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계발] 필리핀 한 알의 밀알교회 33주년을 맞이하여 »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갈수록 새록새록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다.
그 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너무나도 평범하고, 초라하고, 아무도 알아 주지도 않던 작은 시작이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습니다.
필리핀 한 알의 밀알교회가 3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한국 목회까지 합치면 39년을 넘어 꽉 채워서 이제 곧 40년 사역이 되지만 33년 전의 일은 일생의 모멘툼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 날은 1992년 8월 6일입니다.
바로 필리핀에 한 알의 밀알교회 첫 예배를 드린 날입니다.
거창하게 창립예배를 드린 것도 아닙니다.
외부 손님들을 초대한 것도 아닙니다.
아내와 딸 그리고 안티폴로 베버리힐스에 있는 선교 훈련원 훈련원생들과 함께 지프니를 두 번 갈아타고, 트라이시클로 다시금 갈아 타고 찾아 간 곳, 허름한 집들, 시골길보다 못한 흙 길, 생기를 잃은 얼굴들, 흡사 패잔병들의 집합체 같은 마을이었습니다.
당시 안티폴로 가르시아 시장의 조카인 호세피나가 선교훈련원 영어 교사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의 작은 어머니가 땅 주인으로 있는 따이따이 바토 바토 지역을 소개해 주어서 찾아 간 곳이 바로 맹고 나무가 있는 작은 언덕이었습니다.
마을에 들어설 때 눈에 가득 들어오는 흙 길, 쓰레기 더미, 그리고 곧 무너질 것 같은 판자집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전기도, 수도도, 도로도 없는 초라한 슬럼가에 가구 수도 몇 채 안되는 아주 가난한 마을이었습니다.
호세피나의 작은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그 땅에 있는 맹고 나무 아래에서 첫 예배를 드렸습니다.
한국인 선교사가 왔다고 아이들과 마을 주민 몇명이 구경하러 왔다가 갑작스레 창립멤버(?)가 되었습니다.
비가 오면 맹고 나무 아래에서 잠시 중단하고, 비가 그치면 이어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정기적인 성경공부로, 21일 다니엘 기도회로, 그리고 사왈리 교회가 되었습니다. 쥐와 뱀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 오는 교회당 바닥에서 수없이 21일 금식 기도를 드렸습니다.
첫해에 12명의 신학생을 키우기 시작했고, 사왈리 교회를 짓기 시작해 2개월 만에 완공하여 첫 여름성경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시작한 예배는 참 행복했습니다.
비록 전기가 없어 자동차 배터리에 연결하고, 교회 의자는 Pallet(받침대)을 재사용해서 만들었으며, 물은 마을 어구에서 길어와야 했고, 교회까지 가는 길은 진흙으로 진창이 되어 걸어 오느라 교회 안에는 진흙더미가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행복하기만 한 교회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흰개미가 곳곳을 먹어 치워서, 기둥도, 벽도, 천정의 트래스도, 모두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금란 감리교회 김홍도 목사님이 이것을 보시고 자신이 세계 최대의 감리교회를 세웠는데 이곳에 최대교회를 지으라고 권면해 주셨습니다.
호세피나의 이모로부터 몇 등분으로 나뉜 땅을 조금씩 조금씩 구입하고, 그 자리에 성전을 건축한 것이 7년이 걸렸습니다. 눈물과 고난과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저와 딸을 영국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저는 선교사역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기에 영국으로 가는 것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곳에서 서구 교회의 몰락과 이슬람의 발흥과 세계 부흥운동을 연구하게 되리라!”는 주님의 이끄심에 저를 꺾고 눈물을 머금고 떠났습니다.
세계 문명의 중심, 19세기 식민주의의 정점, 해가 지지 않은 대영제국은 말로만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이든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던 바토바토에 비해, 그곳은 학문적으로, 문명사적으로, 적어도 세계를 주도하고 이끌었던 정점에 있었던 나라였습니다.
그곳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꿈에 그리던 필리핀으로 가는 것 만을 학수고대하던 저에게 “보스톤으로 가라!”는 명령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청천벽력과 같은 명령이었습니다.
American dream과 교육 그리고 풍요로운 삶을 접어 두고 오직 영혼을 구원하는 선교 사역에 매진하던 저에게 미국이 결코 눈에 들어 올리 없었습니다.
