)
• 핵심 주장: 주기도문은 예수 당대에 통용된 히브리어 또는 아람어 구두 전승을 반영하며, 아미다와의 문법적, 구조적, 어휘적 유사성을 지닙니다.
• 연구 방식: 원형 히브리어 문장의 재구성과 더불어, 카디쉬 및 테필라(기도)의 리듬적 운율을 비교 분석합니다.

3. Judith H. Newman

• 논문: Teaching Prayer in Early Judaism: Contextualizing the Lord’s Prayer in Early Jewish Thought and Practice
• 핵심 기여: 주기도문을 초기 유대 공동체의 공예배와 회당 중심 기도 체계 안에 배치. 특히 카디쉬와 아미다의 도입부와 예배 전통 속 구조를 조명합니다.
• 특징: 제2성전기 유대교에서의 기도 교육과 훈련 방식과 주기도문의 연결점 제시합니다.

4. Leo Michel Abrami

• 저서: The Jewish Origins of the Lord’s Prayer (출간처: Academia.edu 등)
• 주요 분석:
   o 주기도문은 카디쉬의 열망 구조(이름 거룩함, 나라 임함, 하나님의 뜻 실현)와 밀접히 연결됩니다.
   o 결미(doxology)인 “For yours is the kingdom…” 또한 유대교 기도문 구조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으로 해석합니다.
• 특징: 아미다의 초기 베라하들과의 문학적 병렬 구조를 통해 주기도문을 해석합니다.

5. Eliyahu Lizorkin-Eyzenberg

• 논문/기사: Does the Lord’s Prayer Have Jewish Liturgical Roots? (Israel Bible Center, 2019)
• 기여: 주기도문 각 구절에 Avinu Malkeinu, Kaddish, Amidah, Tefillah 등의 구절이 반영되어 있음을 분석합니다.
• 특징: 구절 간 병렬성과 삼중 찬양 구조 등 유대 전통의 형식성을 강조합니다.

6. Marc Turnage

• 논문: The Essence of Jesus’ Model Prayer in the Context of First-Century Judaism
• 기여: 주기도문의 본질을 1세기 유대인의 예배 패턴 속에 위치시킵니다ㅏ.
• 특징: 특히 넷째 및 다섯째 구절에서 아미다의 베라하와의 병렬성을 중점 분석합니다.

아주 최근에 이루어진 이러한 학자들의 종합적 평가 및 신학적 의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Brad H. Young과 Bivin & Tilton은 주기도문이 단순한 신약적 창작이 아니라, 히브리어/아람어 기도문학의 재구성된 형태라는 점을 학문적으로 규명하였습니다.

• Leo M. Abrami는 카디쉬와 아미다, 그리고 유대인의 예배 언어가 어떻게 예수님의 기도 속에 반영되었는지를 문장 단위로 조밀하게 비교하였습니다.

• Judith Newman은 주기도문이 초기 회당 예배와 교훈적 기도로서 기능했음을, E. Lizorkin-Eyzenberg와 Marc Turnage는 각 문장의 신학적 기능과 문학적 병렬성을 밝힘으로써 그 기도의 유대적 뿌리를 확증했습니다.

이와 같이 주기도문은 단순한 개인적 기도문 이상의 것으로, 1세기 유대교 회당 예배의 구조와 언어를 깊이 계승한 랍비 유대교적 기도문입니다. 예수님은 새로운 기도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유대 전통 안에서 아버지를 부르는 기도의 혁신적 깊이를 선포하셨으며, 그 구조와 메시지는 지금도 기독교와 유대교의 전례적·신학적 대화의 가교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들 학자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연구를 한 학자 몇 명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 좀 더 깊은 주기도문 연구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레오 아브라미의 주기도문의 유대교적 기원 연구>

Leo Michel Abrami의 「The Jewish Origins of the Lord’s Prayer」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주기도문(Lord’s Prayer)이 1세기 유대교의 기도문—특히 카디쉬(Kaddish)와 아미다(Amidah, 또는 Shemoneh Esrei)—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래에 주기도문의 각 구절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Abrami의 핵심 논지와 함께 랍비 유대교의 전통 기도 카디쉬 그리고 아미다와 주기도문 기도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필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레오 아브라미가 그의 논문 “The Jewish Origins of the Lord’s Prayer”에서 제시한 주요 병행 개념과 문구들을 참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이 주기도문을 좀 더 깊게 이해하도록 아브라미의 원문 외에 추가적 확장 및 재구성으로 다음 글을 이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는 Abrami가 정리한 병행 항목 외에도, Kaddish, Amidah, Talmudic context, 히브리어 원문과 음운, 그리고 1세기 유대교의 기도 전통에 대한 설명은 제가 보완적 분석과 주석을 더하여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기에 본 글은 Abrami의 논문을 기반으로 독자들이 더 깊고 넓게 이해하도록 한 재구성입니다.

1.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Avinu shebashamayim – אָבִינוּ שֶׁבַּשָּׁמַיִם)

• 유대 전통:
• Avinu Malkeinu – אָבִינוּ מַלְכֵּנוּ
(“우리 아버지, 우리 왕”)
• 카디쉬(Kaddish):
יִתְגַּדַּל וְיִתְקַדַּשׁ שְׁמֵהּ רַבָּא
Yitgaddal veyitkaddash shemei rabbah
(“그분의 위대한 이름이 높임과 거룩함을 받으시길…”)
• 예수님께서는 주기도문을 시작하면서 당시 유대교 기도 전통에 매우 친숙한 호칭 “Avinu”(아버지) 를 그대로 사용하셨습니다. 이 표현은 단지 신학적 선언을 넘어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와 친밀성을 강조하는 강력한 서두입니다.

“Avinu shebashamayim”(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은 카디쉬와 아미다(쉐모네 에스레이)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구조로, 공동체 전체가 하늘의 아버지께 드리는 경건하고 경외심 가득한 고백입니다.

특히, “Avinu”라는 표현은 비록 구약 성경에서 “우리 아버지”라는 표현은 드물지만 (예: 이사야 63:16, 64:8), 바벨론 포로기 이후 랍비 유대교에서는 하나님을 “Avinu”라고 부르는 전통이 급속히 발전합니다. 따라서 “Avinu shebashamayim”(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 하나님과의 언약적 친밀성
• 기도자의 공동체적 정체성
• 하늘 보좌의 주권자에 대한 경외를 동시에 표현하는 구절로서, 주기도문과 유대 기도문(Kaddish, Amidah)이 공유하는 신학적 근원을 잘 드러냅니다. 또한 랍비 유대교 문헌에서는 하나님의 왕권(Malkeinu)과 아버지 되심(Avinu)을 병행하여, 하나님의 주권과 사랑을 동시에 고백하는 형식이 확립됩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전통적 표현을 새롭게 하시되, 율법적 틀을 넘어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부를 수 있는 ‘아바 아버지’(Abba, Father) 라는 신적 친밀성으로 확장하셨습니다. 이 첫 구절은 주기도문 전체의 정서를 결정짓는 신학적 중심이자,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땅 위의 공동체를 이어주는 언약적 연결고리입니다.

2.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Yitkaddash shimkha – יִתְקַדַּשׁ שִׁמְךָ)

“May Your name be sanctified”

유대 전통: Kaddish (קדיש)
• יִתְגַּדַּל וְיִתְקַדַּשׁ שְׁמֵהּ רַבָּא
Yitgaddal ve’yitkaddash shmeh rabba
“그의 위대한 이름이 높임을 받고 거룩히 여김을 받으소서…”

카디쉬 기도문은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되기를 간절히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유대 공동체의 모든 공적 기도와 회중 예배의 도입 부분에서 반복되며, 하나님의 이름(shem)에 대한 경외의 중심성을 보여줍니다.

아미다(Amidah) 제1축복 – 조상들의 하나님에 대한 찬양:
• הָאֵל הַגָּדוֹל הַגִּבּוֹר וְהַנּוֹרָא…
Ha’el hagadol hagibbor vehanora
“위대하시고 능하시며 두려우신 하나님…”
• לְמַעַן שְּׁמֶךָ בְּאַהֲבָה
Lema’an sh’mecha b’ahavah
“주의 이름을 사랑으로 인하여…”

아미다의 시작은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히 하고, 선조들과의 언약을 따라 그분을 찬양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름”(shem)에 대한 경외는 단지 신학적 존칭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거룩함 자체를 가리킵니다 (cf. 레위기 22:32).

예수님이 주기도문에서 사용하신 용례:
예수님은 주기도문 두 번째 구절에서 히브리어 표현 “yitkaddash shimkha”를 기반으로
하나님의 이름이 세상에서 거룩히 여김을 받기를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단지 하나님의 명예에 대한 기원이 아니라,
• 하나님의 거룩함(קְדוּשָׁה, kedushah)이 이 땅 가운데 현현되기를 간구하는 깊은 신학적 요청입니다.
• 유대 전통의 Kaddish와 Amidah에서처럼, 하나님의 “이름”은 그분의 임재, 성품, 통치를 통합하는 개념입니다.

신학적 메시지:
이 구절은 예수님의 기도 교육이 단지 개인 경건을 넘어,
• 하나님의 이름이 세상 가운데 드러나는 선교적 열망
• 거룩한 통치의 도래를 요청하는 공동체적 소망
을 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구절은 유대 전통과 예수님의 메시지 사이에 흐르는 연속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전통을 파괴하지 않고, 더욱 깊이 실현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마태복음 5:17).

3. “나라가 임하시오며” (Tavo malkhutkha – תָּבוֹא מַלְכוּתְךָ)

“May Your kingdom come”

유대 전통: Kaddish 및 Amidah

① 카디쉬(Kaddish) – 종결 문구 중:
• וְיַמְלִיךְ מַלְכוּתֵהּ בְּחַיֵּיכוֹן
Ve’yamlikh malkhuteh bechayekhon…
“그분의 나라가 너희 생애 중에 임하시기를…”

카디쉬의 이 구절은 메시아 시대와 하나님의 통치가 현실 속에 임하기를 소망하는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회중이 매일 회당에서 반복적으로 부르는 기도문이며, 유대 묵시 문학의 핵심 사상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② 아미다(Amidah) – 제10축복: 메시아와 왕국 회복
• תְּקַע בְּשׁוֹפָר גָּדוֹל לְחֵרוּתֵנוּ… וְקַבְּצֵנוּ מֵאַרְבַּע כַּנְפוֹת הָאָרֶץ…
Tekah b’shofar gadol lecherutenu…
“우리의 해방을 위하여 큰 나팔을 불어 주옵소서…”
• וְכָסֵא דָוִד עַבְדְּךָ מְהֵרָה תָּכִין
Ve’chaseh David avdekha meheirah tachin
“주의 종 다윗의 보좌를 속히 준비하소서”

이 축복은 하나님의 왕국이 메시아를 통해 회복될 것에 대한 기도이며,
다윗 언약의 성취와 이스라엘의 회복이라는 종말론적 기대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용:

예수님은 “Tavo malkhutkha”라는 간결한 표현을 통해,
단순한 정치적 왕국이 아닌 하나님 자신의 다스림이 이 땅에 임하는 것을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미래적인 희망이 아닌,
• 예수님의 사역과 선포를 통해 이미 도래한 하나님의 나라
• 그러나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종말론적 왕국
이라는 현대 신학의 ‘이미–아직’(already–not yet) 패러다임으로 이해됩니다 (cf. 마태 12:28; 누가 17:21).

구약 및 제2성전기 유대 사상과의 연결:

• 다니엘 7:13–14
“그에게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주고… 그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이라”
• 에녹서 1권 및 4에즈라서(2 Esdras)
종말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악이 제거되며, 공의로운 자들이 다스린다는 개념이 반복됨.

이러한 배경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은 유대 묵시적 메시아 사상과 하나님의 통치의 도래라는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며, 자신의 메시아적 사역 안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신학적 메시지:
• 이 기도는 정치적 독립이 아닌, 영적 회복과 하나님의 통치 실현을 갈망하는 기도입니다.
• 교회는 이 기도를 통해 세상 왕국과는 다른 하늘의 질서를 이 땅 가운데 요청하게 됩니다.
•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은 바로 그 왕국의 정점과 시작이 됩니다.

4.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Hebrew/Aramaic 복원 형태:
Ye‘aseh retzonekha ba’aretz ka’asher na‘aseh ba’shamayim
יֵעָשֶׂה רְצוֹנְךָ בָּאָרֶץ כַּאֲשֶׁר נַעֲשֶׂה בַּשָּׁמַיִם
“May Your will be d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

유대 전통과의 병행 구조

① 아미다(Amidah) – 제11번째 축복
• וְשׁוֹפְטֵינוּ כְּבָרִאשׁוֹנָה… וְהָסֵר מִמֶּנּוּ יָגוֹן וַאֲנָחָה
“Restore our judges as in earliest times… remove sorrow and sighing from us…”
• 이 축복은 하나님의 뜻과 통치가 이스라엘 가운데 회복되기를 기도하는 내용입니다.

② 카디쉬(Kaddish)
• וְיַמְלִיךְ מַלְכוּתֵהּ… בְּעָלְמָא דִּי בְרָא כִרְעוּתֵהּ
“May He establish His kingdom… in the world that He created according to His will.”
→ 하나님의 뜻이 창조 질서에 따라 온전히 드러나는 것을 소망하는 고백입니다.

구약 및 묵시문학적 배경
• 시편 103:19–21
“그의 보좌는 하늘에 있으며… 그의 말씀을 행하며 그의 뜻을 행하는 모든 천군이여 여호와를 송축하라”
하늘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음을 묘사합니다.
• 다니엘서, 에녹서 등 묵시문학
하늘의 완전한 질서가 종말에 이 땅에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조됩니다.

예수님의 사용 의도와 문학적 구조
이 구절은 병렬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 하늘에서는 이미 이루어진 하나님의 뜻이
• 이제는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간청함
즉, 하나님의 뜻은 우주적으로 완전하지만,
인간의 세계(땅)에는 불완전함, 반역, 고통, 악이 존재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기도를 통해 이 간극을 메우고,
하늘의 뜻이 인간의 삶과 공동체 속에서 실현되기를 요청하게 하셨습니다.

히브리어적 시 문학 구조
• 병렬구조 (parallelism): “하늘처럼 → 땅에도”
• 대구법 (balanced symmetry): 두 절이 대칭적으로 구조됨
이는 아미다와 시편 시가문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히브리 문학 양식입니다.

