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이 신이 되려는 불안한 욕망에 중독된 사회가 돼 갈수록, 신이나 인간보다 서로를 집단으로 묶어주는, 그 집단에서 공유하는 정보를 신으로 추앙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 이라고 했습니다…
[북스저널] 넥서스: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 유발 하라리 글/ 김명주 옮김/ 출판사: 김영사 »
유대교에서는 역사의 교훈을 미래에 관한 ‘하나님의 예언(預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 아래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이 인간의 욕망과 결부돼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에, 유대교는 역사의 교훈이 예전의 일이거나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유대교는 역사의 교훈이 앞으로 다가오거나,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해법을 알려주는 신(神)의 메시지라고 봅니다. 21세기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사회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역사의 교훈에서 찾는 유발 하라리의 모습을 보면서, 유대교의 역사 인식에 관한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 유발 하라리가 쓴 인류의 앞날에 대한 고찰을 이어가는 흐름을 따릅니다. 그래서 먼저 유발 하라리가 그동안 쓴 책의 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신, 국가, 돈처럼 우리의 집단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믿는 인간의 능력 또는 어리숙함이 인류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이것의 실체가 ‘허구’라고 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분석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는 이 허구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온갖 제국의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이 허구는 인류에게 서로 협력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했고, 인류는 이 메커니즘을 통해 지구에서 다른 종보다 우위에 서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허구기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이것을 토대로 이룩한 것 중에 자랑스러운 것이 별로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이 모든 것이 허구였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이제는 호모 사피엔스를 벗어나 신(神ㆍgod)이 되려 한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신이 되려고 하는 불안한 욕망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고찰이 담긴 책이 《호모 데우스》입니다. 이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간 사회에서 오랫동안 유통됐거나, 많은 집단에 의해 공유됐던 신화가 새로운 기술과 짝을 이뤘을 때, 인간은 신이 되려는 불안한 욕망에 중독되는 일이 잦아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신이 되려는 불안한 욕망에 중독된 사회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신이나 인간이 권위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신이 되려는 불안한 욕망에 중독된 사회가 돼 갈수록, 신이나 인간보다 서로를 집단으로 묶어주는, 그 집단에서 공유하는 정보를 신으로 추앙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와《호모 데우스》에서 그가 제기했던 문제를 이어받았습니다. 유발 하라리가 허구라고 정의한 신화를 강력하게 믿고, 이를 통해 집단을 이뤄 제국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던 호모 사피엔스는, 이제 정보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새로운 집단과 문화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은 컴퓨터와 AI가 인간이 공유하는 네트워크의 정식 구성원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능력이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가 처음에는 밥도 아닌 죽을 인간이 먹여줘야 할 만큼, 인간에 미치지 못하는 능력을 가까스로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AI가 등장하고 실리콘의 장막이 전 세계에 드리워지자, 이제는 이들이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호모 사피엔스의 생명이 위협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이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지혜로운 사람’이란 뜻의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지혜롭지 못한 존재라고 합니다. 현생 인류의 지혜는 철저하게 집단의 네트워크와 정보에 의존한 것인데, 이 정보가 네트워크에 의해 사회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조정돼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보와 이로 인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는 인간 사회에서 ‘사실과 진실’, ‘진실과 질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네트워크에서 원하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진실이 담긴 정보가 희생제물이 되는 사례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21세기에도 정보가 희생제물이 되는 이유는 정보만으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정보로 파악하려는 대상이 되는 인간에 의해, 정보는 별개의 것들을 하나로 묶습니다. 그래서 21세기에도 정보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 사회에서 여전히 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1세의 사람들은 어떤 정보가 많다고 해도, 그것을 그 사람이 지닌 지혜와 비례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정보는 그것을 공유하거나, 그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고리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가 책에서 경계한 것처럼, 앞으로는 인터넷과 AI에 의해 무한정으로 정보가 양산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금도 강력한 정보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 우리에게 더 나은 사회나 괜찮은 문화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이런 부분에 대한 경계를 풀지 말라고 합니다.
수 세기 동안 놀랍게 발전한 정보 기술은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의 크기를 엄청나게 키웠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강력해진 정보 기술은 정보가 만들어 낸 세계화 과정을, 땅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도록 몰아붙였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보가 예전보다 꽤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정보‘만’ 공유했다고 해서 둘 사이가 친밀해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역설이 발생했고, 이 역설은 강력한 정보 기술로 인해 인류가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어두운 그림자를 현생 인류에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집단에서 공유했던 ‘WWW, 웹 네트워크’를 뒷전으로 밀어둔 채, 불안한 욕망을 충족해주는 정보로 만든 음모론의 고치 속에서, 예전과 다른 그들만의 정보 쇼핑을 즐기고 있습니다. 자기가 가진 불안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정보의 활용에만 집착하고 있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진실이 담긴 정보를 공유하는 일은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십 년 내에 컴퓨터 네트워크는 현재의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인간과 비인간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를 위한 선택을 인간이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이를 경계한 역사의 교훈과 그의 당부를 책을 통해 말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인간이 만든 것이 꽤 많기에, 인간이 노력하면 이를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변화를 위해 선택을 잘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은 호모 사피엔스에게 있을 것입니다.
필자 정이신(以信) 목사/ 본지 북스저널 전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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