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콘체르토, no.47> – 2025년 새해를 맞이하였으나, 한동안 깊은 절망감과 회의감으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쩌다가 잘 나갈 것 같던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 말았는가?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그러다가 이번 주에 생각해 낸 곡이 핀란드의 민족 음악가인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생각해 냈다.
[클래식산책] 얼음 속에서 피어난 열정의 울림 »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콘체르토, no.47> » 글 조기칠 목사 »
지금 전 세계는 미국의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변화에 대해 준비하며 대책들을 세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데, 대한민국은 정치적인 불안에, 거기에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비행기 사고로,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절망감 속에 빠져 있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엄청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정말 절망하고 있다. 산불을 진화해야 하는데 막상 소화전을 열어 보니 소방전에 물이 없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그러다가 이번 주에 생각해 낸 곡이 핀란드의 민족 음악가인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생각해 냈다. 이 곡은 개인적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마음이 울적해질 때마다 턴테이블에 올리는 곡이기도 하다.
특별히 독일계 미국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인 힐러리 한의 연주 가운데 마지막 3악장의 피날레는 온갖 근심을 한순간에 날려 버릴 정도의 큰 마력을 가진 음악이다. 아마 이 세상의 모든 작곡가들 중에서 시벨리우스만큼 어려서 출세를 하고 국가 전체의 전폭적인 지원 가운데서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작곡가는 아마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인 재능이 탁월했던 분이었다. 당시의 핀란디아는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는, 국호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완전하게 독립된 국가였다고는 할 수 없었다. 자기의 조국이 언제라도 러시아로부터 침탈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가운데 처해 있는 상황 중에 그는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음악을 작곡하였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곡이 우리가 잘 아는 <핀란디아>라는 교향시이다.
이 곡은 우리의 찬송가(옛날의 새찬송가라고 기억하고 있음)에도 삽입되어 있던 친근한 곡이다.드디어 핀란드가 완전한 독립된 국가가 되었을 때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7개의 교향곡, 교향시인 <핀란디아>와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있으나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그의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이 곡은, 시벨리우스 자신이 스스로도 가장 만족해하고 자랑스러워했던 곡이었고, 객관적인 면에서 보아도 수많은 작곡가들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곡 중의 명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협주곡은, 고전파 후기의 교향악적인 구성 위에 온음계의 불협화음을 적절히 혼합시켜 북유럽 특유의 음울하고 차가운 선율에 가슴이 시릴 정도로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조국 핀란드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했던지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열정이 마치 활화산처럼 분출되어 웅장한 교향악단의 관악과 현악의 울림과 콘트라스트가 마치 안개 쌓인 북유럽의 경관을 연상시키는 시적인 아름다움의 멜로디가 청자들을 감동시킨다.
시벨리우스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에 대해서도 학자나 전문가 이상의 깊은 식견을 바탕으로 바이올린의 음색을 대단히 아름답게 살리고 묘사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작곡가들의 바이올린 협주곡보다 기교적이고 음색의 묘사와 색깔은 다른 작곡가들이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전문적인 테크닉이 이 곡 속에 녹아 있다.
제1악장
음악적으로 가장 잘 만들어졌다는 평을 듣는 악장은 제1악장이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듯한 북유럽의 분위기를 풍기는데, 특별히 바이올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어서 독주 바이올린이 아주 애상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일반적으로 다른 협주곡과는 다르게 이 곡은, 악장의 중간에 카덴차(독주악기 혼자서 무반주로 연주자의 기교를 펼치는 부분)가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제2악장
아주 느리게 아다지오의 템포로 막을 여는데, 북유럽 특유의 서정성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독주 바이올린이 노래하는 듯이 천천히 연주하다가, 관현악이 합세하면서 음이 확장되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바이올린이 애조 띤 음으로, 앞에서 보다는 약간 빠르게 연주되다가 다시 원래의 빠르기로 되돌아온다. 2악장의 바이올린의 선율은 단순히 아름다움의 차원을 넘어서 연주가 끝난 후에도 아련한 정서가 가슴과 귀에 맴도는 악장이다.
제3악장
팀파니와 저음 악기들이 둥둥거리는 느낌으로 시작하다가 곧바로 독주 바이올린으로 첫 번째 주제를 연주한다. 그 주제 선율 밑에서 독특한 리듬이 계속된다. 3악장의 바이올린의 연주는 듣는 사람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주 짜릿한 감정을 준다. 바이올린의 기교가 아주 아름답고 리드미컬한 악장으로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악장이다.
동영상= Hilary Hahn – Sibelius Violin 영상/ Concerto with NZSO (2010)
글: 조기칠 목사/ 본지 클레식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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