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 긴 낮잠을 잔 듯 다녀 온 한국, 그리고 콩나물 시루에 파 묻히듯, 갈 때에도, 돌아 올때에도 좌석 승객들 사이에 끼여서 쪽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긴 여정을 다녀왔습니다. 보스톤에 도착하자 마자 Salem Media Group(라디오 방송국)에서 남겨 놓은 수많은 메시지들, 곧 있을 Dr. Michael Youssef 연찬회 초창자 명단을 보내 달라는 것입니다. 우선 보스톤 지역 명망가 목회자들과 지도자들 150명을 뽑아서 보내는데 현재 30명이 채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선 제가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뽑아 보니 70여명, 이름과 연락처와 교회의 주소를 적어 보내는데 얼마나 시간이 많이 필요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시금 방송국으로부터 온 연락은 전화 연락처를 첨가해 달라는 것입니다. 일일이 확인 전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많은 인원을 전부 확인하니, 어떤 이는 방글라데시에, 또 어떤 이는 연락이 아예 닿지 않았습니다.
[영성계발] 보스톤에 돌아 와서 » 김종필 선교사 »
그리고 Boston United Worship 공문을 작성하고, 1,000여개 교회에 보내고, 밀린 서류 작업을 하는 데에도 끝이 잘 보이질 않을 정도입니다. 차분히 앉아서 글을 쓸 수 없으니, 아예 승객들 사이에 끼여 앉아도 차라리 그때 글을 썼더라면 하는 후회가 몰려 옵니다. 그냥 컴퓨터만 열면 글이 하늘에 쏟아지듯 글의 영감이 떠오르면 좋겠지만 글을 쓰면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번 아이를 해산하 듯 그렇게 난산 끝에 한편의 글이 탄생합니다. 이번 짧은 한국 방문에서 워낙 많은 일들이 일어나다 보니, 처음에는 “괜찮아” “좋아질 꺼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한국을 떠나는 공항에서는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매우 복잡한 인천 공항에서 도착하는 날 왼쪽 보청기를 잃어 버린 것입니다. 가던 차를 돌려서 다시금 공항에 돌아 왔지만, 손톱만큼 작은 보청기를 찾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어디에서 빠졌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일분 일초가 급한 한국 일정이기에 부지런히 뛰어 나가다가 어디에서 빠졌을 것입니다. 분실물 센터에 서류 작성하고 신고하고, 대한항공 유실물 센터에 신고하고, 돌아 와서 전화 메시지 남기고, 그리고 이메일로 다시금 신고하고, 시간마다 확인했지만 다시금 보스톤 돌아 오는 그 시각까지 잃어 버린 그 작은 보청기를 찾았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토록 붐비는 인천 공항에서 손톱만큼 작은 보청기를 사람들이 주었을리도 없을 뿐더러 껌보다도 작은 그 조각을 발견했다 해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 처리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도착한 저녁 빼고, 돌아 오는 날 이른 새벽에 출발하니, 저에게 있는 시간은 하루 뿐이니 정말 바쁘고도 바쁜 일정이었습니다. 그 바쁜 시간에 저의 아들 사무엘을 위한 공문서를 발급 받고, 공증 사무실에 가서 영문으로 공증 받는데 하루만에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사정해서 우여곡절 끝에 결국 서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온 몸에 진액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단 하루의 시간에 처리해야 하니 하루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한국에 살고 있다면) 하루가 급한 저에게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며 또한 불문곡직(不問曲直)입니다.