신학적 메시지
• 하나님의 뜻은 단지 관념적이거나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삶, 정치, 윤리, 관계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실천적 명령입니다.
• 이 기도는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의 뜻을 땅 위에 구현하는 백성이 되기를 요청하는 고백이며,
바로 예수님 자신이 그 뜻을 실현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분임을 드러냅니다 (요 6:38).

5.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Hebrew 복원 표현:
Ten lanu hayom et lechem chukeinu
תֵּן לָנוּ הַיּוֹם אֶת לֶחֶם חֻקֵּנוּ
“Give us today our allotted (daily) bread.”

유대 전통과의 병행 구조

① 아미다(Amidah) 제9번째 축복 – 복과 공급을 위한 기도
בָּרֵךְ עָלֵינוּ… וְתֵן טַל וּמָטָר לִבְרָכָה
“Bless for us… and give dew and rain for blessing upon the face of the earth.”
• 이 축복은 양식의 공급, 계절의 비, 풍년, 생존의 자원을 위한 간구입니다.
• 물질적 필요가 곧 하나님의 축복의 표징이며, 공동체 전체의 존속과 연결됩니다.

② 시편 104:27–28
“그들이 주께 바라매 주께서 때를 따라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시나이다.”
→ 하나님의 일상적 섭리와 공급에 대한 찬양.

③ 출애굽기 16장 – 만나 사건
• 이스라엘 백성이 매일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양식으로 생존함
• “일용할 양식”의 개념은 하나님의 날마다의 은혜를 직접적으로 반영

예수님의 표현과 사용 의도
• 헬라어 원문에서 “일용할”에 해당하는 ἐπιούσιος (epiousios)는 매우 독특한 단어로, 성경 내 다른 곳에 등장하지 않는 신조어로 여겨집니다.
• 이 단어는 “내일을 위한”, 또는 “필요한 만큼의”로 해석될 수 있으나, 하나님의 오늘의 공급을 가장 직접적으로 의미합니다.
이는 만나 사건처럼 매일 새롭게 의존하는 믿음의 훈련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시적 구조와 병렬성
• 간결하면서도 요청 중심의 명령법 기도문 구조
• “Give us (תֵּן לָנוּ)” + “today (הַיּוֹם)” + “bread (לֶחֶם)”
히브리 문학에서 일상의 간구는 시편과 시가서에 자주 등장하는 시적 반복 구조와 유사합니다.

신학적 메시지
1. 하루하루의 의존성 강조
o 인간의 생존이 하나님의 매일의 공급에 달려 있다는 신앙 고백입니다.
o 물질적 자급자족의 환상에서 벗어나, 하나님께 의탁하는 겸손한 삶으로 초대합니다.

2. 공동체적 간구
o “우리에게 (לָנוּ)”라고 말함으로써, 이 기도는 공동체 전체의 생존과 형평을 염두에 둡니다.
o 특히 가난한 자들, 곡식을 의지하는 농부들의 현실을 포괄하는 사회적 기도입니다.

3. 하늘 양식의 전조
o 요한복음 6장에서 예수는 자신을 “하늘로부터 내려온 생명의 떡”이라고 선언합니다.
o 이 기도는 궁극적으로 그리스도 자신을 양식으로 받는 구속적 의미로 확장됩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의 나라가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실제 양식과 생존의 질서 안에서 드러나야 함을 보여줍니다.

6.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Hebrew 복원 표현:
U-selach lanu et chovoteinu ka-asher solechim anachnu le-chayavenu
וּסְלַח לָנוּ אֶת חוֹבוֹתֵינוּ כַּאֲשֶׁר סוֹלְחִים אֲנַחְנוּ לְחַיָּבֵינוּ
“And forgive us our debts, as we forgive our debtors.”

유대 전통과의 병행 구조

① 아미다(Amidah) 제6번째 축복 – 회개와 용서를 위한 기도
סְלַח לָנוּ אָבִינוּ כִּי חָטָאנוּ, מְחַל לָנוּ מַלְכֵּנוּ כִּי פָשַׁעְנוּ
“Forgive us, our Father, for we have sinned; pardon us, our King, for we have transgressed.”
• 죄의 자백, 회개, 그리고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전통적인 기도
• 하나님을 아버지(Avinu)와 왕(Malkeinu)으로 동시에 부르십니다.

② 대속죄일 기도(Yom Kippur Siddur)
• 공동체 전체가 한 목소리로 “우리가 범죄하였나이다 (חָטָאנוּ)”라고 고백
• 사적 죄와 공동체적 죄를 모두 포함하여 용서를 구합니다.

③ 탈무드 베라코트 17a
“하나님이 너희를 용서하시기를 바란다면, 먼저 너희도 서로를 용서하라.”

예수님의 표현과 사용 의도
• 헬라어 ὀφειλήματα (opheilēmata)는 문자적으로 “빚(debts)”을 뜻하며, 죄를 도덕적·영적 책임의 빚으로 비유합니다.
• 예수님의 가르침(마 18:23–35)에서도 용서는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한 자의 삶의 방식으로 강조됩니다.

시적 구조와 병렬성
• 병렬 구조:
o “Forgive us” ↔ “as we forgive”
• 조건적 관계를 명시하는 대조 구조
(히브리 시편과 지혜 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양면 병행법)

신학적 메시지

1. 하나님의 용서와 인간의 용서의 연결
o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자는 반드시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함
o 주기도문의 유일한 상호적 조건절 (as we forgive…)

2. 빚(Debt)의 은유
o 죄는 단순한 감정적 허물이 아닌, 의무 불이행이라는 경제·법률적 개념과 연결
o 따라서 속죄는 단순히 마음의 평안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을 의미함

3. 공동체적 갱신과 정의
o 용서는 개인의 내면 문제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과 회복과 직결됩니다.
o 예수님은 이 기도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정의가 실천되는 공동체를 기대하셨습니다.

주기도문 속에 용서의 기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용서의 내용에 대하여 유대 전통과 비교해 보겠습니다.
예수님의 주기도문 가운데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라는 구절은 유대 전통 기도와 깊은 연관성을 지닙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의 자비에 의탁하며, 죄를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전통적 유대 기도 관습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첫째, 유대교의 아미다(Shmoneh Esrei) 6번째 축복은 죄를 자백하고 하나님의 용서를 간구하는 기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주기도문의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와 병행됩니다. 양자는 모두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회개의 기도라는 공통 주제를 공유합니다.

둘째, 탈무드 베라코트(Berakhot) 17a에서는 “용서받기 원한다면 먼저 용서하라”고 가르칩니다. 이 전통은 주기도문 속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라는 구절과 동일한 용서의 상호성을 강조하며, 실천적 신앙의 핵심으로 자리 잡습니다.

셋째, 유대교의 대속죄일(Yom Kippur)은 공동체 전체가 함께 회개하고 죄의 용서를 구하는 날입니다. 이는 주기도문이 공동체적 회개의 맥락 속에서 용서를 간구하는 구조와 유사하며, 하나님의 긍휼을 통한 회복이라는 신학적 메시지를 공유합니다.

결론적으로, 주기도문의 용서에 관한 기도는 단순한 개인적 회개가 아니라 유대 전통에서 강조되는 죄 자백, 상호 용서, 공동체적 회개의 문맥 안에서 더욱 깊이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주기도문을 단절된 새로운 기도가 아닌, 유대 전통의 깊은 뿌리 위에 세우셨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주기도문을 통해 나타난 용서의 윤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마태복음 6:14–15에서 주기도문 직후, 예수님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너희가 사람의 죄를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시려니와…”

이는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를 흘려보내는 통로로서의 삶을 요구하는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이 기도를 통해, 단지 용서를 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는 삶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는 증표임을 보여주셨습니다.

7.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Hebrew 복원 표현:
Ve-al tevi’einu lidei nisayon, ki im hatzileinu min hara
וְאַל תְּבִיאֵנוּ לִידֵי נִסָּיוֹן כִּי אִם הַצִּילֵנוּ מִן הָרָע
“Do not bring us into testing, but deliver us from evil.”

유대 전통과의 병행 구조

① 아미다(Amidah) 제18번째 축복 – 악으로부터의 보호
וְכָל הַמִּנִּים כְּמוֹ עָשָׁן תִּכְלֶה
“Let all evil vanish like smoke…”
וְכָל אוֹיְבֵינוּ מְהֵרָה יִכָּרֵתוּ
“Let all our enemies be swiftly cut off…”
• 사탄, 이단, 악한 자들의 음모로부터 보호를 요청하는 기도
• 실제적인 악, 유혹, 시험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이 포함됨

② Talmud (Berakhot 60b)
“One should never bring himself into a place of testing, for David did and failed.”
사람은 스스로 시험의 자리에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
• 여기서 ‘시험’(נִסָּיוֹן, nisayon)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라, 죄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영적 위기 상황을 뜻합니다.

③ 카디쉬(Kaddish)
עוֹשֶׂה שָׁלוֹם בִּמְרוֹמָיו…
“He who makes peace in His high places, may He make peace for us…”
• 악의 세력, 혼돈에서 벗어나 평화로의 보호와 인도를 요청합니다.

시적 병행 구조
• 부정 요청(negation):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ve-al tevi’einu – do not bring us…)
• 긍정 요청(affirmation):
“악에서 구하소서” (ki im hatzileinu – but rescue us…)
• 이는 히브리 시편과 지혜 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긍정-부정 대조 병행법 구조입니다 (예: 시편 1편)

신학적·윤리적 메시지

1. 하나님이 시험하신다?
o 히브리어 성경에서 하나님은 때로 인간의 충성을 시험하십니다 (아브라함의 경우, 창 22:1)
o 그러나 예수님은 이 구절에서 ‘시험에 들지 않게 해달라’고 간구하게 하심 → 인간의 연약함 인정하십니다.

2. 시험과 악은 동전의 양면
o 유혹, 시련, 악한 세력은 모두 인간의 영적 생존을 위협하는 내적·외적 환경
o 예수님은 제자들이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반복적으로 가르치심 (마 26:41)

3. 사탄의 활동에 대한 인식
o 탈무드나 미드라시도 ‘사탄’이라는 존재를 유혹자, 고발자, 방해자로 묘사
o 예수님은 명확하게 악의 존재를 인정하시며, 그로부터의 구출(deliverance)을 간구합니다.

주기도문의 마지막 간구와 유대 전통 기도의 병행 구조를 살펴 보겠습니다.
주기도문의 마지막 부분인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는 고대 유대 전통 기도와 깊이 있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의 보호와 평화를 간구하는 중심적인 기도의 주제를 보여줍니다.

첫째,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는 탈무드 베라코트(Berakhot) 60b의 가르침과 병행됩니다. 탈무드에서는 사람이 시험의 자리를 피해야 하며, 스스로 강하다고 과신하지 말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의 연약함과 유혹에 대한 경계를 강조합니다.

둘째, “악에서 구하시옵소서”는 아미다(Amidah) 18번째 축복과 연결됩니다. 이 축복에서는 악한 자와 사탄으로부터의 보호를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을 구원의 방패로 의지하는 신앙을 표현합니다.

셋째, 주기도문 결미에서 함축되는 평화와 구원의 소망은 카디쉬(Kaddish) 마지막 구절에 나타난다: “평화를 주소서.” 이 기도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는 동시에, 그분의 평화(샬롬)가 우리 삶 가운데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이는 악으로부터의 평화 회복과 영적 보호에 대한 소망과 일치합니다.

결론적으로, 주기도문은 유혹을 이기기 위한 간구, 악에서의 구원, 그리고 하나님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통해 유대 기도 전통과 공명하며,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삶의 정수를 드러냅니다.
“우리를 시험 들게 하지 마옵시며”의 구절은 기도자 자신의 내면과 공동체 외부에서 오는 악의 이중 위협을 동시에 직면하게 합니다.

주기도문이 단지 내면의 평안만을 구하는 기도가 아니라, 정치적·영적·윤리적 악에 대한 실질적 저항을 요청하는 기도임이 드러납니다. 하나님의 보호는 방패이자 해방의 손길이며, 예수님은 이 시대의 악을 이기는 새 출애굽의 구원자로 나타나십니다.

8.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Hebrew 복원 표현 (후대 영광송):
Ki lekha hamamlakhah vehagevurah vehatiferet le‘olmei ‘olamim. Amen
כִּי לְךָ הַמַּמְלָכָה וְהַגְּבוּרָה וְהַתִּפְאֶרֶת לְעוֹלְמֵי עוֹלָמִים אָמֵן
“For Yours is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the glory, forever and ever. Amen”

유대 전통과의 병행 구조

① 카디쉬(Kaddish)의 결말
עוֹשֶׂה שָׁלוֹם בִּמְרוֹמָיו, הוּא יַעֲשֶׂה שָׁלוֹם עָלֵינוּ וְעַל כָּל יִשְׂרָאֵל
“He who creates peace in His high places, may He create peace for us and for all Israel.”
• 카디쉬는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되기를 바라는 찬양과 더불어, 왕국의 임함과 평화를 구하며 마무리됩니다.

② 다윗의 찬양 (역대상 29:11)
לְךָ יְהוָה הַגְּדֻלָּה וְהַגְּבוּרָה וְהַתִּפְאֶרֶת וְהַנֵּצַח וְהַהוֹד
“Yours, O Lord, is the greatness, the power, the glory, the victory, and the majesty…”
• 이 구절은 주기도문의 결론부와 거의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며, 고대 유대 찬양문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③ 아미다(Amidah)의 결말
בָּרוּךְ אַתָּה יְיָ, הַמְבָרֵךְ אֶת עַמּוֹ יִשְׂרָאֵל בַּשָּׁלוֹם
“Blessed are You, O Lord, who blesses His people Israel with peace.”
• 모든 기도는 결국 하나님의 권세와 영광, 샬롬의 임재로 마무리됩니다.

● 문학적 구조와 시적 리듬

이 결말은 히브리 시편과 예배문에서 자주 나타나는 삼단 병행 구조(tricolon)를 따릅니다. 이와같이 히브리어 용어와 주기도문 결미의 상징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기도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되는 세 가지 요소—“나라”, “권세”, “영광”—은 히브리어 전통 속에서 각각 뚜렷한 신학적 의미를 지닙니다.

• הַמַּמְלָכָה (hamamlakhah)는 “나라” 또는 “왕국”을 뜻하며, 하나님의 정치적이며 종말론적인 통치를 상징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바라는 기도자들의 열망과 연결됩니다.

