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향연” 심포지움(Συμπόσιον)

소크라테스를 유혹하는 아키아테스/ 미소년 가니메데스를 납치해가는 제우스 ◙ Photo&Img©ucdigiN

육체적 사랑과 이데아 사랑 그리고 그리스인의 사랑 방식 – 오래전 유럽 송 페스티벌을 본 적이 있었다.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참석하여 자국의 대표로 출전한 가수와 가장 노래를 잘 부른 국가의 가수에게 투표하여 많은 점수를 받은 가수가 우승하는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티브이를 안보기 때문에 지금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미션저널] 플라톤의 “향연” 심포지움(Συμπόσιον) » 김수길 선교사 » 그리스 이야기(33회)  » 이 프로그램에는 각 나라의 가수가 나오면 그 나라의 상징을 먼저 보여준다. 프랑스의 가수가 나오면 파리의 에펠탑을 보여주는 것처럼, 그 때 그리스의 가수가 나왔을 때 그리스의 상징으로는 실루엣으로 남녀의 성행위 장면을 보여주었다. 나는 충격에 빠졌지만 다른 그리스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 그리스인 하면 세계에서 가장 성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로 정평이 나 있다. 그리스인들은 성생활에서는 자유분방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내가 친구처럼 지내는 요르고스의 아들은 한 동안 동거하면서 아들을 낳은 후에 결혼식과 유아 세례식을 동일한 장소에서 하였다. 그 날 사람들은 아주 경제적인 결혼식이었다고 촌평도 남겼다. 그와 가끔 만나서 아이들의 사랑에 대해서 나의 견해를 이야기 하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너의 그런 생각이 아이들의 인생을 너무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 결혼 전에 서로를 아는 것은 중요한 것인데 부모가 왈가왈부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나는 내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결혼 전에는 자유분방한 것 같아도 결혼 후에는 한국보다도 이혼율이 적다. 한 발자국 더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리스처럼 성에 대해서는 자유로움 속에서도 보수적인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정교회의 영향력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정교회 이전의 고대 그리스인들의 성에 대한 인식과 행동은 어떠했을까? 이성 간의 사랑보다도 동성애가 정상적인 시대였던 아테네와 모든 고대도시국가들에게서는 오래전부터 동성애에 대한 담론이 뜨거웠다. 이들의 성문화를 인도하는 컨트롤 타워는 당연히 신화의 내용이었다. 신화 속에서 동성애는 신들의 왕 제우스가 그의 상징인 독수리로 변장해서 트로이의 아름다운 청년 가니메데스(Γανυμήδης)를 납치해서 제우스의 술을 따르는 시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서사시인 호메로우스(Ὅμηρος. Homer)는 가니메데스를 “운명을 지닌 인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미남”이라 말했다. 이로 인해 가니메데스는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운명을 얻게 되었다. 가니메데스의 라틴어 표기인 카타미투스(Catamitus)이다. 동성애 상대 소년을 의미하는 케터마이트(Catamite)는 카타미투스에서 유래되었다. 훗날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가니메데스가 동성애에서 여성 역할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신화로 시작된 동성애는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떻게 수용하였으며, 어떻게 이해했을까? 흔히 그리스를 민주주의를 탄생 시킨 국가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민주주의의 시민권자들은 여자들은 아니었다. 노예도 아니었다. 자유시민인 남자만의 것이었다.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면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를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리스에서는 문란한 성생활과 동성애가 국가 전체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서사시인 호메로스는 동성 간의 사랑을 남녀 간의 사랑보다 훨씬 고상하고 순수한 것이라고 찬양한다. 플라톤의 [향연]에서도 동성애는 주된 토론 주제였다.

[향연]에서 등장하는 최고의 ‘꽃미남’ 알키비아데스(Ἀλκιβιάδης)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소크라테스를 육체적으로 끊임없이 유혹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그 유혹을 뿌리친다. 향연은 플라톤의 중기 대화 편 중 하나로서 파이돈(Φαίδων)에 이어 써졌다고 추측된다. 이 글은 당시 사회의 에로스(Έρως)를 주제로 다루고 있기에 플라톤(Πλάτων)의 ‘연애담론'(ερωτική ιστορία)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이다.

기원전 416년 아테네의 아가톤(Αγάθωνας)이 비극 콘테스트에서 우승했다. 그의 저택에서 축하연이 개최된다. 이 자리에 플라톤을 비롯한 소크라테스 그리고 당대의 가장 미남인 알키비아데스와 파이드로스, 아리스토파네스, 등 8명이 연회에 참석하여 서로가 에로스(사랑) 찬미의 연설을 하게 된다. 이때 플라톤은 아리스토파네스(Αριστοφάνης)의 안드로기노스 족(Ανδρόγυνος) (오늘의 어느 스포츠 용품 회사의 로고로 사용되는 남녀가 등과 등을 마주 대어 일체가 되어 있는 인간의 조상)론을 인용하여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에로스 론을 이끌어낸다.