저에게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주시는 분당 나우 히어링 원장님의 선처로 그 바쁜 시간에 분당까지 내려가 “귓본”을 뜨게 되었습니다. 각 사람의 귓본으로 모양을 떠서 보청기를 제작해야 합니다. 앞으로 한 일주일이면 제작이 완료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동아 그룹의 최순영 장로님을 뵙고 은혜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돌아 오니 지금 당장 진행되는 여름성경학교 경비, 민다나오, 산악 오지인 비간, 중부 최빈곤층에 사역하는 사말 등의 선교사들 사역비, 차량 및 보험료, 교사 및 교수 급여, 다시 돌아 온 수도 요금 및 전기 요금 등 전체 경비를 보니,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현기증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 위에서도, 한국에 가서도, 다시금 보스톤에 돌아와도 책임을 져야 하는 선교사의 숙명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일을 해야 합니다.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합니다. 돌아 갈 수도, 잠시 쉬어 갈수도 없습니다. 보스톤 공항에 내려 보니 그 사이 너무나 많은 메시지들이 들어 와 있었습니다. 때론 이 메시지를 다 읽기도 버거울 때도 있지만, “기도하고 있다” “힘 내시라”는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진실로 힘이 나기도 합니다.
저는 시간이 남아 돌아서, 사실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눈이 나빠서 보내 주신 글을 더 이상 읽을 수도 없다”라고 하시고, 또 어떤 분은 “터널이 너무 길어서 끝이 안보이는 글을 다 읽으려니 머리가 아픕니다. … 그래서 끝을 추적했습니다.” 라고 보내 주시면서 마지막 결론 부분에 대한 의견을 주신 분도 계십니다. 그 글을 읽다가 박장대소했습니다. 제가 보낸 글이 얼마나 길고 길면 “터널이 너무 길어서 끝도 보이지 않고, 다 읽으시려니 머리가 아프다”라고 하셨을까?를 생각하니 너무 죄송했습니다.
사실 이 고민을 한 것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제가 책을 출간할 때마다 늘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은 깊고도 어려운 글을 읽으려고 하지도 않고 인기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현대인의 성향으로 인해 “짤막 영상” “짤막 글” “단상” 들이 인기를 끕니다. 깊게 고민하고, 매우 중요한 주제를 깊게 파고 들어가는 글이나, 영상은 보지도 읽지도 않지만 그런 것인 것을 알면 모두에서 중단해 버리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 주시고, 끝까지 영상을 다 보시고, 자신의 소감과 소견을 나누시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끼게 되어 다시금 글을 씁니다. 물론 지금 제가 쓰는 이 글은 계속되는 창조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그리고 오늘은 긴 글 보내 드리지 않겠습니다. 저는 아무리 바빠도, 차 한잔 마시는 여유, 그 짧은 시간이지만 하다 못해 뒤뜰이라도 잠시 걸어보는 찰나 속의 유유자적(?)을 맛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스톤 떠나는 주간, 글을 쓰고, 사역을 하고, 사무엘 학교 바래다 주고, 행정 처리를 하는 중에서도 새벽에 눈을 뜨고 기도 마친 후 시작하는 시간에 맛본 차 한잔은 아무리 바빠도 “천천히 해” “쉬어 가면서 해”라고 말하는 스스로에게 주는 일종의 행복 호르몬 발생을 위한 컨트롤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지면을 빌어 기도해 주시고, 그 어려운 중에도 헌금을 해 주시고, 읽어 주시고, 많지는 않지만 보내 드린 영상을 보아 주심에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아침 차 한잔
이른 아침에 마시는 차 한잔
참으로 따사롭다
따스함이 온 몸에 퍼지는 순간
하루의 햇살을 몸에 담근다
달려가는 걸음을 멈출 때에 주는
인간사 가장 아름다운 단어, 여유
행여 폭풍우 몰아쳐도
눈보라 앞을 가려도
홍수가 몰려와도
산같은 파도가 넘실대도
그 모든 시련을 다 이기라고 주는
차 한잔의 추억
입안에 머무는 향기는
코끝에 서리고
마음에 울리는 고동은
생명의 영감이 되고
혀끝에 남아 있는 여운은
남은 하루를 채우는 도전이어라
2025년 4월 2일 저녁 보스톤에서 김종필 목사 드림
PS 저의 글을 다시금 읽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다음 링크를 올려 드립니다.
두 권의 책 한 명의 저자 (창조론 대 진화론: 신앙과 과학): https://ucdigin.kr/?p=101948
하늘 덮개 같은 하나님의 은혜: https://ucdigin.kr/?p=101922
하나님의 창조와 진화론에 대한 단상: https://ucdigin.kr/?p=10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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