• הַגְּבוּרָה (hagevurah)는 “권능” 또는 “능력”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힘과 창조적 능력, 구속의 힘을 나타냅니다. 이는 하나님이 전능자이심을 찬양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 הַתִּפְאֶרֶת (hatiferet)는 “영광” 혹은 “아름다움”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스러운 성품을 드러냅니다. 이는 하나님께 드리는 궁극적인 예배의 언어로 자리잡습니다.

이 세 용어는 모두 주기도문 결미(“나라와 권세와 영광”)에 상응하며, 유대 전통 기도에서 사용되는 삼중 찬양 구조와도 병행을 이룹니다. 이를 통해 예수님의 주기도문은 히브리적 예배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삼위일체 하나님께 대한 찬양으로 확장되어 갑니다.

이는 다윗 왕조의 찬양, 예언자들의 기도, 회당 예배문 모두에서 자주 등장하는 하나님의 속성 3종 찬양 구조입니다.

신학적 의미 요약
• 예수님의 기도는 끝없는 찬양으로 마무리된다
5. 비록 마태복음의 초기 사본에는 없지만, 교회 전통은 이 결말이 예배적 마무리에 필수적이라 보았음
6. 이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재확인하는 기도적 신앙고백

• 유대 기도문들의 일관된 구조와 병행
5. 카디쉬의 “그의 왕국이 임하길”, 아미다의 “샬롬”, 시편의 “영광 돌림”과 완전한 일치
6. 예수님의 기도는 단순히 새롭게 지은 기도가 아니라, 유대 전례 속 깊은 뿌리를 둔 갱신의 언어

• 교회 전례의 자연스러운 발전
5. 초대 교회는 유대교 전통 속 찬양 구조를 따르며, 기독교적 찬양 문맥에서 결말을 발전시킴
6. 이는 찬양과 중보의 기도가 결합된 전례적 유산임

주기도문 결말과 유대 기도의 병행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기도문의 마지막 구절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는 단순한 찬양이 아니라, 유대 전통 기도의 핵심 주제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나다.

• “나라”(מלכות, malkhut)는 유대교의 카디쉬(Kaddish) 기도에서 “왕국이 임하소서”라는 구절과 병행되며,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림을 선포하는 고백입니다.

• “권세”(גבורה, gevurah)는 아미다(Amidah) 기도 중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하는 부분과 연결되며, 전능하신 하나님의 구원과 역사하심을 강조합니다.

• “영광”(תפארת, tiferet)은 역대상 29장 11절의 “영광과 위엄이 주께 속하나이다”라는 말씀을 떠올리게 하며, 존귀하시고 찬양받으실 하나님의 위엄을 드러냅니다.

• “영원히”(לְעוֹלְמֵי עוֹלָמִים, le-olmei olamim)는 고대 유대 예배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하나님의 영원성과 절대성을 찬양하는 마침 문구로 사용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주기도문이 단지 하나의 독립된 기도가 아니라, 유대 전통 예배와 깊은 문학적·신학적 뿌리를 공유하며, 예수님의 가르침이 그 전통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결말은 단순한 교회 찬양구절이 아니라, 시편적 고백, 유대교 전례의 찬양 전통, 그리고 다윗의 왕국과 메시아의 통치를 바라보는 종말론적 기대가 압축된 구조입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는 아버지로부터 시작하여, 영광의 하나님으로 끝나는 완전한 기도 구조를 보여주며, 유대인의 심장과 하늘의 문을 동시에 여는 기도문으로 완성됩니다.

<결미 부문 첨가에 대한 고찰>

앞서 미리 언급한 바와 같이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는 주기도문의 결미(doxology, 영광송)는 Leo Michel Abrami가 만든 것이 아니지만 이미 우리는 이 결미를 오래 동안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는 주기도문의 결미(doxology, 영광송)는 예수님의 원래 가르침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후대 기독교 전례 가운데 추가된 부분으로 학계에서는 대체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삽입의 역사와 배경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원문 비교와 결미의 부재

• 마태복음 6:13의 주기도문은 대부분의 고대 그리스어 사본들, 특히 가장 신뢰받는 초기 사본들(시내사본, 바티칸사본 등)에는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라는 구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따라서, 현대의 비평 성경(NRSV, NIV, ESV 등)은 이 구절을 본문에서 제외하거나, 각주로 처리합니다.
• 그러나 킹제임스 성경(KJV)이나 루터 성경 등에는 이 구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후기 사본들(예: Textus Receptus)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2. 기원: 디다케(Didache)와 교회 전례

• 최초의 삽입 증거 중 하나는 『디다케』(Didache)입니다.
   o 기원후 1세기 말~2세기 초에 쓰인 이 문서에서 주기도문이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며, 결미(영광송)는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For yours is the power and the glory forever.”
      (Didache 8.2)
• 이는 공적 예배용 기도문으로 확장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즉, 예배에서 기도를 마무리할 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영광송(Doxology) 형태가 필요했고, 이것이 추가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유대 전통과의 연결

• 유대 전통 기도에서도 기도의 마무리는 항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o 예: 아미다(Amidah)의 마지막 축복, 카디쉬(Kaddish)의 마무리:
       “May His great Name be blessed forever and to all eternity.”
• 따라서 주기도문의 결미는 유대 전통의 축도적 기도 스타일을 계승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누가, 왜 삽입했는가?

• 명확한 개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는 초대 교회 공동체, 특히 시리아 및 동방 전례 전통 안에서 삽입된 것으로 봅니다.
• 교회 예배와 전례 발전 속에서:
   o 공적 기도를 예배 형태로 봉헌하기 위해
   o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전례적 마무리를 만들기 위해
   o 유대-기독교 공동체의 기도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 결미가 삽입되었고, 점차 정착되었습니다.

5. 신학적 의미

• 이 결미는 삼중 선언(나라, 권세, 영광)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완전성과 주권을 고백합니다.
• 예배 공동체가 하나님의 다스림과 영광의 중심성을 재확인하며 기도를 마치도록 인도합니다.

주기도문 결말(Doxology)의 기원과 의미에 대하여 살펴 보겠습니다.

주기도문의 마지막 결말부인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는 성경 본문 초기 사본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기원후 1~2세기경에 작성된 고대 문헌 디다케(Didache)에서 최초로 그 흔적이 확인됩니다.

이 결말이 삽입된 주된 이유는, 전례적 완성을 위해서였으며 동시에 유대 전통 기도의 형식, 특히 아미다(Amidah)나 카디쉬(Kaddish)와 같은 찬양(doxology)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신약 성경의 초기 사본들(예: 사해문서, 시내 사본 등)에는 이 결말 구절이 없지만, 나중에 편집된 후대 사본들, 특히 Textus Receptus(공인본문)에는 포함되어 있어 많은 개신교 전통에서는 이 구절을 주기도문의 일부로 낭송합니다.

신학적으로 이 구절은 하나님의 나라와 권세, 영광에 대한 고백이며, 그분의 통치와 주권이 영원함을 찬양하는 종말론적 선언으로 이해됩니다. 이는 단순한 결말 문구를 넘어, 전통적 유대 기도와 그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예수님의 가르침 속에서 새롭게 형성된 공동체의 신앙 고백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 구절은 초대 교회 전례의 발전 과정에서 주기도문의 마무리 찬양으로 자연스럽게 첨가된 구절입니다.

가장 오래된 사본인 시내 사본(Codex Sinaiticus)이나 바티칸 사본(Codex Vaticanus)에는 이 구절이 없으며, 후대 사본(특히 비잔틴 계통)에서 첨가된 것입니다. 그러나 유대 전통의 영향을 받은 전례 구조로 볼 때, 이 결말은 탈무드나 랍비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유대 찬양 형식과 구조적으로 병행합니다.

Leo Michel Abrami는 이 결말을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주기도문의 모든 구절이 랍비 유대교의 기도들(Kaddish, Amidah 등)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분석한 학자입니다.

그는 이 결말 구절 역시, 역대상 29:11의 “주님, 주께 속한 것은 위대함과 능력과 영광과 승리와 위엄이니”라는 찬양문과 카디쉬(Kaddish)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찬양 구조가 직접적 병행구조로 연결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제 결미 부분에 대한 구조와 기원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주기도문의 마지막 결미 구절인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는 초대교회의 전례에서 도입된 후대의 찬양 결미로, 본래 예수님의 기도문 원형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이 결미의 유대 전통적 배경을 주목한 대표적인 학자는 Leo M. Abrami로, 그는 이 결미가 유대교의 기도문들—특히 아미다(Amidah), 카디쉬(Kaddish), 시편 찬양문—과 삼단 구조로 병행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즉, 나라(מלכות), 권세(גבורה), 영광(תפארת)이라는 삼중 찬양 방식은 유대 전통 속 삼단 구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결미는 역대상 29:11에서 다윗이 하나님을 찬양할 때 사용한 표현—“여호와여 위대하심과 권능과 영광과 승리와 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나이다”—와 직접적인 성경적 병행 구조를 이루며, 주기도문의 종결이 단순한 전례 장식이 아닌 성경과 유대 전통에 깊이 뿌리박은 신앙 고백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Abrami는 이 구절을 만든 사람은 아니지만, 이 구절이 가진 랍비 유대교 전통과의 문학적·신학적 연관성을 가장 정교하게 밝힌 학자 중 하나입니다. 이 점에서 그의 연구는 오늘날 유대-기독교 전통 통합적 주기도문 이해의 핵심적인 토대로 평가받습니다.

<결미 사용에 대한 기독교 전통(Traditions, 전통은 역사신학적으로 천주교, 정교회와 개신교를 말함)에서 사용한 사례들>

• 라틴 전례는 오랫동안 결미를 생략했지만, 현대 미사(Novus Ordo)에서는 찬양 송영으로 도입했습니다.
• 시리아 전례와 동방 정교회 전례는 초기부터 결미를 예배 내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특히 삼위일체적 구조를 강조합니다.
• 개신교는 주기도문 자체에 결미를 포함하여 암송하거나 찬양합니다.
• 이러한 구조는 유대교 카디쉬(Kaddish)의 찬양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초기 유대-기독교 공동체의 기도 전통을 반영합니다.

주기도문 결미(Doxology)의 전례 전통별 비교 본문 (원문 텍스트 포함)을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1. 라틴 전례 (로마 가톨릭)

전통적인 라틴 미사에서는 주기도문에 결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은 문구 없이 종료되며, 대신 사제의 찬양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1969년에 개정된 Novus Ordo 미사에서는 개신교 및 동방 전례와의 공통성을 반영하여 회중과 사제가 함께 다음의 결미를 낭송합니다:
Quia tuum est regnum, et potestas, et gloria in saecula.
“For the kingdom, the power, and the glory are yours forever.”
이는 삼위일체적 구절은 아니며, 예배 중 일반 찬양 구조로 사용됩니다. 라틴 전례는 엄격한 성경 본문 중심이었기 때문에 결미는 본래 마태복음 본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추가되지 않았습니다.

2. 시리아 전례 (마론파, 시리아 정교회 등)

시리아 전례에서는 주기도문이 다음과 같은 삼위일체적 결미로 마무리됩니다:
For thine is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the glory, Father, Son, and Holy Spirit, forever and ever. Amen.
이 구조는 1세기 문헌인 디다케(Didache) 8:2의 문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Ὅτι σοῦ ἐστιν ἡ βασιλεία καὶ ἡ δύναμις καὶ ἡ δόξα εἰς τοὺς αἰῶνας.
시리아 전례는 매우 초기의 교회 전통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 삼중 찬양은 **유대교 카디쉬(Kaddish)**의 구조와 유사한 종말론적 하나님 찬양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3. 동방 정교회 전례 (비잔틴 전례)

동방 정교회에서는 주기도문 자체에는 결미가 포함되지 않지만, 예배 중 사제가 다음과 같이 삼위일체적 찬양을 덧붙여 마무리합니다:
For thine is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the glory: of the Father, and of the Son, and of the Holy Spirit, now and ever and unto ages of ages. Amen.
이 구조는 삼위일체 신학을 강조하며, 회중이 낭송하는 본문 뒤에 예배 순서상 필수적인 찬양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따라서 주기도문 전체는 본문-결미의 이중 구조로 이해됩니다.

4. 개신교 전통 (개혁교회, 감리교, 침례교 등)

대부분의 개신교 전통에서는 킹제임스 성경(KJV) 번역을 따르며, 다음의 결미를 주기도문의 정식 일부로 포함하여 낭송합니다:
For thine is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the glory, forever. Amen.
이는 마태복음 6:13의 일부 사본에서 발견되는 구절이며, 공동기도와 성경 낭독 중심의 예배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현재도 예배 중 회중의 암송에서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5. 유대교 전통 (참고로 병행 구조)

유대교의 기도인 카디쉬(Kaddish)는 주기도문 결미의 원형적 구조로 자주 비교됩니다. 카디쉬는 다음과 같은 구절로 마무리됩니다:
יִתְבָּרַךְ וְיִשְׁתַּבַּח וְיִתְפָּאַר וְיִתְרוֹמַם וְיִתְנַשֵּׂא וְיִתְהַדָּר וְיִתְעַלֶּה וְיִתְהַלָּל שְׁמֵהּ דְּקוּדְשָׁא
“May His great Name be blessed forever and to all eternity.”
또한 왕국의 도래를 간구하는 다음과 같은 문구도 포함됩니다:
May He establish His kingdom and may His salvation blossom and His Anointed near.
이러한 구조는 예수의 주기도문이 유대적 종말론적 기도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문헌적, 전례적 배경이 됩니다.

<Rabbinic Judaism에서의 Kaddish와 Amidah 설명>

카디쉬 (Kaddish)

• 기원: 바빌로니아 포로기 이후 생긴 유대인의 공예배용 기도.
• 중심 메시지: 하나님의 이름이 높아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임하기를 기도.
• 주기도문과의 연결:
   o “Let His name be made great and sanctified…” →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o “May His kingdom come…” → “나라가 임하시오며”

아미다 (Amidah / Shemoneh Esrei)

• 총 18~19개의 축복으로 구성됨.
• 예배 중 하루 3번 서서 암송하는 기도 (Amidah = ‘standing’).
• 구조:
   1. 첫 3개 축복: 찬양 (하나님의 이름, 영광, 거룩)
   2. 중간 13개 축복: 간구 (지혜, 용서, 회복, 치유, 메시아의 도래, 곡식, 샬롬 등)
   3. 마지막 3개 축복: 감사와 평화
• 주기도문의 구조와 유사: 찬양(1–3), 간구(4–7), 영광(8)

핵심 메시지: 주기도문의 유대적 뿌리

Abrami는 주기도문이 단지 예수님의 창작 기도가 아니라, 유대 전통 기도 속에서 태어난 기도임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은 1세기 유대교의 교사로서, 그 시대의 회당 예배에서 사용되던 기도문들을 참조하여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기도문은 새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기존 유대 기도 전통의 구조와 주제를 완전히 계승하고 있습니다.