소크라테스(Σωκράτης)의 제자 중 한 사람인 파이드로스(Φαίδρος)가 이야기하길 “에로스는 위대한 신이고 인간과 신의 찬사를 받을 만한데 그 이유로는 에로스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다. 가장 오래된 신인 에로스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들의 근원이라고 했다.” 에로스를 신들 중 가장 오래되고 위엄 있으며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은 물론 사후에도 덕과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데 가장 권위 있는 신이라고 향연에서 주장했다.

연회의 주인공 아가톤의 후원자인 파우사니아스(Παυσανίας)의 연설은 “에로스가 둘인 이유는 아프로디테(Αφροδίτη)가 둘이기 때문이다. 한쪽은 아프로디테 우라노스(Αφροδίτη Ουρανός)로 나이가 더 많고 모친이 없다. 이 여신은 우라노스의 성기가 잘려 바다에 빠져 푯말이 생기는데 그 물거품에서 탄생하였고 우라노스의 딸이란 의미로 우라니아(ουρανία), 천상의 여신이라 불린다.

또 다른 쪽은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나 아프로디테 판데무스, 즉 지상의 여신이라 불린다. 지상의 아프로디테에 속하는 에로스는 저속하고 우연히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것은 남녀의 사랑에 주로 한정되며 육체적 사랑이라고 주장했다. 천상의 아프로디테에서 비롯한 에로스는 강하고 남성에 대한 사랑이 있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소년 애인이 나이든 이의 덕을 얻을 수 있는 사랑이야말로 천상의 에로스가 관장하는, 찬미할만한 사랑이고 나머지 사랑들은 범속의 에로스의 지배를 받는 속된 사랑이다 라고 했다.

의사이자 파이드로스의 친구인 에릭코마스(Ερυξιμάκος)는 “사랑은 다른 대상과의 관계에도, 다른 존재에도 관여하며 모든 동물들의 몸 안에도, 대지가 먹여 살리는 식물 안에도, 한마디로 모든 피조물 안에 존재하는 것이라 하며 에로스의 영향력이 인간의 질서와 신의 질서에서도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라고 주장했다.

유명한 희극 작가이자 아테네의 수많은 명사들을 가리지 않고 풍자한 인물인 아리스토파네스(Αριστοφάνης)는 “에로스가 인간과 가장 친한 신이며 그 이유는 원래 인간의 성은 세 가지로 남성 여성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제3의 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 제 3의 성을 가진 인간들이 신들을 공격해 제우스는 번개 불로 인간을 두 동강 내었다. 그래서 원래 하나의 존재였던 인간의 반쪽은 각기 다른 반쪽을 그리워하고 다시 하나가 되고 싶어 했고 불안한 두 존재가 완전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랑의 회복의 방법으로 “우리 본성에 걸 맞는 애인을 찾는 것이야 말로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며 그것의 원인 노릇을 하는 신을 찬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신들에게 경건한 모습을 보일 때 에로스는 이를 흡족히 여겨 우리를 옛 본성으로 돌려주고 행복을 찾아줄 것이다.”

향연의 연회 장소의 주인인 아가톤(Αγάθωνας)은 “에로스는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기에 아름다움의 원인이다. 에로스를 시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간들 사이에는 평화를, 바다에는 바람 없는 잔잔함을, 바람들의 안식을, 또 걱정 속에 잠을 만드는 자가 에로스이다. 그는 낯설음을 비우고 친근함을 채운다. 그는 오늘 우리와 같은 모임을 모으고 축제와 연회와 제전에서 인도자 노릇을 한다. 부드러움과 호의를 선물로 주고 사나움과 적개심을 제거한다. 지혜로운 자들은 에로스를 우러러보고 신들은 그를 마음에 들어 한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이는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만 가르침을 받지 못한 자들은 질투한다. 그는 부유, 우아함, 호화, 매력, 연모, 갈망의 아버지이다. 훌륭한 자들을 돌보고 나쁜 이들에게는 그리 하지 않는다.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훌륭한 인도자인 에로스를, 우리는 아름다운 찬송을 부르며 따라야 한다.” 고 칭송했다.

