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역사의 고향 델피(Δελφοί) 두 번째 이야기

델피 (Δελφοί)-41 ◙ Photo&Img©ucdigiN

델피에 관한 것 중 또 다른 이야기는 소크라테스가 인용해서 너무도 유명한 아폴론 신전 벽에 써진 “너 자신을 알라(γνωρίστε τον εαυτό σας)” 일 것이다. 델피의 신탁이 너무도 어렵고 모호하다는 소문이 나돌자, 당시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와서 일곱 가지의 격언을 아폴론 신전 기둥에 기록했다고 한다.

 

[미션저널] 신화와 역사의 고향 델피(Δελφοί) 두 번째 이야기 » 김수길 선교사 » 그리스 이야기(31회)  » 밀레도 출신의 탈레스(Ο Θαλής της Μιλήτου)가 기록한 말이라고 전해져 오기도 한다. 암튼 소크라테스가 이 격언을 가지고 아테네 청년들을 깨우쳤기에 지금까지 가장 유명한 격언이 되었다.

최근에 델피에 갔을 때, 차량을 주차 할 수 있는 공간은 델피 고고학 박물관주차장뿐이다. 차를 주차하고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박물관으로 들어가면 열 한 개의 전시실로 나누어 고대부터 로마시대까지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간추려 본다면 낙소스 섬의 대리석으로 만든 낙소스의 스핑크스이다. 이 스핑크스는 높은 기둥 위에 있었다. 그리고 스핑크스 밑에는 글귀가 있는데 내용은 델피의 신탁소가 낙소스인 에게 준 특권에 관한 것이다. 본디 낙소스인 들이 델피를 지을 때 많은 금전적 지원을 하였다. 델피는 어느 지역보다도 낙소스에게 신탁을 먼저 해왔다고 한다. 고대역시 오늘날 인간사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서, 조금은 씁씁한 마음이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외에 신화속의 지구의 배꼽인 옴파로스와 마차를 모는 청동 마부 상들이 라고 말하고 싶다. 전시된 모든 유물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는 귀한 것이기에 꼭 박물관을 빠트리지 말고 관람을 하기를…

박물관을 나와서 큰 차로아래에는 고대 체육관의 유적지와 그 아래로 톨로스(Θόλος) 건축물이다. 사용이 불분명하지만 아름다운 도리아 양식으로 세워진 원형건축물이다. 섬세하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건축물은 신전 또는 아주 중요한 기능의 건축물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톨로스 건물 앞에는 아테네 신전 터가 있다. 조금 위에는 예전에 신탁을 받으러 가는 길에 몸을 정결케 했다는 카스탈리아 의 샘(Κρήνη Κασταλία)도 있다. 요즘은 방문객을 출입 금지로 굳게 철문을 닫아놓았다.

다시 입장료를 지불하고 델피 유적지 안으로 들어가면 고대 로마인의 시장터인 로만 아고라가 나온다. 직사각형의 로만 아고라는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도로 공간과 시장의 오픈 공간을 세워둔 기둥들이 로만 아고라라고 알 수 있는 곳이다. 마치 예수님당시의 예루살렘 성전처럼 이곳에서 신전에 드릴 공물이니 여행객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팔았을 것이다.

로만아고라를 지나서 조금 오르면 아폴론 신전으로 가는 성스러운 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박물관에 전시된 것 같은 모조 옴파로스가 다시 나타난다. 이 옴파로스는 처음에는 없었는데 어느 세인가 이곳에 주인처럼 자리 잡고 있다. 아마도 이곳이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서 이 같은 옴파로스가 많이 있나보다.

계속해서 오르면 아테네인들이 전리품을 비롯한 보물을 모아두는 아테네의 보물창고(Αθηναϊκό Θησαυροφυλάκιο)가 나온다. 아테네 보고 외에도 스파르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이곳에 보물 또는 봉헌 창고를 세워놓았다. 1906년에 아테네 시의 노력으로 복원된 아테네의 보고만 건축물로 남아있다.

4개의 반원형 건축물중 현재 두 개가 남아 있는 할로스를 지나면, 살라미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만든 아테네인들의 스토아가 나온다. 아폴론 신전 바로 밑에 세워진 아테네 스토아는 아테네가 그리스 페르시아 두 번째 전쟁을 승리한 후 아테네는 최전성기시절을 누린다. 그 때 아테네의 공적 자금으로 세웠다.

스토아를 지나면 아폴론 신전이 나온다. 신전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돌로 석축을 쌓았다. 이 석축은 남미의 마추픽추의 건축물처럼 네모반듯한 돌이 아니라 짜마추기식 기법이다. 지진에 대비한 고대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석축에 가까이 가면 빽빽한 글씨들이 기록되어있다. 이 모든 글씨들은 그리스에서 해방된 노예들의 이름이다.