1.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Avinu shebashamayim)

• 히브리어/아람어: אָבִינוּ שֶׁבַּשָּׁמַיִם
• 랍비 문헌 예: Avinu Malkeinu 기도 (“Our Father, Our King”)는 금식일에 불리었고, ‘아버지’ 호칭은 공동체의 이미지(창조주겸 통치자)를 강조합니다.
• 탈무드 언급: Sota 31a 등에서 기도 시 ‘아비누’ 표현을 권장하며 친밀한 호칭을 사용함을 보여줍니다 My Jewish Learning+15Yeshivat Har Etzion+15thedorfmanchapel.com+15.
• 1세기 유대교 역사적 맥락: 예수 당시 ‘아버지’는 경외와 친밀 사이를 잇는 표현으로, 주기도문이 예루살렘 성전 중심에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 전환된 대담성을 보여 줍니다.

2.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Yitqaddash shemekha)

• 히브리어: יִתְקַדַּשׁ שִׁמְךָ
• Kaddish 원문: יִתְגַּדַל וְיִתְקַדַּשׁ שְׁמֵהּ רַבָּא… (Yitgadal v’yitkadash sh’mei raba…) Wikipediathedorfmanchapel.com+3My Jewish Learning+3Wikipedia+3
• 아미다 첫 축복: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선언하는 축복 thedorfmanchapel.com+3sinaichapel.org+3Reform Judaism+3
• 역사적 맥락: 성전 도공의 이름을 높이고, 바빌론 포로 이후 회당 기도 중심체계가 자리잡는 과도기 시기의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3. “나라가 임하시오며” (Tavo malkhutkha)

• 히브리어: תָּבוֹא מַלְכוּתְךָ
• Kaddish: וְיַמְלִיךְ מַלְכוּתֵהּ (veyamlich malkhutei) Jewish Virtual Library+15My Jewish Learning+15Yeshivat Har Etzion+15
• 아미다 10번째 축복: 메시야 왕국의 회복, 다윗의 통치를 기도
• 메시지: 하나님의 왕국 도래에 대한 기도는 포로기 이후 종말론적 열망에서 기원합니다.

4.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Yihiyeh retzonekha ka’asher…)

• 히브리어: יִהְיֶה רְצוֹנְךָ כַּאֲשֶׁר בַּשָּׁמַיִם כֵּן בָּאָרֶץ
• 아미다 대응: “רְצוֹנְךָ” 구절을 강조하는 축복 포함 Wikipedia+1Wikipedia+1
• 탈무드 맥락: 라삐는 시편·선지서에서 “하늘의 뜻이 땅에도 이루어진다”는 약속을 설교하며 공동체적 기대를 형성했습니다.

5.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 히브리어: תֶּן לָנוּ הַיּוֹם לֶחֶם חֻקֵּנוּ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식량을 주소서)
• 아미다 9번째 축복: “곡식과 양식을 위한 기도” 포함
• 사회문화 맥락: 1세기 농경 공동체에서 식량의 확보는 일상적 걱정이자 하나님의 공급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6.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Selach lanu k’naf’sha…)

• 히브리어: סְלַח לָנוּ כְּפִשְׁעֵנוּ
• 아미다 6번째 축복: “용서를 구하는 기도”로 동일 Wikipedia
• 대속일 기도와 관련: 공동체 속죄 전통이 주기도문 안에서도 지속됨.

7. “우리로 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옵고,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 히브리어: וְאַל־תְּבִיאֵנוּ לִידֵי נִסָּיוֹן, כִּי אִם־הַצִּילֵנוּ מִן הָרָע
• 아미다 18번째 축복: “사탄과 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소서” 포함 Yeshivat Har Etzion+11Wikipedia+11sinaichapel.org+11
• 탈무드와 헌법적 경고: 유혹과 영적 싸움에 대한 경고 전통이 반영됨.

8.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 권위 선언: 천국 등 종말론적 찬양으로 기도 마무리.
• Kaddish 마무리: “Oseh shalom bimromav…”—평화와 하나님의 영광 강조 Chabad+9My Jewish Learning+9Wikipedia+9
• 아미다 감사 부분: “영원한 통치와 축복” 선포와 동일 톤.

Abrami는 주기도문이 단지 개념적으로 유사하다기보다, 구조와 키워드, 리듬, 신학의 흐름까지 철저히 라비 유대 전통—특히 Kaddish와 Amidah—속에서 발화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주기도문이 예수 개인의 독창을 넘어서, 1세기 유대종말론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드러냅니다.

<제 학자들의 유대 랍비교 기도문 및 주기도문 비교 연구>

1. Brad H. Young의 히브리어 원형 재구성 🕊️

랍비 유대교 (Rabbinic Judaism)을 배경을 바탕으로 Young은 주기도문의 원형이 아람어 또는 히브리어일 가능성을 지적하며, 아래와 같이 재구성했습니다(현대 히브리어 재구성으로 표현):
אָבִינוּ שֶׁבַּשָּׁמַיִם
יִתְקַדַּשׁ שִׁמְךָ
תָּבוֹא מַלְכוּתְךָ
יֵעָשֶׂה רְצוֹנְךָ
כַּאֲשֶׁר בַּשָּׁמַיִם כֵּן בָּאָרֶץ
תֶּן־לָנוּ הַיּוֹם לֶחֶם חֻקֵּנוּ
וְסְלַח־לָנוּ חַטֹּאתֵינוּ
כַּאֲשֶׁר סוֹלְחִים גַּם־אֲנַחְנוּ
וְאַל־תְּבִיאֵנוּ לְנִסָּיוֹן
וְהַצִּילֵנוּ מִן־הָרָע
כִּי־לְךָ הַמַּמְלָכָה וְהַכֹּחַ…

Young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יִתְקַדַּשׁ שִׁמְךָ”, “תָּבוֹא מַלְכוּתְךָ”, “וְסְלַח־לָנוּ”, “הַצִּילֵנוּ מִן־הָרָע” 와 같은 표현은 라비들의 틀인 Shemoneh Esrei (아미다)의 동일한 축복 구절과 어휘 및 구조를 매우 가깝게 공유합니다 Loyola eCommons+7En-Gedi Resource Center+7jerusalemperspective.com+7.
• 특히 “יַתְקַדַּשׁ שִׁמְךָ”는 Kaddish의 “יִתְקַדַּשׁ שְׁמֵהּ…” 구절과 거의 동일한 아람어 구조로, 기원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
Young의 분석은 단순한 어휘의 유사성이 아닌, 히브리어 리듬, 음운, 기도문 구조가 1~2세기 유대 기도와 중첩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 Leo M. Abrami의 ‘도미노(dominó) 연결’ 구조 🔗

Abrami는 이 구조를 “도미노 연결”이라 부르며, 주기도문의 각 구절이 랍비 문헌의 기도문—Kaddish, Amidah, 회당 찬송—과 정확하게 낱낱이 대응한다고 분석합니다:

• “하늘 아버지…” → Avinu Malkeinu, Abuhon dih-bishmaya (회당 관계 기도 시작)
•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 Kaddish 시작과 동일: “יִתְקַדַּשׁ שְׁמֵהּ רַבָּא”
• “나라가 임하시오며” → Kaddish 및 아미다의 ‘왕국 회복 기도’
• “뜻이…” → 아미다 중간 축복, ‘하늘 뜻의 땅 실현’
• “오늘 우리에게…” → 아미다의 곡식/양식 축복
• “죄 사함…” → 아미다의 용서 축복
• “시험…악에서…” → 아미다의 보호 기도 (“미 사탄 미ן הרע”)
• “나라·권세·영광…” → Kaddish 또는 아미다의 마지막 찬양 구절

Abrami는 이것이 단순한 빌려 쓰기나 차용이 아니라, 랍비 기도 전통 안에서 “하나님의 종말론적 기도”로 새롭게 배열되고 완성된 기도라고 주장합니다 Academia+12Academia+12jerusalemperspective.com+12.

3. 학문적 의미와 교회사적 이해

• 이 두 연구는 주기도문의 구조가 랍비 유대교의 공예배 전통—특히 Kaddish와 Amidah—안에서 의도적으로 설계됨을 보여줍니다.
• 예수님은 기도 내용을 파괴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기존 틀 안에서 하나님 나라 복음을 선포하는 방식으로 주기도문을 구성했습니다.
• 이는 신약신학과 초기 기독교 예배가 유대교와의 계승 속에서 발전했다는 역사적 증거이기도 합니다.

Brad Young은 주기도문의 히브리어 구조를 재구성하며, 랍비 기도 틀과의 깊은 연동을 발견했습니다.
Leo Abrami는 도미노처럼 하나하나 대응되는 구조적 정합성을 통해, 주기도문이 랍비 전통 기도 안에서 시스템적으로 완성된 기도임을 입증했습니다.

이 두 연구는 주기도문이 단순한 독립 텍스트가 아니라, 기도 전통 안에서 태어난 신앙의 절David N. Bivin과 Joshua N. Tilton은 Jerusalem Perspective 출판물과 논문에서 주기도문의 히브리어 배경과 1세기 유대교의 기도 전통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매우 정교하게 분석한 대표적 학자들입니다. 그들의 연구는 Brad Young, Leo Abrami의 통찰과 함께 주기도문의 유대적 뿌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비빈(Bivin)과 틸톤(Tilton)의 주기도문 그리고 랍비 유대교 기도 비교 연구>

핵심 논문: “The Lord’s Prayer in the Original Hebrew”
By David N. Bivin and Joshua N. Tilton
(Jerusalem Perspective Articles, 2011–2014)

1. 주기도문은 히브리어/아람어 원형에서 유래했는가?

Bivin & Tilton은 주기도문이 원래 히브리어 또는 아람어로 구술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대부분 히브리어 또는 아람어로 전해졌기에, 헬라어 신약의 주기도문은 유대교 회당 예배 언어의 번역본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2. 주기도문과 Shemoneh Esrei (Amidah)와의 구조적 병행(병행 구조)

특히 Shemoneh Esrei의 18개 축복 중 다음과 같은 요소와의 연결을 강조합니다. 주기도문은 예수께서 가르치신 기도이자 기독교 전통에서 가장 중심적인 기도문입니다. 그러나 그 기도문의 구조와 내용은 유대교의 전통 기도문인 아미다(Amidah)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아래는 주기도문 각 구절과 병행되는 아미다의 축복 구조를 설명한 내용입니다.

1.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병행되는 아미다 축복: “Avinu” – 우리 아버지
→ 회당 예배에서의 기도문은 하나님을 “우리 아버지”(Avinu)로 부르는 것으로 시작되며, 주기도문도 이와 동일한 구조로 아버지 되신 하나님의 친밀함을 강조합니다.

2.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병행되는 아미다 축복: Kedushat Hashem – 하나님의 이름의 거룩함
→ 하나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는 찬양은 카디쉬(Kaddish)와 아미다 기도 양쪽에 등장하며, 거룩함(kedushah)은 유대 기도문의 중심 개념입니다.

3. “나라가 임하시오며”
병행되는 아미다 축복: Malchuyot – 왕국(통치)에 대한 기도
→ 하나님의 왕국이 이 땅에 임하기를 기도하는 구절로, 이는 유대교의 종말론적 기대와 일치합니다.

4.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병행되는 아미다 축복: Retzeh –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축복
→ 하나님의 뜻이 예루살렘과 성전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가 아미다에 포함되며, 주기도문의 해당 구절과 신학적으로 연결됩니다.

5.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병행되는 아미다 축복: Birkat HaShanim – 풍요와 양식에 대한 축복
→ 농경 사회였던 이스라엘의 현실에 맞추어 매일의 양식과 경제적 필요를 간청하는 기도입니다.

6.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병행되는 아미다 축복: Selichot – 회개와 용서를 구하는 기도
→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며 죄 사함을 요청하는 유대인의 회개 기도와 구조가 일치합니다.

7.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병행되는 아미다 축복: Shema Kolenu – 우리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보호해 달라는 기도
→ 유혹과 악으로부터 구해달라는 간청은 아미다의 말미에서 간절히 드리는 간구와 병행됩니다.

이와 같이 주기도문은 단순한 새 기도가 아니라, 유대교 전통에 뿌리박은 예배 언어와 신학을 바탕으로 구성된 기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예수께서 유대인으로서 공동체 안의 기도 문화를 계승하고, 그 속에서 복음의 핵심을 요약한 기도라는 점을 뚜렷이 보여줍니다.

3. 음운적/리듬 구조 분석

• 히브리어 스타일은 병렬 구조(parallelism)와 리듬감 있는 운율을 강조합니다.
• “Avinu… shebashamayim, yitkadesh shimkha…”는 히브리어 시가에서 흔히 보이는 형식과 유사합니다.
• 이는 예수께서 단순히 “내용”이 아닌, 히브리어 기도시 전통 안에서 주기도문을 만들었음을 보여 줍니다.

4. 예수의 기도는 ‘유대적 급진화’

• Bivin과 Tilton은 예수님의 기도 가르침이 당시 유대교의 기도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깊이를 더한 급진화’라고 설명합니다.
• 즉, 익숙한 구조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윤리와 종말론적 비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는 단순한 양식이 아닌, 새 시대의 만나를 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주요 인용 예시해 보겠습니다.
• “Yitgaddal ve-yitqaddash shemeh rabba…” (Kaddish)
→ 주기도문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와 동일한 언어 구조
• Mishnah Berakhot 1:1
→ “저녁과 아침에 하나님 나라의 임함을 기도함”
→ “나라가 임하시오며”와 동일 맥락

주기도문(Lord’s Prayer)을 랍비 유대교의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를 통해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비빈(Bivin)과 틸톤(Tilton)이 있습니다. 그들이 제시한 히브리어 복원형을 기준으로 하여, 유대교의 카디쉬(Kaddish) 기도와 쉐모네 에스레이(Shemoneh Esrei , 아미다)와의 구조적, 의미적 병행성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 비교는 단지 문장의 의미뿐만 아니라 음운 구조, 기도의 전개 방식, 그리고 종말론적 메시지까지 포함하여 1세기 랍비 유대교 맥락에서 주기도문의 깊은 뿌리를 조명해줍니다.

