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명절 ‘부활절 이야기’

빈부를 떠나 모든 그리스인들이 즐거워하고 기다리는 명절이 있다. 교회의 절기로서가 아닌 민족의 명절 부활절이다. 그리스의 명절은 모두가 성경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은 성탄절과 부활절이다. 하지만 성탄절은 겨울이고 여러 상황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은 이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활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서 이동하는 명절(κινή γιόρτι)이다.


[미션저널] 그리스의 명절 ‘부활절 이야기’ » 김수길 선교사 » 그리스 이야기(29회)  » 올해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 정교회와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한국교회와 차이는 정확히 한주간 뒤 지난 주일이 부활절이었다.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율리우스력그레고리력은 1주에서 많게는 4주간의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4년 마다 돌아오는 같은 날 부활절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스의 부활절은 부활절 하루만의 명절이 아니다. 사순절 전체 기간과 메갈리 에브도마다(μεγάλη εβδομάδα)라고 불리는 (聖) 고난 주간을 거쳐 오랜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기쁨 역시 배가 되는 것이다.

사순절은 그리스어로 40을 의미하는 ‘뗏사라꼬스띠'(Τεσσαρακοστή)이다. 그리스 정교회는 매주간 5일 만을 기간으로 여기고, 주일을 40일 날짜에 포함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활절 이전 8주간이 사순절이 된다. 8주 중 마지막 주간은 메갈리 에브도마다 주간으로 지킨다. 39일간의 사순절 금식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사순절일 시작되기 전에, 고기와 술을 마음껏 먹고 마신다. ‘고기여 안녕’ 이라는 뜻인 카니발 축제를 벌인다.

그리스의 명절 ‘부활절 이야기’

부활절 이미지 ◙ Photo&Img©ucdigiN

내가 처음 그리스에 왔을 때 보다 요즘은 축제가 더욱 커지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퍼레이드를 벌이며 화려한 축제가 벌어진다. 시끌벅적한 축제가 끝나고 ‘까싸리 데쁘떼라, 청결한 월요일’(καθαρή Δευτέρα)에는 축제 때 남은 음식들을 먹는다. 사순절 금식 기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육류의 음식은 가급적으로 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고난 주간 외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류를 먹는다. 옛날에는 사순절 기간 동안 푸줏간 문을 닫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고난 주간에는 한국에서 모 사역 팀이 이곳을 방문했다. 까발라 (네아뽈리) 맛집 골목에 있는 스불라끼(숯불구이) 식당에 음식을 먹으러 갔다. 그러나 이미 일주일 동안 가계들은 문을 닫은 상태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바닷가에 있는 해산물 식당에서 저녁을 먹어야 했다.

우리 일행을 위해 운전으로 수고한 기사는 보기에는 그냥 평범하고 욕도 잘하고 술도 잘 마시는 뚱뚱한 지극히 일반적인 그리스인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도 고난주간 동안 점심은 금식한다고 했다. 물론 저녁에 거나하게 술을 마시지만… 이렇게 고난주간을 일반적인 사람들도 몸으로 동참하려고 한다.

그리고 성 금요일은 대부분의 관공서와 상점들은 낮 12시까지 문을 열지 않고, 그 후에 문을 연다. 대신 가까운 성당에 가서 십자가상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십자가상의 7언이 마치 이슬람사원의 아잔소리 같이 외부로 울려나오는 것을 듣는다. 오후 2시가 지나면 다시 상점들도 관공서도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부터 도시에서는 고향집으로 가기 위해서 고속도로는 정체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장에선 털가죽을 벗긴 신선한 양들이, 몸통 채로 각 가정으로 팔려나간다. 마치 유월절 어린양 같은,,,

정교회 수뇌부는 예루살렘 성 분묘교회에서 직접 공수해 온 거룩한 불을, 이때는 지역 군악대에 맞추어 그리스 전 성당에 공급한다. 고난 주간 토요일 저녁 자정 무렵에는 주변의 성당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미사가 끝나는 12시 정각에는 폭죽과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이렇게 인사를 한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했습니다라는. ‘흐리스토스 아네스띠’ (Χριστός Ανέστη.) 라고 하면 상대방은 ”진실로 부활했습니다, ‘알리쏘스 아네스띠’(Αληθινεί Ανέστη.)라고 화답을 한다. 준비하고 있던 초에 거룩한 불을 밝혀서 집으로 돌아가서 그 불을 각자 가정에서 보관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금식 기간 동안 고기를 먹지 않다가 갑자기 고기를 먹어서 탈이 생기지 않도록 양의 내장을 고아서 끓인 부드러운 수프를 먼저 먹는다.

부활 주일 아침, 교회와 성당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집 앞 공터나 골목에서 수동으로 통 양을 긴 꼬챙이에 끼우고, 숯불 위에서 빙빙 돌려서 여러 시간 고기를 굽는다. 요즘은 대부분 전기 모터로 된 자동 기계를 사용해서 4- 6시간 고기가 구워지면 기름기가 빠진 바삭한 부활절 양고기 구이가 완성되는 것이다. 대도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장이나 빈 공간을 이용해서 공동으로 고기를 굽기도 한다.

헤어졌던 가족들과 친척들이 자리를 잡으면 잔치가 벌어지고 음악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른들과 아이들도 고운 옷을 입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외국인들과 관광객을 위해서 많은 식당들도 고기를 굽기에 온 도시가, 모든 그리스가 고기 굽는 냄새로 가득 차오른다.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빨간색의 부활절 계란을 서로 깨면서 이긴 사람은 모든 행운을 가진 것처럼 즐거워한다.

그리스의 명절 ‘부활절 이야기’

그리스의 부활절 ◙ Photo&Img©ucdigiN

이것이 내가 알고 느끼는 그리스 부활절풍경이다. 이번 부활절에는 교인들을 방문하고 양고기를 너무 먹어 신물이 난다는 나의 말에 특별히 염소 한 마리까지 구운 우리 교회 형제들에게 이 시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련하게 남아있는 내 기억 속 어린 날들의 명절은 지금은 늙으신 젊은 모습의 어머니가 설이면 떡국을 끓이고 추석이면 송편과 전을 부치며 명절 음식 냄새로 가득한 내 고향집이 떠오른다.

명절에 만날 친척들을 만나는 기다림으로 시작되었다. 그 만남이 너무 좋았기에 다시 다음 명절을 기다리는 지루하지 않는 넉넉한 마음이 된다, 일 년 열두 달 삼백 육십 오 일이 더도 말고 들도 말고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단 나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좋은 명절 모두가 성경에서 시작되고 성경으로 끝나는 그리스의 명절이 이방인의 눈으로 볼 때 너무도 부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쓴이: 김수길 선교사/ 본지 미션 칼럼니스트

필자의 지난 글 보기: 그리스 속의 영국 “껠끼라 (Κέρκυρα) 코르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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