델피는 신탁의 고장이기에 어느 도시에도 속하지 않고 오직 아폴론 신과 신들에게 속한 곳이기에 모든 도시들이 노예를 해방시킬 때 주인과 노예가 함께 이곳에 와서 노예의 이름을 세긴 후에 노예를 해방을 선포했다. 아마도 이곳은 신의 영역이기에 신만이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가졌다고 믿기에… 

 신화와 역사의 고향 델피 (Δελφοί) 두 번째 이야기

델피 (Δελφοί)-3 ◙ Photo&Img©ucdigiN

도리안 양식의 기둥 7개 남아있는 아폴론 신전 터는 기원전 373년에 지진으로 파괸 된 후 330년에 지은 건축물이다. 아폴론 신전 맞은편에는 이스탄불 전차 경기장에서 보았던 청동 뱀 기둥이 이곳에 있었다. 이 뱀 기둥은 제 2차 그리스 페르시아 전쟁 때 마지막 전투였던 플라티아 전투(Μάχη της Πλατιάς)에서 대승을 거둔 기념으로 페르시아인 들로부터 빼앗았던 청동을 녹여서 만든 것이다.

사실 진품은 콘스탄틴 대제가 콘스탄티노플을 세우면서 제국 안에서 좋다는 것은 다 가져다 놓은 것이다. 그래서 델피의 뱀 기둥은 진품이 아닌 짝퉁인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면 기원전 4세기에 지은 약 5000명의 관객이 관람할 수 있는 델피의 야외극장이 나온다, 이곳은 피씨아 제전에서 음악과 연극 공연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좀 더 올라가면 델피 경기장이 나온다. 이 경기장은 신화에서 아폴론이 거대한 뱀(삐똔)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매 년 4년마다 범 그리스인들의 경기였다.

 신화와 역사의 고향 델피 (Δελφοί) 두 번째 이야기

델피 (Δελφοί)-1 ◙ Photo&Img©ucdigiN

B.C 2세기 헤로데스 아티쿠스(Ηρώδες Αττικούς)와 페르가몬 왕국의 외메네스2세의 (Πέργαμος Βασιλιάς Ομένης Β’)재정 후원으로 재건축되었다. 오늘 경기장의 모습이 이때 세워진 건축물이다. A.D 67년 로마의 네로가 이곳을 방문했을 즈음 다시 한 번 더 재건축했다.

한 번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없는 독자라 할지라도 나의 글과 사진으로 이해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욕심이자 바램이다. 정리해서 말한다면 이곳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는 아폴론 신탁 이전에 기원전 8세기경에는 가이아의 신탁 소였다. 이후 아폴론 신앙이 이곳에 들어오면서 가이아에서 아폴론으로 바뀌게 된다.

가이아 여신의 사제로 여사제가 이어져 왔다. 여 사제 피씨아(Πύθια)의 신탁은 아폴론 신전의 갈라진 틈에서 올라오는 하얀 연기와 월계수 잎을 씹으며 환각 상태에 이르러서 신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고한다. 하지만 환각상태의 말들이기에 너무 혼란스럽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기원전 1세기 고대 역사가 중 저명한 시칠리아인 디오도루스(Ο Διόδωρος ο Σικελιώτης)는 그의 저서 ‘역사 도서관’(ιστορικής βιβλιοθήκης)에 의하면 기원전 8세기 경 염소를 치던 꼬레따스(o κορέτας)라는 사람이 그가 치던 염소가 지금의 아폴론 신전 터의 갈라진 틈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에 의해 이상한 행동을 보이자 자신도 그곳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은 이후 환각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환각과 흥분된 상태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자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틈새의 작은 동굴로 들어가서 죽기까지 한 사건 이후에 마을 사람들은 여 사제를 뽑고 그 여사제가 앉아서 점을 치기 시작한 자리가 시빌의 바위(της Sybil βράχος)이고 신탁의 시작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 연기를 검사 한 결과 에틸렌(αιθυλένιο) 과 프로판가스 등의 신경계통을 마비시키는 기능이라고 한다. 즉 신탁소의 여 사제 피씨아는 환각물질인 월계수 잎을 씹으며 환각 가스에 취해서 나온 이야기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저자로 알려진 플루타르코스(Μέστριος Πλούταρχος)는 그리스의 정치가 겸 작가였다. 델피의 가까운 카이로네이아 출신이기에 델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저서 모랄리아(Μοραλίας)에는 “여 사제는 성난 바다에 떠있는 배와 같았다. 소리를 지르고 미쳐 날뛰며 벽으로 몸을 던지고, 그 안에 있던 남자사제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사제들은 도망쳤고 나중에 돌아왔을 때 여사제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숨을 거두었다.”

델피의 신탁은 여사제가 신경가스 중독으로 인한 환각상태에서 내놓은 점괘인데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가? 아마도 델피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에 그들의 원하는 신탁을 줄 수 있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좋은 신탁을 받기 위해서 스스로도 그들의 입장을 말하지 않았는지…

역사적으로 일어난 이야기를 신화로 해석하니 나 역시 들떠서 머리가 몽롱해 지는 것 같다. 어느 것이 하늘이고 어느 것이 물인가? 어느 것이 역사이고 어느 것이 신화인가?

21세기, 오늘을 사는 나는 다시금 물어본다. 신화와 역사의 구분과 차이에 대하여… 

글쓴이: 김수길 선교사/ 본지 미션 칼럼니스트

필자의 지난 글 읽기: 신화와 역사의 고향 델피 (Δελφοί) 첫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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