1. 하나님의 이름과 그 거룩함

주기도문의 시작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는 유대교의 Kaddish 기도문과 매우 유사합니다. Kaddish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May His great name be magnified and sanctified…”

히브리어로는 “יִתְגַּדַּל וְיִתְקַדַּשׁ שְׁמֵהּ רַבָּא” (이츠가달 베이트가다쉬 쉐메 라바, Yitgaddal veYitqaddash shmeh rabba) — “그의 크신 이름이 높임을 받고 거룩히 여김을 받기를…” 입니다.

이는 주기도문의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ἁγιασθήτω τὸ ὄνομά σου)와 거의 동일한 어휘적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음운상으로도 히브리어 시적 리듬을 공유합니다.

2. 하나님의 나라와 뜻의 임재 요청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는 Kaddish 기도문 후반과 Shemoneh Esrei 초기 부분과 강하게 공명합니다.

Kaddish는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May He establish His kingdom during your life and during your days…”
이는 명확한 종말론적 왕국의 도래에 대한 기원이며, 주기도문이 말하는 “나라가 임하시오며”에 상응합니다.
또한 Shemoneh Esrei의 첫 번째 축복은 하나님의 주권과 역사의 섭리에 대한 찬양으로 시작됩니다. 그 안에는 “주의 뜻”과 “주의 구속”이 동시에 드러납니다. 이 부분은 “뜻이 이루어지이다”라는 구절과 연결됩니다.

3. 일용할 양식: 현재적 필요에 대한 의탁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는 간구는 Shemoneh Esrei의 중간 부분에 있는 “경제적 축복”을 위한 기도와 병행됩니다. Shemoneh Esrei 제9번째 축복은 “년간 수확과 생계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기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님을 생계의 주관자로 고백합니다.

히브리어로 된 기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בָּרֵךְ עָלֵינוּ אֵת הַשָּׁנָה הַזֹּאת” (이 해를 우리에게 복주시옵소서)
이는 주기도문의 “일용할 양식” 요청과 동일한 신학적 기반을 공유합니다 — 즉 하나님께서 일상의 공급자이시라는 신앙고백입니다.

4. 죄 사함과 인간 관계의 회복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고”는 Shemoneh Esrei의 제6 축복 “용서의 축복”과 명확하게 연결됩니다:
히브리어: “סְלַח לָנוּ אָבִינוּ כִּי חָטָאנוּ” — “우리 아버지여, 우리가 범죄하였사오니 우리를 용서하소서”
이와 더불어, 이 구절은 레위기 19:18의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율법의 핵심을 반영하여, 하나님의 용서와 인간 사이의 화해를 병렬로 다루는 랍비 유대교적 전통을 이어갑니다.

5. 시험과 악에서의 구원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Shemoneh Esrei의 제7, 8번째 축복 — “구속”과 “치유”에 대한 요청 — 및 마지막 Kaddish의 종말 구절과 구조적으로 유사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Kaddish의 종결문은 이러한 보호 기도를 반영합니다:
“May there be abundant peace from heaven… protection, salvation…”
또한 Shemoneh Esrei 마지막 축복은 “샬롬” — 평강과 악에서의 해방 — 을 강구합니다. 이것은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기도의 절정과 동일한 메시지를 내포합니다.

6. 영광의 송영과 종말론적 고백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는 송영(Doxology)은 Kaddish의 마무리와 유사하며, 메시아적 기대와 종말론적 소망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이는 다니엘서 7장 14절이나 역대상 29장 11절과도 병행되며,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주께 속하였다”는 구약적 전통 위에 세워진 신약적 찬미입니다.

7. 주기도문의 삼중구조

위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음운 구조 — 짧고 반복적인 히브리어 리듬을 통해 주기도문은 유대인들의 기존 기도 양식에 깊이 뿌리박고 있습니다.
2. 내용 구조 — Kaddish와 Shemoneh Esrei는 모두 하나님의 이름, 나라, 뜻, 용서, 보호, 평화를 위한 기도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주기도문과 병렬적입니다.
3. 종말론과 공동체 신앙 — 주기도문은 단지 개인 기도가 아니라, 유대적 공동체 기도의 전통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공동체적 기도입니다.
따라서, 주기도문은 단순한 예배문이 아니라, 1세기 유대교 안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종말론적 공동체 기도이며, Kaddish, Amidah, 시편, 다니엘서, 탈무드 등 유대 문헌과 깊은 신학적 연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Bivin & Tilton의 기여

주기도문은 신약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치신 기도로, 기독교 전통에서 가장 중심적인 기도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기도문은 단순히 기독교의 독창적인 창작물이 아니라, 유대교 기도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기도임이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아래는 그 핵심적 구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1. 언어학적 뿌리
주기도문은 헬라어(그리스어)로 기록되었지만, 그 기저에는 히브리어와 아람어적 구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의 언어와 당시 유대 회당 및 일상 예배에서 사용된 기도 언어를 반영한 것입니다.

2. 기도문 연관성
주기도문의 구조와 내용은 유대교의 대표적 기도문인 카디쉬(Kaddish), 아미다(Amidah), 그리고 회당 예배 전통과 직접적으로 병행됩니다. 특히 이름의 거룩함, 왕국의 도래, 일용할 양식, 죄 사함, 보호 간청 등은 유대 기도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3. 예수님의 의도
예수님께서는 기존의 유대 기도문을 폐기하거나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재해석하고 하나님 나라 중심으로 정렬하여 주기도문을 구성하셨습니다. 이는 기존 유대교 전통 안에서 메시야적 의도를 드러낸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4. 유대교적 맥락의 회복
주기도문은 단순한 신약적 독창물이 아니라, 유대 종말론적 기도의 핵심을 요약하고 완성한 기도문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임재와 회복, 일상의 필요와 용서, 그리고 종말론적 평화에 대한 간구는 유대 전통과 신앙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초기 제자 공동체 역시 이를 유대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실천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주기도문은 그 형식, 내용, 신학 모두에서 유대 전통에 깊이 뿌리내려 있으며, 예수는 이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유대적 기도 전통 위에 세우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라비 유대교 전통 속에서 유대적 형식과 언어를 사용하여 하나님 나라의 기도를 가르쳤다는 점을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복원된(가설적 재구성, hypothetical reconstruction)” 히브리어 주기도문>

: (Hypothetically Reconstructed Hebrew Lord’s Prayer by Bivin & Tilton)
אֲבִינוּ שֶׁבַּשָּׁמַיִם
יִתְקַדֵּשׁ שִׁמְךָ
תָּבוֹא מַלְכוּתֶךָ
יֵעָשֶׂה רְצוֹנְךָ
כַּאֲשֶׁר בַּשָּׁמַיִם כֵּן בָּאָרֶץ
תֵּן לָנוּ הַיּוֹם לֶחֶם חֻקֵּנוּ
וּסְלַח לָנוּ עַל חֲטָאֵינוּ
כַּאֲשֶׁר סוֹלְחִים גַּם אֲנַחְנוּ לַחֹטְאִים לָנוּ
וְאַל תְּבִיאֵנוּ לִידֵי נִסָּיוֹן
כִּי אִם הַצִּילֵנוּ מִן הָרָע

많은 이들이 헬라어(그리스어)로 전해진 주기도문에 익숙하지만, Bivin과 Tilton이 복원한 이 히브리어 본문은 예수님께서 실제로 사용하셨을 가능성이 높은 언어적, 신학적 뿌리를 되살려 줍니다. 예수는 갈릴리의 유대인으로서, 그의 제자들과 함께 히브리어 혹은 아람어로 기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당시 회당 기도와 랍비 전통의 문체와 구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복원(가설적 재구성)된 히브리어 주기도문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시적인 리듬과 병렬 구조(parallelism), 삼단 반복 구조 등 히브리 문학 특유의 형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각 구절은 쉐마(שמע)와 아미다(Amidah), 카디쉬(Kaddish)와 같은 유대 전통 기도문의 요소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하늘-땅”의 병렬 구조, “우리”로 시작되는 공동체 중심 표현, 그리고 구속사적 기대가 응축된 신학적 깊이를 드러냅니다.

무엇보다 이 기도문은 단순한 간청의 나열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며, 그 뜻이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종말론적 선언입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제사장으로서 하늘 성소에서 드리는 중보적 기도의 예시이며, 하나님의 구속사와 통치가 이 땅 가운데 실현되기를 기도하는 하나의 구속적 드라마입니다.

이처럼 복원(가설적 재구성)된 히브리어 주기도문은 역사적 맥락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문학적 형식과 신학적 함의를 통해 그 깊이를 더하며, 오늘날 신자들에게도 새로운 감동과 통찰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기도의 유산입니다.

한국어 개역개정 성경은 표면적으로는 히브리어 및 헬라어 원문을 참조하여 번역되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 번역 과정에서는 영어권 성경, 특히 17세기 영국의 킹 제임스 성경 (King James Version, 1611)의 구조와 문체, 구절 배열을 일정 부분 따라간 흔적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는 특히 마태복음 6장의 주기도문 번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며, 개역개정판 또한 이 영어 번역의 영향을 일정하게 계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히브리어 원문 기도문(특히 유대교 기도인 아미다와 카디쉬)과의 비교를 위해, 히브리어 원형과 영어 직역을 나란히 병렬 구조로 살펴봄으로써, 주기도문에 반영된 예전적 구조와 유대 기도 전통의 흔적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은 주기도문이 단지 헬라어적 문장 구조로만 해석될 수 없고, 그보다 앞선 히브리어-아람어적 예배 전통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초 작업입니다.

영어 병렬 번역 (Literal Parallel Translation)

1. אֲבִינוּ שֶׁבַּשָּׁמַיִם (Avinu Shebashamayim)
   o 영어 직역: Our Father in heaven
   o 비고: “Avinu”는 유대 전통 기도문인 아미다(Amidah)와 카디쉬(Kaddish)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입니다.

2. יִתְקַדֵּשׁ שִׁמְךָ (Yitkaddesh Shimkha)
   o 영어 직역: Let your name be sanctified
   o 비고: 카디쉬(Kaddish)의 문구인 “Yitgaddal veyitqaddash shemeh”와 병행 구조를 이룹니다.

3. תָּבוֹא מַלְכוּתֶךָ (Tavo Malkhutekha)
   o 영어 직역: May your kingdom come
   o 비고: 아미다의 10번째 축복인 “Malchuyot(왕국)”과 연결됩니다.

4. יֵעָשֶׂה רְצוֹנְךָ (Ye’aseh Retzonkha)
   o 영어 직역: Let your will be done
   o 비고: 아미다의 “Retzeh” 축복과 문맥상 병렬적입니다.

5. כַּאֲשֶׁר בַּשָּׁמַיִם כֵּן בָּאָרֶץ (Ka’asher Bashamayim Ken Ba’aretz)
   o 영어 직역: As in heaven, so on earth
   o 비고: 유대 묵시문학 전통에서 하늘과 땅의 통일이라는 주제를 반영합니다.

6. תֵּן לָנוּ הַיּוֹם לֶחֶם חֻקֵּנוּ (Ten Lanu Hayom Lechem Ḥuqeinu)
   o 영어 직역: Give us today our apportioned bread
   o 비고: “Lechem chuqeinu”는 출애굽 당시 만나와 양식 개념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7. וּסְלַח לָנוּ עַל חֲטָאֵינוּ (Uslaḥ Lanu Al Ḥata’einu)
   o 영어 직역: Forgive us our sins
   o 비고: 셀리호트(Selichot) 회개 기도 및 대속죄일의 회개와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8. כַּאֲשֶׁר סוֹלְחִים גַּם אֲנַחְנוּ לַחֹטְאִים לָנוּ (Ka’asher Solḥim Gam Anaḥnu Laḥot’im Lanu)
   o 영어 직역: As we also forgive those who sin against us
   o 비고: 탈무드에 나타나는 “Midah keneged Midah” (measure for measure) 사상을 반영합니다.

9. וְאַל תְּבִיאֵנוּ לִידֵי נִסָּיוֹן (Ve’al Tevi’einu Lidei Nissayon)
   o 영어 직역: Do not bring us into testing
   o 비고: “Lead us not”이라는 표현은 악한 세대나 상황으로부터의 보호를 구하는 간구입니다.

10. כִּי אִם הַצִּילֵנוּ מִן הָרָע (Ki Im Hatzileinu Min HaRaʿ)
   o 영어 직역: But deliver us from evil
   o 비고: “HaRaʿ(하라)”는 사탄적 악 또는 역사적 재난 등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되며, 유대적 해석에서 악의 권세로부터의 구원을 의미합니다.

이 번역은 히브리어 본문을 영어로 직역하면서, 동시에 유대 전통 기도문과의 병행 구조를 설명하여 주기도문의 유대적 배경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여러 학자들의 주기도문 관련 문헌 및 자료 비교>

• Kaddish:
יִתְגַּדַּל וְיִתְקַדַּשׁ שְׁמֵהּ רַבָּא…
→ “Your name be sanctified”와 병행 구조

• Shemoneh Esrei:
o 브라카 3: “אתה קדוש ושמך קדוש”
o 브라카 10: “ותמלוך אתה ה’ לבדך”
o 브라카 6: “סלח לנו אבינו כי חטאנו”

• Talmud Berakhot 29b
→ 회당 기도문은 **“셈다르(שְׁמַע)” + “שְׁמוֹנֶה עֶשְׂרֵה”**로 구성됨
→ 예수는 이 전통 안에서 요약형 기도를 가르친 것으로 분석됨

위의 랍비 유대교의 기도 문헌을 통해 본 주기도문의 구조적 특징을 살펴 보겠습니다. 먼저 히브리어 운율은 짧고 리듬감 있는 시적 구조로 이루어져, 암송과 공동 예배에 적합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심 주제는 하나님을 향한 기도(이름, 나라, 뜻)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필요(일용할 양식), 영적 회복(용서), 보호(시험과 악으로부터의 구원)로 이어지는 점진적 흐름을 지닙니다.