죽은 자처럼 신음하며 주님의 뜻을 구하던 저에게 주신 주님의 인도하심 결코 부인할 수도,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보스톤 2004년 2월입니다. 필리핀에 간 1992년 1월로부터 12년 1개월 뒤였습니다.
Emmanuel Gospel Center에서 이 지역 부흥을 위한 Vitality Project Director로, 미국 전체 도시 복음화를 이루는 City Impact Roundtable 로, 지구촌 도시 복음화를 이루고자 만든 Global Urban Ministries Network로, 뉴욕 Redeemer Presbyterian Church 의 Tim Keller와 Luis Bush와 함께 한 Global Cities Initiatives, 1910 에딘버러 선교 100주년, Pray for Boston 목회자 기도회, 동성연애 찬성 헌법을 재개정 하고자 주도한 헌법 재개정 기도 운동, Gorden Conwell Theological Seminary의 보스톤 캠퍼스인 CUME에서의 교수 사역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마닐라 국제 선교대회를 개최하여 2010, 2011, 2013, 2015, 2017, 2019, 2022, 2024 년 총 8회에 걸쳐서 수만명이 참석하였고, 12,000명의 선교 결신자가 배출되었습니다.
이미 완공된 구교회 건물을 두고, 짐나지움은 3-4천 명 수용하는 본성전으로, 세계 선교를 위한 훈련 센터인 7층 건물이 완공되었습니다. 수영장과 Covered Court 인 농구장이 세워졌습니다. 5층 금식센터인 실로암 Retreat Center가 완공을 위해 지금도 지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 대학 설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2012년에 대학 승인을 받아, Elijah World Mission Institute는 4년 대학으로 시작했으며, 이어 학교의 이름은 Grain of Wheat College and Graduate School로 개정되어 현재 46명의 학생들이 BA in Theology, BA in Early Childhood Education, MDiv.를 공부하고 있고 내년에는 교육학과 음악학과가 개설될 예정입니다. 현재 운영하는 초등학교에는 180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영국으로 떠난 이후 아내는 담임목사로 온 몸이 부서져라 사역하면서 금식과 기도로 사역을 이끌었고, 34곳의 Outreach, 루손 최북단 Vigan, 중부 사말, 남부 민다나오의 다바오에 선교사를 파송해서 필리핀 복음화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2013년 11월 8일에 일어난 필리핀 역사상 최대의 태풍 Haiyan으로 6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백만채의 집이 파괴되고, 3천3백만 그루의 코코넛 나무가 뿌리가 뽑힌 그 자리에는 그 많은 교회들이 다 파괴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김은주 선교사는 60여 교회를 직접 지어서 재건축하여 교회들을 도왔습니다.
미안마, 캄보디아, 중국 그리고 북한에도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한 알의 밀알교회에서 배우고 훈련 받은 제자들이 이제는 이슬람권, 힌두권 그리고 불교권 사역을 감당하도록 제자훈련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1993년부터 시작된 여름성경학교는 주변 교회들을 위한 교사 강습회, 그리고 여름성경학교 교재 개발, 특활 활동, 율동 개발 등으로 2025년에는 2천명의 교사와 지도자들이 참석하였으며, 한 알의 밀알교회 여름성경 참석 인원은 20,215명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33년의 사역을 돌이켜 보면 수도 없는 금식과 금식과 금식의 행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역은 1998년 4월 20일 부터 시작된 매일 기도회입니다. 이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성도들과 예배드리고, 기도하고, 성경을 강해하던 기도회가 27년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드리는 새벽 기도회는 새벽 두시반에 진행됩니다.
표면적 선교 전략이나, 건축이나 눈에 보이는 개척교회보다도 가장 핵심 중의 핵심은 기도와 전도입니다. 그러기에 매일 두 번 드리는 예배는 한 알의 밀알교회의 정체성이며, 길거리에서 어떤 핍박과 어려움 속에서도 쉬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 일은 중단된 적이 없습니다.
이제 필리핀 시각으로 내일 한 알의 밀알교회 33주년 예배가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고, 작은 물수건이라도 선물해 주고 싶지만, 점증하는 물질의 고난으로 그러지도 못하는 목자의 심정이 비통합니다. 그럼에도 기뻐하고 또 기뻐합니다.
33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이 영상에는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을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GtHydQz_2g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보스톤에서 김종필 목사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