향연을 구성하는 요소는 앞서 말한 참석자 8인중 5인이 에로스와 소년 애를 찬양했다. 나이 많은 이가 소년 애인에게 성적인 관계를 요구하는 대가로 소년 애인을 사회적으로 후원하고 교육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였다. 남녀 간의 사랑보다도 더 숭고하다고 여기던 소년 애가 주제라면, 향연은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당대의 성 관념을 벗지 못한 그들만의 말 잔치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제 소크라테스는 아가톤 에게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좋은 것이 아름답기도 하다는 점에 동의하느냐” 아가톤이 동의를 표하자 소크라테스는 특유의 질문법(산파술)으로 모인 사람들에게 연설을 시작한다. 그는 디오티마라(Διοτιμάρα)라는 현명한 여인과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해내는 방식의 연설이었다. (어떤 이들은 이 여인이 가상적인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디오티마에게 에로스는 위대한 신이고 아름다운 것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디오티마는 에로스가 아름답지도 좋지도 않다고 말했다.” “내가 그녀에게 그럼 에로스는 추하고 나쁜 거냐고 물으니 그녀는 에로스는 계교와 술책의 신 메티스(μέτις)의 아들인 방책의 신 포로스(Πόρος)와 가난의 신 페니아(Φένια)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아프로디테의 탄생을 축하하는 잔치에서 포로스는 신들의 전용음료인 넥타르(νέκταρ)에 취해 제우스(Δίας)의 정원에서 잠이 들었는데 구걸하러 온 페니아가 자신을 방어할 방책이 없음을 알고 포로스의 곁에 동침하여 아들 에로스를 낳았다. 방책의 신, 포로스와 가난의 신 페니아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태생적인 상황으로 인해 에로스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신이다. 가난하기에 땅을 바닥삼고, 하늘을 지붕 삼아 잠을 잔다. 어머니 가난의 본성을 가지고 있어서 늘 결핍과 함께 살고 아버지 방책의 본성을 가지고 있어 아름다움과 좋음을 얻을 계책을 항상 꾸민다. 그는 불사자도, 필멸자도 아니기 때문에 방책을 잘 갖추고 있을 때에는 전성기를 누리며 살고 어떤 때에는 죽어가다가 아버지의 본성 때문에 다시 살아난다. 고 앞서 연설한 사람들의 에로스론에 평가를 내린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는 내게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렸으니 사랑의 기능이 무엇인지 나에게 말로 설명할 수 있냐고 물어왔다. 나는 할 수 없기에 지금 배움을 요청하는 거라고 답했고” 이에 그녀는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임신을 하고 있어 낳기를 바란다. 이유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도 죽기 싫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몸과 영혼에 있어서 모든 아름다운 것 안에서 출산하는 것이라고 사랑의 기능을 정의해주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은 몸으로, 영혼으로 임신하고 있고 때가 무르익으면 우리 본성은 출산을 갈망한다.

출산이란 필멸자인 생물 안에 들어있는 불사적인 것이다. 그런데 추한 것 안에서는 출산할 수 없고 아름다운 것 안에서는 할 수 있다. 그 출산에서는 아름다움과 선함인 칼로카카디아(Καλοκαγατιά)와 운명의 여신(Μοίρα)이며 필요할 때 도움으로 주는 여신 에일레이티이아(Εἰλείθυια)이다. 이 때문에 임신한 것이 아름다움과 가까울 때는 즐겁게 자식을 낳는다. 반대로 추한 것과 가까울 때는 낳지 못하고 태아를 태중에 가진 채로 고통스럽고 힘든 상태로 남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해서 부풀어 오르는 것은 자신의 산고를 줄이기 위해 아름다운 것에 관한 흥분으로 가득 차있다.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사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조금 잘못되어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사랑은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 속에서 낳는 것과 관련한 것이라는 것이다. 필멸자가 불멸을 갈망하는 것은 필연적이기에 사랑이 낳음에 관한 것임도 당연하다. 즉 인간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임신을 하고 있어 낳기를 원한다. 그 뜻은 사람은 어느 누구도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도 죽기 싫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로스는 처음에는 육체의 미, 다음에는 정신의 미, 그리고 최후에는 미 자체의 세계로 사람들을 높여 불사(不死)하는 보물을 얻게 하는 조력자였다. 그러한 에로스를 찬미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하는 것이다. 라고 플라톤은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를 답에 개인적인 주석을 달았다. 여기에서 플라톤은 형이상학 사상인 이데아(ιδέα)또는 에이도스(라Eidos)라는 언어로 표현했다. 즉 플라톤은 에로스가 육체적 사랑(σωματική αγάπη)을 뛰어넘는 정신적인 사랑(πνευματική αγάπη)이다. 진정한 사랑은 비성적(非性的/μη σεξουαλική)인 사랑, 후대인은 이것을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 라고 표현하는 이 사랑을, 향연이라는 저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동성애가 만연했던 아테네에서 청년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한 죄인이라는 판결과 독배를 받았던 고대 아테네 사회나 오늘날 사회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파리 올림픽 개회 행사 시 많은 논란의 중심이었던 최후의 만찬을 회자한 신성모독은 왜 하필이면 동성애자들이 주연이 되었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성적 다양성이란 명분으로, 성 소수자 우대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동성애를 우리에게 각인 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파리에 갈 때 마다 느꼈던 부정적인 이미지가 단번에 오버랩 되었다.
악법도 법은 법이라면서 독배를 받았던 소크라테스의 고뇌의 의미를,,,
남성인데도 성전환 수술을 받아서 여성이라고 주장한 어느 나라 여자 권투 선수를 보면서…

글쓴이: 김수길 선교사/ 본지 미션 칼럼니스트

필자의 지난 글 읽기: ‘비극’(τραγωδία)의 탄생: ‘파르마코스’ ‘카타르마’ 그리고 ‘호모 사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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