또한 종말론적 비전으로서 하나님의 나라 도래와 뜻의 성취를 바라는 예언적 기원이 담겨 있으며, 공동체적 강조가 뚜렷하여 “우리”라는 표현을 통해 개인주의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기도임을 드러냅니다. 끝으로, 주기도문은 유대 전통의 계승으로서 회당 기도문의 내용을 농축하여 요약한 구조로, 아미다(Amidah), 카디쉬(Kaddish) 등 전통 유대 기도의 핵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히브리어 복원본은 예수님의 주기도문을 “기독교의 새로운 창조물”이 아닌, 랍비 유대교와 제2성전기 유대 신앙의 유산 속에서의 계승과 완성으로 조망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Judith H. Newman, Eliyahu Lizorkin-Eyzenberg, Marc Turnage의 글들을 요약한 후, 그 공통점과 핵심 내용을 비교하여 일반 독자들이 반드시 이해해야 할 포인트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1. Judith H. Newman

논문 제목: Teaching Prayer in Early Judaism: Contextualizing the Lord’s Prayer in Early Jewish Thought and Practice
• 핵심 주장: 주기도문은 단지 새롭거나 기독교적인 발명이 아니라, 이미 제2성전기 유대교의 기도 실천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 중요 포인트:
   o 주기도문은 1세기 유대 공동체의 교육과 신앙 형성에서 비롯된 기도 전통의 일부입니다.
   o 예수는 제자들에게 새로운 기도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기도 문맥 속에서 요약적이고 집약된 방식으로 가르쳤습니다.
   o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같은 호칭은 Qumran 문서와 유대교의 공동체 기도문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됩니다.

2. Eliyahu Lizorkin-Eyzenberg

기사 제목: Does The Lord’s Prayer have Jewish Liturgical Roots?
• 핵심 주장: 주기도문은 명백하게 유대교의 리투르기아(Liturgy) 구조와 내용에서 파생된 기도입니다.
• 중요 포인트:
   o Kaddish와 Amidah(Shemoneh Esrei)의 언어 및 주제와 병행됩니다.
   o 예수는 히브리어 혹은 아람어로 이 기도를 전했을 가능성이 높음. 이는 예수의 메시지가 유대인 청중에게 완전히 이해 가능한 문맥 속에 있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o “우리 아버지” (Avinu)라는 시작은 유대 기도문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전형적인 도입 형식입니다.

3. Marc Turnage

논문 제목: The Essence of Jesus’ Model Prayer in the Context of First Century Judaism
• 핵심 주장: 주기도문은 단순한 암송용 기도가 아니라, 예수의 제자도 교육의 핵심 요약이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실천적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 중요 포인트:
   o 주기도문은 하나님 나라 신학의 요약이며, 아미다(Amidah)의 구조적 응답 형식과 유사합니다.
   o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는 성전 기도와 율법 준수에 대한 유대인들의 바람을 표현합니다.
   o 주기도문을 통해 제자는 하나님과의 관계, 공동체 윤리, 종말론적 소망을 배우게 됩니다.

세 학자의 공통점 및 강조점 비교

Judith Newman, Lizorkin-Eyzenberg, Marc Turnage 세 학자는 주기도문의 기원을 연구하면서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강조점을 제시합니다:

1. 리투르기아적 배경
세 학자 모두 주기도문을 고대 유대교의 기도 전통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Newman은 쿰란 공동체와 같은 초기 유대 기도문을 언급하고, Lizorkin-Eyzenberg는 카디쉬(Kaddish)와 아미다(Amidah)를 연결시키며, Turnage는 성전 기도와 아미다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이들은 모두 주기도문이 단절된 새로운 창작물이 아니라 유대 리투르기아(예배 전통)의 연속성 안에 놓여야 함을 역설합니다.

2. 언어
세 학자 모두 예수께서 히브리어 또는 아람어로 기도하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Newman은 히브리어/아람어적 배경을 암시하고, Lizorkin-Eyzenberg는 아람어 원형을 중시하며, Turnage는 히브리어 기도어 사용을 주장합니다. 즉, 예수는 당대 유대 민중의 언어로 기도하셨으며, 주기도문도 그러한 언어 문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신학적 주제
세 학자는 각각 다른 표현을 사용하지만 모두 하나님 나라와 종말론, 하나님의 뜻, 회개와 용서, 하늘의 아버지 등의 신학 주제를 중심에 놓습니다. 이들은 주기도문이 단순한 개인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공동체적 구속 신학을 축약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4. 기능적 목적
세 학자 모두 주기도문이 단순한 암송문이 아니라, 제자 훈련과 공동체 교육, 예배 실천의 기능을 가진다고 봅니다. Newman은 제자 공동체 형성을 강조하고, Lizorkin-Eyzenberg는 하나님과의 관계 실천, Turnage는 실천적 제자도와 예배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즉, 주기도문은 삶으로 살아내는 기도이자 신앙 훈련의 핵심 도구라는 것입니다.

5. 결론
세 학자의 결론은 일치합니다. 주기도문은 신약의 독립적 창작물이 아니라 유대교적 전통에 뿌리내린 기도문이며, 유대 신앙의 자연스러운 연속선에 놓여 있습니다. Newman은 초기 유대 신앙의 연장으로 보고, Lizorkin-Eyzenberg는 유대 기도문을 요약한 핵심이라 설명하며, Turnage는 하나님 나라 윤리와 소망을 담은 중심 기도라 강조합니다.

주기도문은 유대교로부터 단절된 신약의 창작물이 아니라, 유대 리투르기아, 언어, 신학, 공동체 형성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예수님의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 선포와 제자 교육의 핵심 기도로 자리매김된다는 것이 세 학자의 공통된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 요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기도문은 예수님의 창작물이 아니라, 제2성전기 유대교의 기도 전통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2. “우리 아버지”로 시작되는 형식, 하나님의 이름, 나라, 뜻, 일용할 양식, 용서, 시험으로부터의 보호 등은 유대 전통 기도에서 익숙한 표현입니다.
3. 예수는 유대인 제자들에게 이미 익숙한 아미다, 카디쉬, 시편 등을 요약하고 재구성하여 제자도의 핵심 요약문으로 가르쳤습니다.
4. 주기도문은 단지 예배 순서의 하나가 아니라,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를 가르친 방식의 본질적인 요약이며 기도 교육의 핵심입니다.

<아람어와 히브리어의 울림: 주기도문의 음운적 구조와 시적 리듬>

주기도문은 단순한 기도문이 아니라, 시적 리듬과 언어적 함축, 그리고 음운적 구조까지 고려된 구두 전통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주기도문을 가르치실 때 사용하셨을 언어는 아람어(Aramaic) 혹은 히브리어(Hebrew)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 장에서는 주기도문의 음운적 구조가 어떠한 방식으로 쉐모네 에스레, 시편, 그리고 유대 기도문들과 병행되며,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와 제자도의 메시지를 시적으로 전달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병행 구조와 대칭성: 히브리 시의 특징

히브리 시문학의 핵심은 병행법(parallelism)입니다. 이는 서로 유사하거나 대조되는 구절들이 반복 구조로 배열되어 독자의 기억을 돕고 신학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입니다. 주기도문도 이 구조를 따릅니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 나라가 임하시오며
•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이 첫 부분은 모두 하나님 중심의 세 청원으로 구성되며, 이름-나라-뜻이라는 삼중 구조를 통해 하나님의 주권과 목적이 온전히 드러나도록 요청합니다.

그 다음 부분은 인간의 필요에 관한 세 청원입니다:

•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이는 양식-용서-구원이라는 세 가지 인간 실존의 필요(생존, 관계, 보호)를 포괄하며, 삼중 구조의 반복은 음운적 리듬을 형성합니다.

2. 아람어적 원형: “Abba”로 시작되는 기도의 혁신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는 전통적인 히브리 기도문과 달리 “아바”(Abba)라는 친밀한 호칭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단순한 인간 아버지가 아니라,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을 가장 친밀한 인격적 관계로 부르도록 초대하는 혁신이었습니다. 유대 전통에서 하나님은 거룩함과 위엄으로 거리를 유지하던 대상이었지만, 예수님은 기도의 출발점을 관계 중심으로 바꾸셨습니다.
“Abba”는 아람어이지만, 그 뒤를 잇는 청원들은 모두 히브리어 시가의 병행 구조를 따릅니다. 예:

• Yitqaddash Shemakh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 Titē melkuthakh (나라가 임하시오며)
• Ye`ase Retzonekha (뜻이 이루어지이다)

이러한 반복은 시편 103편, 145편 등에서 보이는 리듬과 구조와 유사하며, 성경 암송과 공동 예배에 적합하도록 짜여진 것입니다.

3. 팔복과 주기도문: 구조적 병행과 메시지의 공명

이미 11편에서 살펴본 팔복은, 예수님의 산상설교의 시작이자 제자도의 핵심 선언입니다. 팔복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따릅니다:

1.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2.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라 …
3.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이 구조는 주기도문의 순서와 놀라운 유사점을 보입니다:

• 하늘 중심: 하나님의 이름, 나라, 뜻 / 하나님의 의, 위로, 천국
• 일용할 삶: 양식, 용서, 보호 / 자비, 평화, 깨끗한 마음
• 종말의 영광: 나라와 권세와 영광 / 천국의 소유자, 하나님의 자녀

예수님은 단지 가르침을 선포하신 것이 아니라, 기도와 복음 메시지 사이에 언어적, 구조적, 신학적 일치를 창조하신 것입니다.

4. 시적 기도로서의 주기도문

주기도문은 단순한 요청의 나열이 아니라, 시편처럼 **시적 기도(poetic prayer)**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 반복과 대구: 기억하기 쉽게 구성됨
• 점층법(Climax): “이름”에서 시작해 “나라와 영광”으로 귀결됨
• 음운적 리듬: 히브리어 및 아람어 발음상 3–4음절 단위로 운율 형성
• 공동체적 화법: 모든 동사가 “우리(our)” 형태로 표현됨

이러한 구조는 고대 유대교 예배뿐 아니라,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주기도문을 공동 낭송하는 전통을 가능케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주기도문은 예수님께서 전하신 새 언약 공동체의 선언문이며, 히브리 시학과 아람어 언어미학이 융합된 신성한 시편입니다. 음운과 구조, 리듬과 병행, 고백과 간구가 어우러져, 그 자체가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살아 있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주기도문>

:하늘의 뜻이 이 땅에도 이루어지이다: 하나님의 나라와 주기도문의 중심 주제
“Your kingdom come, your will be d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
(Matthew 6:10, ESV)

1. 하늘과 땅 사이의 기도

주기도문은 단지 개인의 신앙 고백을 넘어서, 하늘과 땅 사이의 깊은 연합을 요청하는 중보기도입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라는 문구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가 하늘과 같이 완전하게 이 땅에도 임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청원입니다. 이는 단지 윤리적 삶의 다짐을 넘어, 하나님의 왕권 회복을 소망하는 종말론적 기도이기도 합니다.

히브리어로 이 구조를 되살리면 다음과 같은 리듬이 드러납니다:
יִהְיֶה רְצוֹנְךָ כַּאֲשֶׁר בַּשָּׁמַיִם כֵּן בָּאָרֶץ
“Yihyeh retzonkha ka’asher ba-shamayim ken ba-aretz”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이 병행 구조는 유대 기도문 특히 시편과 쉐모네 에스레이(Amidah)의 리듬과 강하게 연결되며, 하나님의 통치를 이 땅에 실현하려는 “메시아적 기도”의 전형으로 작용합니다.

2. 하나님의 나라: 유대교와 예수의 가르침

유대교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Malchut Shamayim (מַלְכוּת שָׁמַיִם), 즉 “하늘의 왕권”으로 불리며, 이것은 단지 미래의 종말적 현실이 아니라, 율법을 따르는 현재의 삶 속에서도 실현될 수 있는 실존적 통치였습니다. 랍비들은 쉐마 기도를 통해 매일 하나님의 왕권을 받아들이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שְׁמַע יִשְׂרָאֵל… יְהוָה אֱלֹהֵינוּ יְהוָה אֶחָד”
“Shema Yisrael… Adonai Eloheinu, Adonai Echad”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는 우리 하나님이시오 주는 하나시니라.” (신명기 6:4)
예수님의 주기도문은 이러한 유대적 이해 위에 세워지되, 그 나라가 “이미 임했다”는 선언과 함께 그 나라의 완성을 기도하게 만듭니다.

예수님의 “하나님의 나라” 선포는 세 가지 차원에서 유대교와 차이를 보입니다:
1. 선언적 차원 – 이미 임한 하나님의 나라 (already)
2. 청원적 차원 –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의 나라 (not yet)
3. 제자도의 차원 –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구현하는 실천 (ethical embodiment)

3. 쉐모네 에스레이와 하나님의 나라

**Shemoneh Esrei (שמונה עשרה)**는 유대교의 중심 기도문으로, 총 18개의 축복(현재는 19개)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세 번째, 다섯 번째, 열 번째 축복이 하나님의 통치와 뜻이 이루어짐을 주제로 삼고 있어 주기도문과 강력한 연결점을 가집니다:

• 3번째 축복: Kedushat HaShem (하나님의 이름의 거룩함)
• 5번째 축복: Teshuvah (회개로 돌아옴)
• 10번째 축복: Kibbutz Galuyot (열방의 귀환, 왕국 회복)

예수께서 주기도문에서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와 “뜻이 이루어지이다”라고 기도한 구조는, 이 유대 기도문의 틀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이것을 단지 민족적 왕국 회복의 차원이 아닌,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하나님의 나라의 새 창조 선언으로 재해석하였습니다.

4. 팔복, 주기도문, 그리고 하늘의 뜻

예수님의 산상수훈 중 팔복에서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라고 선언하실 때, 그것은 단지 내세의 위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대한 현재적 응답이었습니다.

팔복(마태복음 5장)과 주기도문(마태복음 6장)은 단순한 윤리적 선언이나 기도의 모델을 넘어, 예수의 천국 백성에 대한 교훈과 하나님 나라의 영적 질서를 서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팔복의 각 항목이 주기도문의 구절과 어떻게 구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1. 심령이 가난한 자 (1복)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마음이 가난한 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며 하늘의 권위에 의탁합니다. 이는 겸손히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는 기도로 연결됩니다.

2. 애통하는 자 / 온유한 자
→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세상의 죄와 악에 애통하며,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온유함으로 순복하는 태도와 이어집니다.

3.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일용할 양식은 단지 물질적인 필요를 넘어 의와 진리를 갈망하는 자의 영적 공급을 요청하는 기도입니다.

4. 긍휼히 여기는 자
→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긍휼을 베푸는 자는 용서의 실천자입니다. 이는 주기도문에서 용서를 구하고, 동시에 타인에게 용서를 베푸는 자의 기도와 정확히 호응합니다.

5. 마음이 청결한 자 / 화평케 하는 자
→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마음의 청결함과 화평은 악으로부터의 분리와 정결함을 지향합니다. 이는 악에서의 보호와 내면의 성결을 구하는 기도와 연결됩니다.

6. 의를 위하여 박해받는 자
→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의로 인해 고난받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와 영광에 소망을 둡니다. 이 구절은 그들의 고난이 헛되지 않음을 확증하는 종말론적 찬양입니다.

이처럼 팔복과 주기도문은 동일한 산상수훈의 맥락 안에서, 하나님 나라 백성의 성품과 기도생활의 구조를 병행하여 제시합니다. 이는 예수께서 단지 기도를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삶 전체를 기도와 행동, 마음과 구조로 설계하셨음을 보여줍니다.

5. 하늘 뜻의 실현은 ‘내 삶의 거룩한 순종’

예수님께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라는 기도를 가르치신 것은 단지 문장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제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며 살아내도록 이끄는 신적 초청이었습니다. 이 기도는 결국, 율법을 마음에 새기고 삶으로 실천하는 새 언약 백성의 기도이며, 우리 각자가 그 뜻을 이루는 통로가 되는 삶을 살라는 부르심입니다.

<주기도문과 아미다, 그리고 팔복의 삼중 병행 구조: 하나의 기도로 드러난 천국의 문법>

앞선 장 들에서 우리는 주기도문(Lord’s Prayer), 아미다(Shemoneh Esrei), 그리고 팔복(Beatitudes)이 공유하고 있는 유대적 문맥, 기도 언어, 하나님의 나라라는 핵심 주제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세 기도 형태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깊은 리듬과 병행 구조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입체적으로 탐색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 구조는 단지 문학적 병렬이 아니라, 유대 전통 안에서 형성된 ‘기도의 패턴’이며, 예수께서 이 틀 안에서 새롭게 하신 하나님의 나라의 기도 문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세 기도의 병렬 구조와 천국의 문법

세 기도(아미다, 주기도문, 팔복)는 단순한 개인의 신앙 표현을 넘어서서 공동체적 예배, 천국 백성의 정체성, 그리고 하늘의 뜻을 땅에 이루려는 언약적 기도의 틀입니다. 아미다는 바벨론 포로기 이후, 유대 공동체가 매일 세 차례 드리는 공식적인 기도로 자리 잡았고, 예수께서도 이 기도 흐름 속에 있었음을 우리는 복음서를 통해 추론할 수 있습니다. 주기도문은 그 흐름을 계승하되, 제자도와 하나님의 나라에 초점을 맞추며 요약적이며 강력한 구조를 지닙니다. 팔복은 마치 이 기도의 선언문 혹은 프롤로그처럼, 천국 백성의 정체성과 하나님의 다스림의 시작을 선포합니다.

2. 음운적·형식적 병행 구조

• 아미다는 3개의 찬양, 13개의 간구, 3개의 감사 기도로 이루어진 19개 축복(현재 구조 기준)으로 구성되며, 구조적 완성미와 공동체적 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 주기도문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해 하나님의 이름, 나라, 뜻을 구하는 상향적 기도(3구절)와, 일용할 양식, 용서, 시험/악에서의 구원을 구하는 하향적 기도(3구절)로 대칭을 이룹니다.
• 팔복은 8개의 선언(혹은 9개로 보는 전통도 있음)으로 구성되며,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하여 ‘의를 위하여 박해받는 자’로 끝납니다. 처음과 마지막 복은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로 동일한 종결을 갖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유대 문학에서 중요한 병행법(parallelism)과 구조적 반복(inclusio)의 방식이며, 음운적으로도 짧고 운율적인 문장이 반복되며 기억과 암송에 적합하게 되어 있습니다.

3. 주제적 병행: 하나님의 이름, 나라, 뜻

이 세 기도의 공통된 중심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아미다에서 이 나라는 메시야의 도래, 다윗의 왕권 회복, 예루살렘의 구속, 그리고 공의의 실현으로 구성됩니다. 주기도문은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팔복의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의로 인해 박해받는 자”라는 천국 백성의 정체성과 바로 연결됩니다.

특히 “하늘에서 뜻이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라는 표현은 아미다의 중반부에 나타나는 “주의 뜻이 속히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기도와 거의 동일한 기조를 따릅니다.

4. 윤리적·종말론적 병행: ‘지금 여기’와 ‘그 날’

세 기도는 모두 윤리적 실천과 종말론적 기대를 함께 지닙니다. 아미다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의 이름을 영원히 찬송하게 하소서”라는 감사는, 하나님 나라가 궁극적으로 실현될 때에 대한 찬양입니다. 주기도문은 “나라가 임하시오며”라는 선언과 함께, 매일의 양식을 구하면서도 장차 완전한 회복의 날을 사모합니다. 팔복 또한 지금 당장의 고난과 ‘천국의 소유’라는 종말적 보상을 병행하여 선언합니다.

5. 하나의 기도로 드러난 하나님의 나라

주기도문, 아미다, 팔복은 단순히 병렬된 유대 전통의 기도가 아닙니다. 이 세 기도는 하나님 나라의 정체성과 백성의 삶을 정의하며, 기억과 암송, 공동체 예배, 그리고 윤리적 삶의 실천으로 연결되는 천국 백성의 기도 문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문법을 새롭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완성하셨고, 제자들에게는 이제 “이와 같이 기도하라” 하시며 그 나라의 시민이자 사자로서 살아갈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기도와 첫 세기 유대교 맥락: 주기도문의 유대적 기원과 회당 전통 안의 실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주기도문은 단순한 개인 경건의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당시 유대교의 중심이었던 회당(Synagogue)과 성전(Temple) 예배에서 사용되던 공동체적 기도 구조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속한 1세기 유대사회는 회당 교육과 기도 암송이 일상화된 세계였으며, 이 전통은 주기도문의 구조와 어휘, 신학적 강조점에 뚜렷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1. ‘쉐마 이스라엘’과 주기도문의 구조적 병행성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주기도문은 단지 새로운 기도의 틀이 아니라, 유대교의 핵심 기도인 ‘쉐마 이스라엘’(שְׁמַע יִשְׂרָאֵל)과 깊은 구조적 평행성을 지닙니다. 신명기 6:4–9에 등장하는 쉐마는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며, 하나님의 유일성과 사랑, 계명의 기억, 공동체적 교육과 일상적 실천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한 신앙 고백을 넘어 일상 속에 새겨진 존재 선언입니다.

주기도문 역시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라는 말로 시작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전적 경외와 사랑, 그리고 그분의 이름과 통치, 뜻이 세상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청으로 이어집니다. 이 기도는 마치 쉐마처럼 하나님에 대한 전인적 응답을 요청하며, 내면의 순종과 외적인 윤리 실천을 통합합니다. 쉐마가 마음과 힘과 뜻을 다한 사랑의 응답이라면, 주기도문은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실천적 응답입니다.

두 기도는 모두 공동체적 정체성을 형성하며, 매일의 삶을 관통하는 예배적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쉐마가 이스라엘의 신학적 국기에 해당한다면, 주기도문은 하나님 나라 백성의 언약 선포문과 같습니다. 이 병행성을 통해 우리는 예수께서 새 기도를 창작하신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기도 전통을 새 언약 안에서 갱신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2. 문학적 리듬이 살아 있는 시적 확대: ‘이제야 드러난 진실’과 ‘새로운 출애굽 선언’

예수님의 기도는 단지 한 편의 종교 문구가 아니라, 시대의 공허를 꿰뚫고 울려 퍼진 선언이었습니다. 수백 년간 예언자들의 탄식 속에서 기다려졌던 하나님의 나라—그 침묵과도 같은 기다림의 끝에서, 드디어 ‘이제야 드러난 진실’로서 다가온 이 기도는, 숨겨져 있던 하나님의 뜻이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결정적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그 진실은 바로, 하늘의 아버지께서 인간의 언어로, 인간의 기도로 다가오셨다는 것입니다.

이 기도는 동시에, ‘새로운 출애굽 선언’입니다. 애굽에서의 구원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향한 하나님의 구속적 운동을 상징합니다.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이루어지이다”는 선언은 마치 밤중에 울려 퍼진 홍해 갈라짐의 외침처럼, 어둠과 억압의 시간을 갈라내고 빛으로 나아가는 길을 여는 외침입니다. 이 기도는 하나의 요청이 아니라, 새로운 해방의 예언이자, 왕 되신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공동체의 고백입니다.

따라서 주기도문은 단어의 모음이 아니라, 리듬과 울림의 진동체입니다. 이 리듬은 절망 속에서도 소망을 노래하게 하고, 침묵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게 합니다. 문학적 언어와 신학적 선언, 그리고 공동체적 정체성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 기도는, 오늘 우리에게도 ‘다시 시작하라’는 부르심으로 들려옵니다.

3. 유대인의 교육과 기도 실천: 베트세페르, 베트탈무드, 베트미드라쉬

유대인의 자녀들은 어릴 적부터 베트 세페르 (בית ספר, “책의 집”)에서 토라를 배우며 자라났고, 뛰어난 자들은 베트 탈무드 (בית תלמוד)에서 미쉬나와 해석을 공부하였으며, 성인 남성은 베트 미드라쉬 (בית מדרש)에서 회당 중심의 성경 연구와 기도 암송 훈련에 참여했습니다. 회당 기도는 단순한 예배 요소가 아니라 일상화된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역시 이 전통 안에서 자라났습니다. 따라서 주기도문 역시 갑작스러운 새로운 기도가 아니라, 유대 기도의 정수를 요약한 형태였으며, 제자들에게는 익숙하고 체화된 언어였습니다.

4. 예수님이 드렸을 기도의 원형들: 아미다와 카디쉬의 실제적 기도 경험

아미다 (עמידה, ‘서서 드리는 기도’)는 하루 세 번 회당에서 드리는 중심 기도였으며, 그 가운데 ‘하나님 나라’, ‘이름의 거룩함’, ‘양식의 간구’, ‘용서와 회복’, ‘악으로부터의 보호’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구절들은 주기도문과 거의 병행 구조를 이룹니다.

• 아미다 제3축복: אַתָּה קָדוֹשׁ וְשִׁמְךָ קָדוֹשׁ – “주님은 거룩하시며, 주의 이름도 거룩하십니다.” →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 아미다 제10축복: תָּשׁוּב וּתִשְׁכֹּן בְּתוֹךְ יְרוּשָׁלַיִם – “왕국의 회복과 통치” → “나라가 임하시오며”
• 아미다 제6축복: בָּרֵךְ עָלֵינוּ אֵת הַשָּׁנָה הַזֹּאת – “우리에게 양식을 주소서” →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 아미다 제7–9축복: 죄 사함, 회개, 용서를 위한 기도 →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카디쉬 (קדיש) 또한 회당에서 아미다 후에 드리는 공적 기도문으로, “주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소서 (יִתְגַּדַּל וְיִתְקַדַּשׁ שְׁמֵהּ רַבָּא)”라는 말로 시작하며, “주의 나라가 속히 임하시고”라는 종말론적 기원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주기도문 서두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와 구조상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5. 탈무딕 시대 이전의 하브루타(Havruta)와 기도 훈련

예수님의 기도 교육은 단순히 종교적 행위의 지시가 아니라, 제자도의 핵심을 이루는 유대적 훈련 과정이었습니다. 이 훈련은 첫세기 유대교, 특히 탈무딕(Talmudic) 시대 이전의 전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시대에는 ‘하브루타’(חַבְרוּתָא)라 불리는 유대적 학습 방식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이는 두 명 이상이 짝을 이루어 토라(Torah)를 토론하고 암송하며 실천하는 교육 방식으로, 공동체적 사고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진리에 다가가려는 유대 교육의 전형이었습니다. 기도 훈련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쉐마(Sh’ma), 아미다(Amidah), 베라카(berakhah)와 같은 기도문을 반복 암송하며 몸에 배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일상에서 기도를 배우고, 회당과 가정, 길거리에서도 끊임없이 하나님과 대화하는 삶을 실천하도록 길러졌습니다.

6. 예수님의 제자 훈련은 회당과 유대 기도문맥 안에서 이루어진 것

예수님은 회당(synagogue) 중심의 교육과 기도 전통을 부정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율법을 가르치셨고, 제자들에게 기도를 ‘이방인처럼 중언부언하지 말고’ 하나님 아버지께 직접 드릴 것을 가르치셨습니다(마 6:7–9). 예수님이 가르친 주기도문은 쉐마와 아미다, 카디쉬(Kaddish), 그리고 시편에 담긴 유대 기도의 구조와 내용, 특히 종말론적 비전과 회개의 정신을 농축하여 담은 새로운 기도이자, 기존 기도문들의 본질을 요약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기도 교육이 철저히 유대적 문맥 안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7. 하늘에 계신 아버지로서의 하나님: 유대적 친밀성과 경외의 균형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אֲבִינוּ שֶׁבַּשָּׁמַיִם)”라는 호칭은 예수님의 기도 신학의 정수를 드러냅니다. 유대교 전통에서 하나님을 ‘아버지(Avinu)’로 부르는 전례는 아미다와 카디쉬, 그리고 회당 예전 속에서도 나타나며, 이는 하나님의 돌보심과 인도하심을 고백하는 친밀한 호칭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에 계신’이라는 표현은 그분의 절대적 거룩함과 초월성을 함께 강조하며, 친밀함과 경외심을 동시에 드러내는 유대적 기도 언어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기도 교육은 제자들에게 단순한 경건 훈련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전인적 삶의 실천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기도는 입술의 암송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하나님 앞에 드리는 행위이며, 그 중심에는 아버지와 자녀의 인격적 관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8. 히브리어 원문과 주기도문의 병행 구조

학자 David Bivin과 Roy B. Zuck이 복원한 히브리어 주기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אֲבִינוּ שֶׁבַּשָּׁמַיִם
(Our Father who is in the heavens)

יִתְקַדֵּשׁ שִׁמְךָ
(May your name be sanctified)

תָּבוֹא מַלְכוּתֶךָ
(May your kingdom come)

יֵעָשֶׂה רְצוֹנְךָ
(May your will be done)

כַּאֲשֶׁר בַּשָּׁמַיִם כֵּן בָּאָרֶץ
(As it is in heaven, so let it be on earth)

תֵּן לָנוּ הַיּוֹם לֶחֶם חֻקֵּנוּ
(Give us today our apportioned bread)

וּסְלַח לָנוּ עַל חֲטָאֵינוּ
(Forgive us our sins)

כַּאֲשֶׁר סוֹלְחִים גַּם אֲנַחְנוּ לַחֹטְאִים לָנוּ
(As we also forgive those who sin against us)

וְאַל תְּבִיאֵנוּ לִידֵי נִסָּיוֹן
(Do not bring us into testing)

כִּי אִם הַצִּילֵנוּ מִן הָרָע
(But deliver us from evil)

이 구조는 전체적으로 시적 병렬법(parallelism), 리듬감 있는 히브리어 운율, 그리고 공동체적 표현(“우리”)을 통해 유대 기도문과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9. 나사렛과 가버나움 회당에서의 기도 실천과 주기도문의 맥락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회당에 들어가시어 성경을 읽으시고(눅 4:16), 회당에서 가르치시고(막 1:21), 안식일마다 백성과 함께 예배드리셨습니다. 이 때 사용되던 기도문은 Amidah, Kaddish, Shema(שמע 이스라엘), 그리고 여러 시편 찬양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청중은 이미 회당에서 Avinu(아버지)라는 표현을 매일 듣고 있었고, 하나님의 이름, 왕국, 뜻이라는 표현은 예배와 율법 교육을 통해 익숙한 구조였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이 가르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기도는 그들에게 생소한 기도가 아니라, 익숙한 표현을 혁신적으로 재해석한 종말론적 선언이자 실천적 기도로 다가왔습니다.

10. 사도행전과 랍비 유대교의 기도 전통의 연속성

사도행전에서도 제자들이 성전에 모여 기도하고(행 3:1), “하루 세 번 기도”(행 10:9; 단 6:10)를 실천하며, 유대교의 기도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로 보아 주기도문은 초기 교회의 공동체적 기도 안에서도 중심을 이루었으며, 단절이 아닌 연속적 계승의 형태로 발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기도문은 예수님께서 창조하신 새로운 기도가 아니라, 유대 랍비 전통과 회당 기도의 핵심을 응축하여, 하나님 나라를 중심에 두고 재구성하신 기도였습니다. 히브리어의 운율과 병렬 구조, 아미다 및 카디쉬와의 병행, 그리고 예수님과 제자들이 속한 1세기 유대교의 교육 및 예배 실천은 모두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 기도는 단순한 암송의 문장이 아니라, 삶을 하나님 나라의 방향으로 재정렬하게 만드는 제자 공동체의 실천적 신앙 고백이었습니다.

<제자들이 들은 그 기도: 제1세기 유대인의 귀에 울린 주기도문의 메시지>

예수님께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신 주기도문은 단지 기도의 예시가 아니라, 제자 공동체의 신앙 고백이자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 살아가는 삶의 기조 선언이었습니다. 이 기도는 유대 청중의 귀에 익숙한 언어, 구조, 신학적 상징으로 가득 차 있었으며, 제자들은 이를 단지 새롭다기보다 “이제야 드러난 진실”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1. 유대 기도의 문법으로 주기도문을 듣다

제1세기 유대인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쉐마 이스라엘”(שְׁמַע יִשְׂרָאֵל, 신명기 6:4-9)과 “아미다(Amidah, עמידה)”를 암송했습니다. 아미다는 18개의 축복으로 구성된 기도이며, 그 첫머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אבותינו אלהי ואלהי אבות אותנו לעולם ואולנו (Avot: “우리 조상의 하나님,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 시작)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אֲבִינוּ שֶׁבַשָׁמַים Avinu shebashamayim)라는 주기도문 서두는 이 아미다의 구조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는 종말론적 기대를 담은 아미다의 열 번째 축복, 말쿠욧(מלכויות, 하나님의 통치를 구하는 축복)과 구조적으로 연결됩니다.

2. 새로운 권위로 다가온 기도

예수님의 기도는 단지 기존 기도문의 변형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신 분이 직접 주신 ‘새 언약 백성’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תֵּן לָנוּ הַיּוֹם לֶחֶם חַּקֵנוּ)라는 구절은 출애굽기의 만나(מַן) 사건과 레헴(לחם, 빵)의 상징을 통해, 과거의 은혜를 기억하게 합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וְאַל תְּבִיאֵנוּ לִידֵי נִסָּיוֹן)는 광야의 시험, 다니엘의 시련, 욥기의 고난을 암시하며, 인내와 신뢰의 언어를 드러냅니다.
이 기도는 모세의 율법을 기억하되, 예수 안에서 재해석된 율법의 중심, 즉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 안에서 드리는 “아빠, 아버지”의 신뢰가 담긴 기도였습니다.

3. 제자들이 체험한 주기도문의 공동체적 성격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기도는 철저히 ‘우리(אֲנַחְנוּ)’의 기도였다. 이는 개인주의적 경건을 넘어서, 공동체적 연합과 회복을 전제로 합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는 쉘리코트(Selichot, סליחות) 전통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회개와 화해의 공동체적 리듬 안에서만 성립되는 기도입니다.
이러한 공동체적 기도는 성전이 무너진 이후(주후 70년) 더욱 강조되었으며, 사도행전의 예루살렘 교회(행 2:42)와 바울 서신 속의 “쉬지 말고 기도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7) 등의 교훈에서 그 흔적이 이어집니다.

4.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나타난 유대 기도

누가복음 4장에서 예수께서 회당에서 이사야서를 읽으시고 선포하신 사건은, 당시 회당 예배 순서 중 Amidah, Shema, Kaddish 등 기도들이 포함된 정규 예전 구조를 따릅니다. 나사렛과 가버나움 회당에서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기도들이 일상적으로 낭송되었을 것입니다:

• 아미다 1복: “우리 조상들의 하나님이시여, 복 주시옵소서”
• 카디쉬: “그분의 위대한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소서 (Yitgaddal veyitqaddash shemeh rabba…)”
• 쉐마 이스라엘: “들으라 이스라엘아,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이시니…”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사도 바울은 이러한 유대 기도의 언어 구조 속에서 자라났고, 그 위에서 주기도문과 초대 교회 기도 전통을 쌓아올린 것입니다.

5. 주기도문, 율법을 완성한 기도

주기도문은 율법(Torah)을 대치하거나 폐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래적 의도와 뜻을 충실히 반영하며, 하늘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백성의 기도였습니다. 제자들은 이를 통해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성령의 인도 아래 실천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지금 여기서 살아내는 제자 공동체의 기도로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주기도문을 단지 교리적 암송문이 아니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유대-기독교적 구속사의 언어로 새롭게 회복해야 합니다.

<아미다로부터 흘러나온 바울의 기도 신학과 제자들의 유대 기도 전통>

바울은 가말리엘(Gamaliel I, 탈무드의 전승자)에게서 배운 바리새파 학자였습니다(행 22:3). 그는 카디쉬(Kaddish, יתגדל ויתקדש שמה רבא)와 아미다, 미쉬나의 토대 위에서 율법과 기도를 배운 인물로, 그의 기도와 서신은 유대 전통을 잘 반영합니다. 그의 서신에 반복되는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기를”이라는 표현은 아론의 축복(민 6:24-26)의 재해석입니다.

또한 바울은 고린도후서 1:3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요 자비의 아버지시며 위로의 하나님”이라 고백하며, 유대 전통의 “Avinu” 개념과 하나님 나라 사상을 기독론 안에서 통합하고 있습니다. 그의 기도는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주기도문이 품은 하나님 나라적 공동체 비전의 실천이었습니다.

1. 아미다(עמידה)와 사도 바울의 기도신학

사도 바울은 단순한 예수의 추종자가 아니라, 가말리엘 1세에게 수학한 정통 바리새 학파의 율법학자였습니다(행 22:3). 그가 아미다(Shemoneh Esrei) 기도에 익숙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유대교의 중심 기도는 하루 세 번 드려졌으며, 하나님의 거룩함, 용서, 구속, 지혜, 평화, 메시아의 도래를 간절히 호소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바울의 서신 곳곳에서 이 아미다의 신학적 구조와 정서가 반영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마서 8:26–27에서 바울은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신다”고 말합니다. 이는 아미다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שׁוֹמֵעַ תְּפִלָּה (Shomea Tefillah, ‘기도를 들으시는 분’)*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으며, 바울은 성령께서 중보자로서 우리 기도 속에 함께하시는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또한 에베소서 1:17–23의 장엄한 기도는 아미다의 전통을 배경으로 한 감사와 계시,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소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지혜와 계시의 영”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 알게 해달라고 간구하며, 부활과 승천의 권세를 받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위한 중보적 기도를 드립니다. 이러한 기도는 단순한 축복이 아니라, 유대 기도문에서 익힌 신학적 패턴과 구조를 창조적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2. 제자들의 기도 훈련과 구전 토라의 맥락

예수님의 제자들은 비록 갈릴리의 평범한 어부나 세리였지만, 유대 사회 속에서 베트 세페르(Bet Sefer)와 베트 탈무드(Bet Talmud)를 통해 토라를 암송하고, 미쉬나적 구전 토라(Torah Shebe’al Peh)를 내면화하며 성장해왔습니다. 하브루타(Havruta)식 토론과 반복적 암송은 그들의 기본 훈련 방식이었고, 기도 또한 암송을 통해 삶 속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주기도문은 이러한 교육의 산물처럼, 길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담아낸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암송과 공동 기도에 적합했습니다. 이는 미쉬나 브라콧(משנה ברכות)의 기도 규범을 따르는 방식과 유사하며, 제자들은 이 기도를 통해 예수께서 제시하신 새로운 하나님 나라 윤리를 일상 속에서 훈련받았습니다.

3. 사도행전 속 공동체 기도와 주기도문의 흔적

사도행전은 초기 공동체가 어떤 기도 문화를 형성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사도행전 2:42는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과 교제와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에 힘쓰니라”고 말합니다. 이 기도는 단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몸에 밴 회당 중심의 공동기도 전통이 확장된 형태였습니다. 이 공동체는 카디쉬(Kaddish)와 아미다를 배경으로, 성령의 임재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특히 사도행전 4:24–31에서는 박해 중 드린 공동체의 간절한 기도가 주기도문의 구조와 상통함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만물을 지으신 주여”라고 시작하여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구하고, 성령으로 담대히 복음을 전하게 해달라고 간구합니다. 이는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주기도문의 핵심 구절과 깊이 연결됩니다.

즉, 주기도문은 단지 제자 개인의 암송용 기도문이 아니라, 초대교회 공동체의 공적 예배와 기도생활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이는 회당 전통에서 교회로 이어진 신앙의 연속성,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내는 신앙 행위로서의 기도가 어떻게 공동체 중심으로 정착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기도 속에 피어나는 하나님 나라의 삶>

주기도문은 단지 기도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가장 본질적인 하나님 나라의 헌장이며,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한 영적 지도(map)입니다. 이 기도 속에는 신앙의 뿌리, 하나님과의 관계, 공동체적 정체성, 그리고 세상을 향한 사명의 비전이 모두 내재되어 있습니다.

1. 하늘의 빛, 땅의 순종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부름은, 하늘과 땅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선언입니다. 거룩하시며 초월적인 하나님이, 우리 모두의 ‘아버지’가 되셨다는 사실은 유대교적 경외와 신약적 친밀함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다”는 기도는, 하나님의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임하는지를 묻는 신앙적 실천의 초대입니다.

이 기도는 하늘의 뜻을 땅에서 구현하며 사는 제자도의 길, 곧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살아내는 성도의 삶을 요청합니다.

2. 음운적 병행구조 안에 담긴 쉼과 질서

히브리 시문학의 대칭적 구조와 유사하게, 주기도문은 셈족 시학적 리듬과 병행구조를 지닙니다. 이는 시두르(Siddur)와 아미다(Amidah)의 전통에서 익숙한 기도 리듬을 반영하며, “일용할 양식”과 “죄 사함”, “시험”과 “악에서 구함” 등의 병렬 구절들은 인간 삶의 실제적 요청과 하나님의 은혜를 대응시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문학적 장치가 아니라, 기도자의 마음의 쉼과 영혼의 질서를 위한 거룩한 선율입니다. 예수님은 단어를 넘어서, 구조마저도 하늘의 질서를 이 땅 위에 선포하셨습니다.

3. 중보기도의 삶, 하나님 나라의 공동체

주기도문에서 반복되는 ‘우리’라는 단어는, 하나님 나라 백성의 정체성을 공동체적 중보자로 확립합니다. 이 기도는 내 개인의 필요를 위한 간구가 아니라, 이웃을 위한 중보, 선교지를 위한 눈물, 억눌린 자를 위한 간절함으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기도의 삶은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도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는 삶입니다. 주기도문은 우리를 기도의 자리에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으로 보냅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바로 그 나라를 몸으로 살아내도록 부르십니다.

4. 오늘도 드리는, 그리고 영원히 울려 퍼지는 기도

2000년 전 갈릴리 언덕에서 제자들이 들었던 그 기도는 오늘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시두르와 아미다에서 영감을 받은 이 기도는 유대인의 문법 안에서 태어났지만, 그 의미는 모든 시대와 민족을 향해 확장되었습니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라는 마지막 선언은, 단지 기도의 마침이 아니라, 우리를 다시 세상으로 보내는 파송의 선언입니다.
이 기도는 우리가 매일 암송하는 기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를 매일 새롭게 살게 하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글을 맺으며: 다시 기도 앞에 서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기도는 단절이 아닌 ‘회복’이자 ‘완성’이었습니다. 아미다와 카디쉬에 익숙했던 유대 제자들에게 이 기도는 완전히 새로운 말씀이 아니라, 오히려 예언자들의 말씀이 구현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확언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바울과 같은 사도들도 이러한 랍비적 기도 전통 안에서 자랐고, 신약의 모든 서신과 공동체 기도는 이러한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주기도문은 공동체를 세우는 기도이자,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인격적이고도 공적인 예배를 드리는 ‘하늘과 땅의 만남’입니다. 이제 이 기도는 단지 암송을 위한 형식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며, 하나님 나라 백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고백입니다.

이 책의 여정은 팔복에서 시작되어, 아가다와 할라카, 성전과 회복, 여인들과 제자도의 이야기로 이어졌고, 이제 ‘기도’라는 가장 내밀한 영적 자리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실상은 끝이 아닙니다. 주기도문은 하나님 나라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다시 그 문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설 것인가?
그 기도를 삶으로 살아낼 것인가?
기도하라, 하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살아내라, 주께서 가르치신 그 기도대로.

2025년 7월 12일 주일 새벽 김종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